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는데, 부인께서 스맛폰으로 뉴스를 보시더니, 뉴스 댓글 하나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댓글에 이런다, 선행학습을 하면 중고등학교때 스스로 공부를 안한데"
듣고보니, 맞는 말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동의되지 않기도 합니다. 잡게에 짊님께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불행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요즘처럼 선행학습이랍시고 공부만 강요하다가는 아이들의 불행은 끝장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공교육에만 나의 아이를 맞기는 것은 많은 헛점이 존재합니다.
정우성이란 분이 딴지일보에다가 연재하고 계신 '[육아]나는아빠다' 시리즈 글이 있습니다. 그 시리즈의 11번째 글이 "선행학습은 반칙이다"라는 글인데, 논란이 많았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ddanzi.com/blog/archives/83062)
정우성님 생각에 따르면, 선행학습은 반칙이고, 따라서 아이를 타락시키며, 부모가 쫄아서 시키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정우성님은 선행학습은 효과가 좋으냐 나쁘냐가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아침에 흑묘백묘님께서 주옼가튼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주제는 '평등이란 명분으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오늘 제가 들썩부에 함께 올린 노래 '어 췐지 이즈 고나 콤'을 듣고, 아는 척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흑묘님이 아신다는 것은 인종차별, 평등 평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는 반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커밍아웃인가? ^^*
하여튼, 인종차별 문제에다가 '평등의 오류'를 들이미는 것은 어리석기가 끝을 모르는 자의 심보죠. 인종차별은 '다름을 명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로 봐야합니다. 흑묘백묘님이 현재 카페에서 겪고 계신 고난과 상통하지요.
각설하고, 교육에 있어서 '평등'을 말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측면에서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공교육 상황에서 '평준화' 혹은 '평등'은 문제가 있습니다.
즉, '평등'을 명분으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있지요. 흑묘님의 문제제기는 이런 예에서 적절한 것입니다.
교육문제로 이쯤 논의가 깊어지면, 닭이 먼저냐, 꿩이 먼저냐 수준으로 무한히 확장됩니다. 영어 수학으로 내리비 시키는 획일화는 단순히 공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의 문제와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이런상황에서 '다름에 대한 인정'이 빠진 '교육의 평등'은 도덕의 문제로 국한시키기에 많은 아이들에게 뼈아픈 상처를 갖게 합니다. 이기심과 욕심이 가득한 자가 제 아이를 다그치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평범한 부모가 보기에도 아이들은 공교육에 의해서 성장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상처받고 있는게 눈에 보입니다.
눈물나는 현실입니다.
큰 딸은 그림을 참 잘그립니다. 항상 자랑스럽습니다. 상받아오면 자랑스럽고요, 그린 것 만든 것이라고 들고오면 와이프는 웁니다. 이 아이는 미술학원을 다닙니다. 일주일에 5일을 다니다가, 6학년이 되고부터는 공부시간이 더 필요해서 학원 선생께, 5일 수업분 수업료를 드릴테니, 우리 아이에게 주 3회에 맞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진행해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주5회는 아빠와 국영수를 공부합니다.
국어는 글을 읽게 합니다. 큰소리로 읽고 3~4일째되면 아빠랑 토론합니다. 수학은 문제은행식으로 된것을 반복적으로 풀게 합니다. 수학에는 서술형 문제라는게 있는데,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우리 큰 애는 수학적 사고가 많이 힘든지 서술형 문제만 풀라고 하면 투덜대기부터 시작합니다. 영어는 '시원스쿨'이라는 책을 사서 기초 문장을 반복해서 읽게했고요, 요즘은 팝송으로 함께 노래하며 공부합니다. 리딩튜터라는 독해책도 읽고요.
큰 아이 공부하는데, 수학은 선행학습은 아닙니다. 학교 진도 쫒아가기도 바쁩니다. 초6 수학에서 나오는 서술형 문제는 제 생각에 잘못된 교과과정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대수학의 방정식을 배우지 않았는데, 문제는 그것을 요구합니다.
영어는 선행학습이라고 봐야하는 건지 애매합니다. 리딩튜터라는 독해책은 중학생아이들 용으로 나왔는데, 그것을 가지고 하니 선행학습이라 하는 것도 틀리지 않지요.
제 사정이 이렇고요, 아빠 맘이 이렇습니다. 이것이 보통이지 않을까 합니다. 바쁜 부모는 학원에 이것을 맡기겠지요. 저는 비교적 놀 시간을 많이 줍니다. 아이는 그것도 불만이지만, 제 나름 최대한 보장하고자 노력합니다. 너무 놀려고 하면 제가 심통을 부리는데, 그래도 그나마, 아이랑 타협하는데 익숙한 아빠에요.
미술 사교육을 시키고, 선행학습을 시키는 저는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쫀 걸까요? 우리 큰 아이를 불행하게 하고 있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명박이가 대통령이되고 노통이 돌아가셔도 살아가는 것처럼, 이렇게 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국가의 혜택으로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았지만, 그것은 고맙지만, 내 아이가 남과 다른 자신만의 재능과 개성을 개발할 기회는 적다고 느낍니다.
저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대우하고 모시는 사회가 되면 진짜 공교육이 살아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을 수직적 공무원 사회 틀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올께서 나꼼수에 나와서 말씀하셨지요. 중용강의를 해보니까, 우리 아이들이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더라.
제가 제 딸을 가르쳐 보니까, 초딩에게 영어 하나를 가르쳐도 내가 선생으로서 철학이 있어야 합디다. 정말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이해할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해주겠다는 의지, 흥미와 동기를 유발코자 하는 간절함이런 마음, 이와같은 교육에 대한 확신, 철학이 없으면 나와 아이는 함께 공부를 할수가 없더란 말이죠.
선생이 공무원처럼 기계적인 업무를 수행하듯 아이들을 가르쳐서는 '교육'에 있어서 평등이란 참 의미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도올처럼 정말 뭐 하나라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나고, 아이들 하나하나와 1:1로 눈을 맞출 수 없다면, 아이는 평등의 혜택을 받는게 아니라, 평등의 감옥에 갖친 꼴일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선생님을 국가의 녹을 먹는 프리렌서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선생을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교과 스케줄을 스스로 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제대로 선생과 소통하면서 서로가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큰 바람입니다. 선생님이 자기 주관과 철학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활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선생과 함께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경쟁이 밝고 따뜻한 자기계발로 전환되지 않을까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6DD3434FB4896806)
첫댓글 제가 활동하는 카페입니다.
화엄님들이 놀러 오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스크랩 해 왔습니다.
한번씩 스크랩 해와서 올릴께요.
놀러 오셔서 좋은글 좀 남겨 주세요. 댓글이라도 남겨주시면 반가울것 같습니다.
제가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닉은 치우를 거꾸로 해서 "우치" 입니다.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다스리다" 라는 혼자만 아는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
저도 교육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요 ...제 생각은 일단은 저번에 방문객님이 말씀하신 임금의 평등화(?)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그 시스템하에서 교육에 대해 논의를 하면 좋을거 같아요 ...그리고 내용중에 학원에서 선행학습한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그게 제 딸 같은 경우를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우리 딸 얘기로는 아는 내용이라도 수업에 집중하게 되는게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도 있고 좀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하거든요(우리 아이가 하는 선행학습은 수학밖에 없어요 ...나머지 과목은 복습위주 ..그나마 그것도 벼락치기)
그리고 제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 ...학교 선생님들 수준은 우리나라 최고수준이라고 알려줘요(사실이 그렇구요 ...게다가 저희 애 학교는 공립이니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학교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매우 커요 ...질문도 많이 하려고 하구요 ...이 얘기는 그냥 그렇다구요 ...
그리고 글쓴 분 아이들 공부 많이 시키시네요 ...단지 학원의 도움을 받느냐 아니냐의 차이...
아...치우님 소개하신 카페 가입했어요 ...아직 글은 못 읽었구요 ...^^
별님! 감사합니다.
명랑 발랄하게 정치를 이야기 해보자는 곳인데 쌈도 좀 하구요.
잡담도 있는 곳 입니다.
활동하시는 주요회원님들 중에 불자님들도 제법 되는것 같고
왔다 갔다 교류하면 좋을것 같아서 소개 했습니다.
와당탕님이 카페지기로 있어요. ^^
와당탕님도 불자신가 봅니다. 까페지기로 계신분들은 모두 입담이 좋으신 거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