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사모 중독증에 걸려 거의 매일이다시피 들려 눈팅을 하고 자야만 하는 일상을 보내던 묘련, 어느날 야생차를 따러 오라는 그곳이 가고 싶다님의 초대의 글을 읽고 눈이 번쩍 띄어 "그곳이 가고 싶다"를 꿈꾸게 되었다. 귀농사모 정모에 한번도 참석은 못했지만 늘 마음만은 그곳에 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기만 하다가 큰맘을 먹고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아무 때나 시간될 때 미리 연락하고 오라는 말씀에 곡우를 전후해서 날을 잡았고 가족단위로 왔으면 하는 쥔장님의 말씀에 함께 할 동행을 찾게 되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24, 25일 날짜를 잡고 맑은 여걸님, 작은곰님, 초원지기님 이렇게 넷이서 중간기점인 성남 모란역에서 8시 30분에 만나 출발하기로 최종결정 하였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맘이 설레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룰루랄라 여섯시에 집을 나서 8시 5분쯤 모란역에 도착했다. 에구 넘 빨리 왔나 싶어 두리번 거리다 바람이 찬것같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는데 초원지기님, 맑은 여걸님, 작은곰님 순으로 도착했고 유리즌님이 아침에 전화해서 함께하기로 했는데 도착시간이 넘 늦을 것 같다는 소식에 맘 넓으신 우리의 왕초 여걸님 기다렸다 같이 가는 걸로 결정했다.
기다리는 동안 아침이나 먹자며 다들 일찍 오느라 아침을 못먹고 올 것같아 도시락을 싸왔다는 여걸님 말씀에 희희낙락 보따리를 푸니 나뭇잎 모양으로 만들어 이쁘게 장식하여 담아온 먹기에는 넘 아까운 환상적인 김밥과 군침이 절로나는 따끈따끈한 부침개였다. 셋이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초원지기님은 손수 만든 마늘빵과 음료수를, 요리에 젬병인 난 아침에 겨우 달걀만 삶고 과일과 빵집에서 사온 빵만 들고 왔는데(이때부터 쬐끔씩 기죽기 시작) 다행히도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으면서 서로를 소개하였고 유리즌님 도착하자마자 출발!
여행기간 내내 고맙게도 젤 연장자이신 맑은여걸님과 작은곰님이 번갈아 운전을 해주셨는데 아랫것들은 뒷좌석에 앉아 왕수다만 떨었다.(변명: 유리즌님은 운전경력 20년이지만 감히 두분께 명함을 내밀지 못했고 왕초보들인 나와 초원지기는 일행의 목숨을 담보(?)로 나설 수는 없는 입장이었음. 아무튼 죄송스럽고도 감사했습니다.)
드디어 영암 영보마을에 도착! 입구에서 전화를 하니 길건너에서 휴대폰을 받으시는 그곳이가고싶다님(이하 쥔장님). 입구에 커다랗게 버티고 있는 집을 우리는 마을회관쯤으로 생각했는데 쥔장님 댁이란다. 귀한 손님 오셨다고 다른 분께는 아까워서 내놓지 못한다는 국화+녹차를 주셨는데 땀이 날 때까지 마셔야 한다는 말씀에 열심히 잔을 내미는 우리들 ㅋㅋ
일단 해남에 갔다 오기로 하고 다시 출발. 목수박가님이 일러주신 길을 약도삼아 영화당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넘었다. 활짝 웃으시며 반겨주시는 환영인사를 받으며 바람개비님을 다치게 했다는 전설의 장소를 시작으로(영화당을 다녀오신 분들의 글들과 사진을 다 보았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았음) 아! 이곳이 바로 그곳이로구나 감탄하면서 영화당과 이쁜 화장실, 화장실에서 바라다보이는 개초저수지의 모습, 회원님들의 맘을 아프게 했던 문제의 배추밭, 아버님이 실생번식하여 10년간 키우셨다는 소나무분재등등을 둘러 보았다.
작은곰님이 좋아한다고 내놓으신 쟈스민차를 마시면서 영화당 지으신 이야기며, 울 까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넘 늦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다시 영암으로 돌아왔다.
저녁 9시쯤 도착하니 저녁으로 돼지고기 숯불돌구이를 지리산님과 쥔장님이 준비하고 기다려 주셨는데 팔을 걷어부친 여걸님의 고기구워 칼로 자르는 솜씨에 다들 역시나를 외쳐야만 했다. 맛있는 된장을 넣고 싸먹는 고기 맛이란(상상에 맡김). 식사후 자연스럽게 쥔장님이랑 지리산님, 작은곰님, 맑은여걸님팀과 사모님과 함께한 우리팀이 나눠져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우리팀은 주로 미용에 관한 얘기(초원지기담당)와 자녀교육에 관한 얘기(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인 유리진님담당), 귀농해서 주부가 겪어야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담날 새벽 초원지기랑 동네 산책에 나섰는데 세종때쯤 지붕을 받쳐주는 네 개의 기둥인 찰주가 있어 특색있게 지어졌다는 영보당을 시작으로 음이온이 많이 나와 술을 먹거나 몸이 안좋을 때 들어가 있으면 효과가 따봉이라는 대나무숲, 거의 기와집만으로 이루어진 동네모습과 월출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정자를 거쳐 천천히 동네 한바퀴를 도는데 한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산책코스 중간중간에 야생화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쥔장 말씀이 이 동네에서 자라는 80여종이 식재되어 있단다. 담에 이곳을 방문하실 기회가 있으시거든 꼭 한번 들러 산책해 보시길. (초원지기가 가장 인상깊은 곳으로 꼽은 곳이랍니다.)
오전에 근처에 있는 산으로 가서 곡우전후가 가장 좋은 찻잎을 딸 시기라시며 이것 저것 설명해 주시는 쥔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열심히 야생찻잎을 땄다. 산에서도 틈틈이 님들의 개인기를 볼 수 있었는데 산에 오니 날아갈 것 같다시는 맑은여걸님은 참취며 고사리, 삽주나물들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솜씨를 보여주셨고, 유리즌님은 오리지날 서울산이라는데도 불구하고 척척 나물을 뜯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으며, 작은곰님은 우리 주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난장이 붓꽃을 발견하여 설명해 주는 등 야생화와 약초나무에 일가견을 보여 주셨다.
점심엔 맑은여걸님이 국수를 만들어 주셨는데 우리 어머님들이 그러시듯 짧은 시간동안 뚝딱뚝딱 하시더니 금방 맛있는 비빔국수가 탄생하였다. 난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솜씨를 못부릴 것 같아 무지 부러웠다. 다시한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 귀농사모 회원분들은 어찌그리 다들 능력있는 분들만 모이셨는지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오후엔 길가 논둑에 찰옥수수와 콩을 심었고 차를 덖는 작업을 했다. 장작을 피워 숯을 만들고 그 위에 솥뚜껑을 놓고 온도를 맞추어 차를 덖고 유념하는 과정을 배웠는데 왕초보들이라 과연 맛이 날것인지 걱정스러워 하며 덖고 비비고를 5번 반복하고 나니 시중에서 판매하는 녹차와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다 끝내고나서 시음회를 가졌는데 시중에서 맛볼 수 있는 녹차맛과는 차원이 다름에 모두들 감탄해 마지않았고 모두들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니 그 감동스러움이 더했다.
서투른 솜씨지만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좋은 재료를 가지고 온갖 정성을 들여 만들었으니 좋은 결과는 당연지사(자화자찬)였으며, 직접 만든 차를 좋은 님들과 더불어 감사의 마음으로 마시니 그 맛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이리하여 1박2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쥔장님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귀경길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귀농사모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환대를 해주신 그곳이가고싶다님과 지리산님, 목수박가님. 여행기간내내 번갈아 운전해주시고 집까지 데려다주신 맑은여걸님과 작은곰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우와~ 묘련님 잘 다녀오셨군요... 해남의 바람개비 유적지도 방문하시고...ㅋㅋㅋ 15년전쯤인가 선암사야생차를 직접따서 차를 덖고 유념을 했는데... 그 양이 월매나 쪼금인지 너무도 아까워 누구도 주지 못하고 욕심쟁이마냥 혼자서 몰래 차향을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의 그 뿌듯함이란...
첫댓글 좋은시간 가지셨네요 지도 가보고싶었는데 우리집백구가 지금쯤 새끼날때가 되어서리 이제나저제나....산모있는집을 비울수가 없어서 작은곰님께 연락하려던걸 참았네요. 그곳정경이 보고싶었는데...ㅠㅠㅠ..
흐미 ~ 묘련님 ....묘련님 표현력이 더욱 대단하네요 `그곳에 가고싶다 님가족 감사하고요 ~ 모다 고생하셨고 즐거운 여행이 되여 행복하였다우 ~ 다음여행은 가까운 산 나물하로 함게 갑시당 ` 산나물 가실분 손드세용 ~ ㅎㅎㅎㅎㅎ
땅끝 해남까지 멋있는 여행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셨네요,깨운하시죠 즐거운 한주일 시작하시길..
우와~ 묘련님 잘 다녀오셨군요... 해남의 바람개비 유적지도 방문하시고...ㅋㅋㅋ 15년전쯤인가 선암사야생차를 직접따서 차를 덖고 유념을 했는데... 그 양이 월매나 쪼금인지 너무도 아까워 누구도 주지 못하고 욕심쟁이마냥 혼자서 몰래 차향을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의 그 뿌듯함이란...
맑은여걸님 저요....ㅎㅎㅎㅎㅎ
l달래님 부르셨유 ...? ㅎㅎㅎㅎㅎ
묘련님의 맵씨가 맵습디다.....^^
이제사 정신을 차리고서 후기를 쓸려구 했는데 어쩜 이렇게 자세하게... 너무 했다! 할말이 없네요.동행해주신 여러님들께 감히 행복한 여정이었노라고 고백합니다.그곳에 가고싶다님! 목수박가님! 님들의 환대 정말 고맙습니다.가정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좋으셨겠네요.^^ 모나리자님네 백구가 순산하길 빕니다.
맑은 여걸님~ 작은곰님~ 달래님~ 묘련님~ 저야말로 너무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묘련님 후기가 너무 훌륭하네요. 그곳에 가고 싶다님, 지리산님, 목수박가님...친철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