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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막
제 1 장 고려 왕궁
충혜왕 후 원년(서기 1339년)
충숙왕이 승하하고, 원에 의해 일시적으로 폐위되었던 충혜왕이
7년만에 다시 고려왕으로 복위하였다. 원과의 정략결혼으로 충숙
왕의 후비가 된 경화공주는 아직 고려에 남아있는 상태. 혼자 왕
궁내의 한 정원을 거닐며 아리아 ‘고려의 밤하늘 아래’를 부르며
여러 가지로 심란한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경화 : 높고 청아한 고려의 하늘. 달빛 총명한 고려의 밤. 진달래 향기 어디선가
물씬 풍겨오는 밤. 고려의 기질과 원의 기질은 많이 다르지. 초원을 달리던
옛날의 피와 기상이 그대로 살아있는 원의 여인들. 고려의 여인들은 순종적
이고 착하네. 원과 고려의 여인은 너무나 달라. 내가 본 고려의 백성들은 하
나같이 선량한 눈빛이었네. 고려의 백성은 하나같이 슬퍼보였네. 나는 그들
을 자비로 감싸안을수 있을까. 나는 그들을 덕으로 품을수 있을까. 고민하며
살아온 7년의 시간. 후세에 어찌 평가될지 지금은 알 수 없네. 고려의 국모
로 살고자 했던 7년의 시간. 그 결과는 과연 무엇일까. 고려의 하늘은 여전
히 맑고 청아하기만 한데 이 깊은 밤이 날 쉬이 잠 못 이루게 만드네. 저 드
넓은 초원을 달리던 기질. 내게 아직 남아있는가. 웬지 모르게 끓어오르는 이
피와 정열. 내 선택에 후회는 없는가. 나는 이제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고려
의 하늘은 여전히 맑고 청아하기만 한데 나는 쉬이 잠 못 이루네. 저 달은
이내 깊은 시름을 알까.
(충숙왕의 후궁인 수비 권씨(* 경화공주보다 앞서 충혜왕에게 겁탈을
당한 인물) 혼자 정원을 거니는 경화공주의 모습을 보고 다가온다)
수비 : 공주마마 아니신가요 ?
경화 : 후원을 거닐며 잠시 달 밝은 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수비 : 이 밤에 무슨 깊은 시름이 있으신가요 ?
경화 : 사람의 마음에야 누구나 다 한가지씩의 번민과 시름은 있는 범. 하지만 수비
가 괘념할만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수비 : (그런 경화공주 다소 걱정되는듯 바라본다) 원으로는 돌아가시지 않나요 ?
경화 : 돌아간다구요 ?
수비 : 선왕께서도 승하하신지 얼마가 지났고 원나라의 공주이신 마마가 이곳에 계
속 남아있으실 이유 없지 않나요 ?
경화 : 이미 한번 고려로 시집온 이상 나 또한 고려의 여인입니다. 내 몸의 피와 살
은 원에서 물려받았으나 고려로 시집온 이상 고려를 위해 살기로 한 삶. 굳
이 떠나야할 이유가 없사옵니다.
수비 : (그런 경화가 웬지 안타까운듯 설득한다) 그러지말고 떠나세요. 원으로 가시
는것이 혼자되신 마마께 더 좋을것입니다
경화 : 새 고려왕이 즉위했고 그를 위해서도 할 일이 있을겁니다. 새 왕이 고려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울수 있다면 성심을 다해 도울 생각입니다
수비 : (그런 경화 어이없다는듯 바라보며) 고려를 이끈다구요 ? 누가 ?
경화 : 선왕의 후비인 이상 신왕에게도 어미. 어미로서 아들이 고려의 백성들을 궁
휼히 보살피도록 뒤에서 바로 이끌것이외다
수비 : (기가막힌듯) 왕정(충혜왕) 그자가 임금의 재목이나 되는줄 아십니까 ? 쓸데
없는 기대는 버리시지요. 두 번 언급할 가치도 없는 패륜임금입니다. (차마
자신이 충혜왕에게 겁탈당한 사실까진 경화에게 말하지 못하고, 다만 안타까
이 경화를 설득할 뿐이다)
경화 : (그래도 설마) 하지만 한때는 고려의 유민들의 반환을 원에게 요구했던 당찬
임금 아닙니까 ? 원에 의해 폐위된 나름의 울분도 있을터. 그 마음 이해 못
할바는 아닙니다. 신왕의 마음속에 원에 대한 증오의 마음을 씻기고 착한왕
이 되도록 이끌려합니다
수비 : 쓸데없는 기대, 쓸데없는 바램일뿐입니다. 한두가지 선행보다 백만가지 악행
이 하늘에 닿은 임금입니다. 괜한 기대 갖지 마세요
경화 : (그런 수비 불편한듯) 선왕의 후궁이시면서 신왕을 헐뜯는 모습 그리 보기
좋지 않군요. 나는 듣지 않겠습니다.
수비 : (어차피 굳이 경화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생각은 없음인지 경화의 그와같은
태도에 결국 단념한다) 공주께 하직인사나 드릴까 합니다. 저는 내일 이 궁
을 떠나려합니다
경화 : 떠난다구요 ? 어찌해서 ?
수비 : (차마 자신의 일은 말하지 못하고) 선왕이 죽은 이상 선왕의 후궁은 어차피
왕궁에서 천덕꾸러기 신세. 공연히 눈칫밥 먹으며 살 생각 없습니다. 궁을 나
가 제 고향에서 편히 사는게 속은 편할겁니다
경화 : (아쉬운듯 수비 만류하려 든다) 그러지말고 함께 살아요. 제가 수비를 편히
모시리다
수비 : (하지만 이미 결심 굳힌 수비. 경화의 설득은 굳이 들을 이유 없다) 공연한
설득은 하지 마세요. 제 마음은 이미 굳어졌으니까. (그러면서 경화도 웬지
걱정되어) 마마도 웬만하면 원으로 돌아가세요. 이 궁에 이제 더 이상 인간
의 숨소리 들리지 않아. 늑대같은 패륜임금에게 해를 당할까 두렵습니다
경화 : 전 생각 없습니다. 그리고 신왕에 대한 흉은 듣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수비 : (할수없다는듯 단념하고) 마마의 마음 정 그러시다면 더는 설득 않으리다.
어쨌든 저는 이만 이 궁을 떠납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경화 걱정되어) 부
디 마마의 몸을 편안히 보존하세요. (경화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올리고 퇴장.
퇴장하면서 자신만의 울분과 한에 흐느낀다. 경화는 다시금 혼자 정원을 거
니는데. 이때 어디선가 왁자지껄하는 소리. 충혜왕이 배전,주주등 자신을 따
르는 간신배 무리들과 함께 등장. 또 어디선가 질탕하게 퍼마셨는지 잔뜩 취
해있는 모습)
충혜 : 임금이 다 무슨 소용인가. 고려가 다 무슨 소용인가. 고려가 자주국 ? 웃기
지 말라. 우리는 이제 어차피 원의 간섭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의
신세. 노예의 나라 허수아비 임금이 다 무슨 소용인가. 마시자 즐기자. 싫증
이 나도록 퍼마시며 즐기자. 나는 노예 임금. 고려는 노예의 나라. 마시자.
즐기자. 마음것 퍼마셔라
배전,주주 : (충혜 걱정되어 말린다) 마마,마마 고정하소서. 왕궁까지 이제 다 왔습
니다.
충혜 : (조금 진정하며) 응, 그래 ? 벌써 왕궁인가 ? 잔뜩 술에 취해 어디가 어딘지
도 몰랐네. 자, 그럼 안내해라 ! 내 침소가 어디냐 ! 아니, 기왕이면 후궁의
침소로 가자. 후궁의 침소는 또 어디냐 ?
(충혜왕에게 다가오는 경화)
경화 : 주상, 주상. 이제 그만 진정하세요
충혜 : 응 ? 이건 뭔가 ? 갑자기 웬 계집인가 ? 새로들인 기생인가 ? 아님 후궁인
가
경화 : 정신을 차리세요. 나는 선왕의 후비. 그대의 어미입니다
충혜 : 뭐 어미 ? (그제서야 경화 알아보고) 오, 그 잘난 잔소리쟁이 몽골의 계집이
구나. 에잉, 비켜라. (경화 밀치려하는데, 경화는 침착한 자세로 충혜왕을 달
래려한다)
경화 : 주상, 이 무슨 꼴입니까. 이제 그만 성총을 되찾고 고려를 바로 일으켜 세우
셔야죠. 주상이 복위한지 벌써 여러달이 지났건만 지금껏 술과 사냥뿐이었습
니다. 이제 그만 정신차리고 정사를 돌보소서
충혜 : 뭐, 어째 ? 정사를 뭐 어쩌라구 ?
경화 : 밝은 임금이 되셔야지요. 성군이 되셔야지요. 어미도 도우리다. 고려의 백성
들을 위한 어진 임금 되도록 하세요
충혜 : 에잉, 비켜라. 어디 천한 몽골의 계집 따위가 짐에게 간섭하려 드느냐. 고가
아니고 짐이다. 짐은 왕이 아니다. 황제란 말이다. 고려는 당당한 자주국이었
느니라. 송나라에게도 당당했던 떳떳한 자주국. 어딜 천한 오 랑캐 몽골 따위
가
경화 : (더 보기 힘든듯 노기띠며) 주상 !
충혜 : (듣기 싫은듯 외면하고. 배전,주주등 나머지 무리들은 퇴장하고 무대에는
충혜와 경화만 남은 상태)
경화 : 원나라가 그리 두려우면 원나라 공주의 말을 들으세요. 원의 공주로서 명하
노니 부디 밝은 성총을 회복하도록 하세요
충혜 : (하지만 경화의 그와같은 태도가 더 고까워 극도로 반발한다) 너 이년 !
내 연경에서도 분명히 말했었다. 너따위 잘난척 하는 몽골의 계집이 가장
꼴보기 싫다고. 원나라 계집 따위의 충고 들을 이유 없다고. 그런데 너따위
가 감히 고려에까지 와서 내 앞에서 어른 행세를 하려들어
경화 : 고려의 백성들이 딱하지 않으십니까 ? 그들을 보살피세요
충혜 : 닥쳐라 ! 거듭 말하지만 너 따위의 충고는 듣고싶지 않아. 썩 물러가라. 몽
골 계집 따위의 충고는 듣고싶지 않으니. (확 경화에게 달려들기라도 할 기
세지만 취중이라 몸이 말을 듣지 않는지 그 정도에서 단념하고 퇴장해 버린
다. 경화는 충혜가 퇴장한 쪽을 안타깝고 걱정스러운듯 바라본다)
제 2 장 영안궁
영안궁의 연회장. 충혜왕이 여러 문무백관들을 초청 연회를 베풀
고 있다. 가운데선 무희들의 흥겨운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충혜왕
은 직접 잔치에 참석한 신하들과 그 부인들에게도 직접 술을 따라주
기도 하는듯 한껏 즐거운 표정.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여색을
밝히는 충혜왕의 기질이 종종 드러나 시중드는 궁녀나 공연하는 무
희들은 물론 간간이 초청받아온 대신들의 부인까지 희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배전,주주는 곁에서 그런 충혜왕이 불안한듯 지켜보고.
충혜왕의 폭정과 패륜을 한 곡으로 압축한 충혜왕의 아리아 ‘고려는
나의 것’이 시작된다.
충혜왕 : (한손엔 술병을 들고 비틀비틀 연회에 참석한 신하들이 있는곳을 왔다
갔다하며. 간간이 여인을 희롱하기도 한다) 고려가 비록 원의 발아래 있
다하나 짐이 왕인 이상 고려는 짐의 것. 고려가 원의 것이라 하나 짐이
고려의 왕인 이상 고려안에 있는 모든 것이 내것이로다. 고려의 백성과
문물, 고려의 모든 술과 계집과 짐승이 모두 과인의 것이니. 원의 간섭
따윈 두렵지 않다. 짧은 세상, 어차피 약소국의 임금으로 살아갈양이면
내 세상 안에서 원없이 즐기리라. 고려의 모든 술과 계집을 마음껏 즐기
리라. 고려의 모든 술과 계집과 고기는 모두 과인의 것이니. 모든 술과
계집을 짐에게 바치라. 고려는 원의 속국, 힘없는 약소국. 그러나 고려
의 천하는 고려왕의 것. 고려땅에 있는 그 어느것 하나 원나라 오랑캐
에게 내줄수 없네. 고려의 모든 술과 계집은 모두 짐의 것, 모두 짐에
게 바치라. 내 비록 왕이라 하나 아무 의미없는 허망한 껍데기 왕. 죽
는날까지 원없이 고려의 모든 것을 즐기리. 고려는 오직 짐의 것. 고려
는 짐의 천하. 고려의 모든 술과 계집과 고기를 짐에게 바치라. 고려의
모든 술과 계집을 세상 끝날때까지 마음껏 즐기리
(그러면서 간간이 대신들의 부인까지 희롱하려 드는 충혜왕. 대신과
부인은 그런 충혜왕의 태도가 불편하나 그래도 왕이니 어쩔수 없어
하는 모습이고. 배전,주주 보다못해 만류한다.)
배전 : 전하, 전하.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이 자는 전하의 충신이며 나라의 공신.
옆에있는 여인은 충신의 후처이옵니다. 충신의 아내를 건드리는 법도는 세상
에 없사옵니다.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충혜 : (밀치며) 비켜라. 네가 정녕 과인의 충신이라면 간섭하지 말라. 짐은 고려의
왕. 원의 간섭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너 따위를 두려워하라. 비켜라. 자고
로 군왕은 무치. 짐이 취하려 하고자하면 취하면 그만이니라. (그러면서 대신
한 사람의 젊은 아내를 안아보려 하는데. 대신의 아내는 기겁하며 피한다. 격
노한 충혜왕이 그녀의 뺨을 때리고. 대신은 옆에서 안절부절할뿐. 이 작은 소
란에 연회장의 흥도 잠시 깨진다. 그때 경화공주 매우 노기띤 표정으로 등장)
경화 : 멈추세요 주상 ! 대체 오늘도 이 무슨 망동입니까 ?
충혜 : (연회장에 들어선 경화 보고는 다가오며) 오 ! 이게 누구신가. 잔소리 좋아
하는 몽골의 여인. 아니, 아니지. 선왕의 후비니 새어머니신가. 좋아, 좋아.
아무렴 어떠리. 새어머니 어디 이 효자의 술이나 한잔 받으시구려. (하면서
잔을 한잔 가져와 따라주려하는데)
경화 : (뿌리치며) 멈추세요 주상. 정녕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어쩌다 한두번 연
회라면 모를까. 매일같이 연회에 사냥에 술에 주색에만 빠져계시면 어찌합
니까. 전하가 이러시면 고려의 앞날은 어찌됩니까
충혜 : (또 그 잔소린가 싶어) 분명히 경고했었다. 내게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라고
경화 : 주상, 정녕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입니까. 그래도 한때는 원나라에 당차게
저항하기도 했던 왕. 어쩌다 이렇게 타락하셨습니까
충혜 : 네 말 잘했다. 내가 원에 한 소리 했다고 날 폐위시켰던 자가 누구냐. 바로
네 그 잘난 모국 원나라가 아니냐. 날 폐위시켰던게 원나라인데, 너 따위가
감히 누구에게 간섭인가 ?
경화 : 주상이 이러시면 원에게 책잡힐일만 더 생길뿐입니다. 정히 원이 그리도 두
려우시면 성총을 회복하세요. 고려왕이 바로서야 원도 고려를 두려워 합니다.
왕이 정녕 이러시면 원이 고려를 어찌 보겠습니까
충혜 : 원이건 몽골이건 오랑캐 계집은 간섭말라. 내게 가당찮게 어미 노릇이라도
하려거든 썩 너희나라로 돌아가라. (주위 돌아보며) 경들은 이제 그만 물러
가라. (어차피 연회장의 분위기는 이미 깨질대로 깨진 상태. 무희나 궁녀들
도 대신들도 슬금슬금 퇴장하는 중이었다. 왕의 명도 있었고 하니 다들 하
나둘 서둘러 연회장을 떠난다. 무대엔 이제 충혜왕과 경화공주만 남은 상태)
경화 : 다시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폐행을 멈추시고 국사를 돌보세요. 왕이 이
러시면 괴로워지는것은 백성들. 고려왕이 이러시면 원은 고려를 더 우습게
볼 뿐. 군왕이 이러시면 주위의 모든이들이 고려를 깔보리다. 고려를 정녕
생각하시면 자중하고 성총을 회복하세요
충혜 : (그간 경화공주의 간섭이 지긋지긋했는지 노기가 조금씩 차오른다) 간섭하
지 말라하였다
경화 : 성총을 회복하세요
충혜 : 다시한번 경고하노니 내게 간섭하지 말라
경화 : 고려의 백성들을 생각하세요
충혜 : 내게 잔소리 하지말라. 거듭 말한다. 몽골 계집의 잔소리나 들으며 살고싶
은 생각 없으니 내게 간섭하지 말라
경화 : 원이 그토록 두려우면 바른 왕이 되도록 하세요. 고려왕이 바로서야 원도
고려를
충혜 : (더 이상 듣기싫은듯) 에잇 ! (그러면서 경화공주를 덮칠듯한 기세로 달려
든다. 비로소 폭발한것이다) 연경에서부터 너와의 악연. 아무래도 너와 내
가 악연인듯 하다. 몽골 계집의 간섭 듣고싶지 않다 내 몇 번 말했나 ? 그
토록 내 앞에서 행세하고 싶다면, 그토록 내 앞에서 어른 행세 하고 싶다
면 오늘 제대로 그 댓가를 치르게 해주마. (웃옷 벗어던지고. 경화는 충혜
왕의 의도가 심상찮아 보여 뒷걸음질 치는데. 충혜왕은 그런 경화를 넘어
뜨리고 두 팔을 붙잡는다)
경화 : (기겁하며 비명소리) 악 ! 악 ! 이게 무슨짓인가
충혜 : 상국 원나라의 여인은 자주적인 고려왕이 내리는 천벌을 받으라 ! (그러면
서 경화공주 덮치고, 경화공주는 발버둥치며 찢어질듯한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불 급히 꺼진다. - 무대공연인 관계로 실제 강간장면을 묘사할수는
없으니 이와같이 연출한다) (경화공주의 찢어질듯한 비명소리) (잠시 소란
가라앉고 불 켜지면)
충혜 : 이것이 자주적인 고려임금이 간섭하는 원나라에 내리는 천벌이니라 ! (옷
챙겨입고 퇴장)
경화 : (넋이라도 나간듯 망연자실하게 한참을 앉아있다가 문득 무슨 결심이라도
한듯 결기서린 표정이 된다. 옷 주섬주섬 챙겨입고 퇴장)
(암 전)
제 3 장 고려왕궁. 대전
경화공주가 충혜왕이 자신을 겁탈한 사실을 원나라에 알려 이를
징계하려는 원나라 사신 일행이 도착한 상태. 원나라 사신 일행이
험상궂고 살벌한 분위기속에 자리하고 있고, 경화공주가 윗자리에
지엄하고 근엄한 분위기로 앉아있다. 원나라 병사들에 의해 포박된
충혜왕이 끌려나온다
경화 : 죄인은 고개를 들라. (충혜왕.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경화가 원망스러운지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경화도 그녀대로 충혜에게 당한 일 때문에 치를 떨
고 있다) 네 내 인내심을 시험해 보려 하였느냐. 네 내가 언제까지 네게 자
비함을 보일줄 알았는가. 못난 임금. 가련한 왕이여. 내 너를 어떻게든 바른
임금으로 인도해 고려백성들을 위해 고려를 위해 일할수 있게 하려 했는데
내게 이런 참람한 짓을 하다니. 네가 감히 날 범하다니. 네가 자초한 일. 날
원망치말라
충혜 : (냉소적으로) 어차피 난 당신들의 장난감. 고려왕은 원나라의 장난감과 같
은 존재일세. 원나라의 눈밖에 나면 언제든 폐위될수 있는 가련한 신세. 자
신의 뜻도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는 불행한 허수아비 임금일뿐일세. 원나라
에 의해 두 번이나 폐위가 되니 내 신세도 가련하네. 아 ! 참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딱한 고려왕의 운명이로다
경화 : (분개한듯 일어나서) 네 감히 누굴 원망하려 드느냐. 감히 네가 무슨 낯으
로 원나라를 모독하려 하는가. 오늘의 모든일은 다 네가 자초한 일. 내 어떻
게든 고려를 감싸려 했음은 네가 잘알터. 고려를 품에 안으려 했음을 너도
알 터. 너같은 자가 고려의 왕이라니. 고려가 이 지경이 된 이유를 알만하도
다. 너같은 자는 고려를 위해서도 하루라도 더 왕위에 있으면 안되니 원나라
가 아니라 고려를 위해서 너를 폐한다. 고려의 백성들을 위해 원나라 황실의
이름으로 죄인 왕정을 왕위에서 폐한다
충혜 : 결국 이 모든게 원나라의 속국이라 벌어지는 일. 원의 간섭을 받는 나라이기
에 거듭 반복되는 불행한 운명. 태조 왕건께서 건국하신 자주적인 황제국 고
려가 어찌 한낱 오랑캐의 발아래 굴욕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는가
경화 : 너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우리 원을 욕하기에는 너의 패륜과 폐행이
극에 달하였도다.
사신 : 무사들은 무엇을 하는가. 폐주 왕정(충혜왕의 이름) 이만 끌어내라
경화 : 죄인 왕정이 폐위되었음을 알린다. 죄인 왕정을 연경으로 압송하라 !
(병사들에 의해 충혜왕 끌려간다. 퇴장)
(암 전)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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