마누라 음식 간보기/임보(감상 홍정식)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 한다.
그러면
“음, 마침맞구먼, 맛있네!”
이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물론, 때로는
좀 간간하기도 하고
좀 싱겁기도 할 때가 없지 않지만-
만일
“좀 간간한 것 같은데” 하면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뭣이 간간허요? 밥에다 자시면 딱 쓰것구만!”
하신다.
만일
“좀 삼삼헌디” 하면
또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짜면 건강에 해롭다요. 싱겁게 드시시오.”
하시니 할 말이 없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 음식 간 맞추는 데 평생이 걸렸으니
정답은
“참 맛있네!”인데
그 쉬운 것도 모르고…
임보 시인의 시 ‘식구’를 보고 시를 써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죠.
누구나 쉽게 읽고 누구나 깊은 감동을 얻어가는 시가 쉽게 나올 턱이 있나요. 그러나 그때부터
저는 시를 읽는 재미를 얻었습니다. 선생님의 시는 언제나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아내 음식 간 맞추는’ 이야기입니다. 정답은 사실 정해져 있습니다. 괄괄하던 젊은 시절을 지나
이제 세상 이치를 다 알고 계시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라 더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습니다.
시인의 아내로 살아온 아내에 대한 예의로 선생님이 이 시를 적으셨을까요? 아니면 정말로
그 답을 이제야 아신 걸까요? 가정의 평화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평생 같이 살아가는 아내를 정말 사랑하시는 모습과 존경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 같은 범인에게는 “시를 이렇게 적어라.” 하고 가르쳐 주시는 것 같습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저는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우리는 누구나 다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는 얘깁니다.<홍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