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자리에 눈부처가 된 사람들이 있었네
김완
기존의 이해를 뛰어 넘은 세상에 대한 거대한 무언가와 마주했네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는 놀라운 장면들을 잇달아 목격하고 있다 한밤에 국회로 뛰어가 계엄을 몸으로 막아선 시민들, '탄핵봉'이 된 응원봉을 흔들며 광장을 빛의 바다로 만든 청년 여성들, 1980년 광주의 주먹밥처럼 2024년에 쏟아진 선 결제 나눔의 물결, 동짓날 밤 남태령에서 매서운 추위를 함께 견뎌내며 끝내 차벽을 뚫고 나아간 트렉터를 탄 농민들과 시민들, 광장 안에서 타올라 소외된 사람들에게로 흘러넘치는 연대의 물결,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라고 물었던 한강 작가의 질문이 실시간 목격자의 감탄이 되어 터져 나오는 그 시간을 살고 있다
각자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내며 소중한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과 그 비호 세력의 시대를 끝내는 경외심을
우리 모두 만끽하는 그 시간이 오기를 기원하네
누구에게나 경외의 마음에 자신을 내맡기는 순간은 찰라지만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이 모여 혹독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네
대설주의보 내려진 5일 아침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
'노동자 시민 윤석열 체포대회' 농성장에서
소한 강추위에 대설 내리는 밤 은박지를 둘러쓰고
온 밤을 지새운 '키세스' 시위는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네
2025 을사년 새해
그날 눈 내리는 그 자리에 눈부처가 된 사람들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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