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9) - 명절에 생각나는 아버지가 좋아하신 음식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기호식품들이 생각난다.
내가 평소에도 외출했다 돌아와 “맛있는 것” 드린다고 말씀드리면,
“맛있는 것 뭐야?”하시곤 하셨다.
스스로 입이 궁금하시면 “ 맛있는 것 없어?”하시며 간식을 찾으시기도 하셨다.
추석명절 휴일을 보내며 아버지의 기호식품들이 생각난다.
일단 찰밥을 좋아하신다. 소화력이 약하여 찰밥을 좋아하게 되신 듯하다.
콩밥을 좋아하셔 엄마가 ‘콩새 할아범’이라고 부르기도 하셨다.
반찬으론 나물종류를 좋아하셨다. 시금치나물, 콩나물, 잡채도 좋아하셨다.
또한 보신탕을 빼놓을 수가 없다. 언제든지 OK!였다.
닭죽과 호박죽, 부침개와 순대도 좋아하셨다.
나도 아버지 아버지 보양식으로 닭죽을 자주 해드렸다.
명절이나 생신 때 만드는 수정과와 식혜도 정말 좋아하셨다.
엄마는 수정과와 식혜를 잘 만들어 놓으셨다.
젓갈류로는 어리굴젓, 새우젓, 간장게장인데,
그 중에 게장을 특별히 좋아하셔서 집에서 담가드시기도 하셨다.
게발을 집게로 깨서 속살까지 잘 드셨다.
고추장과 김도 좋아하셨다.
마지막 스스로 젓가락질도 못하실 때, 빨강색 고추장에는 젓가락질을 하셨다.
그리고 까만 김도 젓가락질로 집으셨다.
과일은 거의 다 좋아하신다.
내가 보통 홍시를 사오면, 대봉을 찾으신다.
더불어 곶감도 좋아하셨다.
참외, 포도, 파인애플, 사과, 배 등이다.
바나나는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 이유는 “열대과일은 안 먹어!”였다.
파인애플도 열대과일이라고 말씀드려도, 파인애플은 사양하지 않으셨다.
매해 늦여름철이면 포도를 씻어 대나무 광주리에 물기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포도주 담그는 일을 돕기도 하셨다.
항아리에 담아 놓고 즐기시던 모습도 생각난다.
내가 어릴 때는 노랑색 골덴사과를 상자째 사다 다락에 놓고 드신 기억이 선명하다.
또한 그 당시 까만 설탕도 포대째 다락에 놓고 드셨다.
심지어 우리집에 놀러온 친구들도 다락에 있는 사과와 설탕을 먹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간식으로는 치즈와 초콜릿을 좋아하셨다. 달콤한 사탕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에 치즈를 드렸을 때는 애들 먹는 것이라고 거절하시더니,
치즈맛을 들이시고는 기호식품이 되었다.
초콜릿은 잠이 안 온다 하시기도 하여 오후에는 조금드시게 했다.
카페인에 예민한 반응이시다.
치즈, 과자, 빵, 사탕 등이 기호식품이었다.
아직도 아버지의 기호식품들이 남아 있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추석명절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드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입맛조차 없다.
아파트 창문으로 이집, 저집에서 음식냄새가 흘러 들어온다.
혼자 쓸쓸히... 이렇게 명절 연휴가 지나간다.
연휴랄 것도 없다. 매일 맞는 휴가이니...
첫댓글 이 글은 어젯밤... 이희숙의 사과꽃 향기나는 방에 올린 글입니다.
식사 때마다 냄새로만 먹은 명절음식... ㅋㅋㅋ...
오늘 아침에는 나도 기름냄새 풍겨봤어요.
냉동실에 있던 군마두 거내 후라이팬에 기름두르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