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고, 물이 좋아 살기 좋고, 맑은 바람이 푸른봉우리 사이를 이어가며 밤이면 밝은 달이 제몸을 비추는 청풍명월을 지척에 품고 있는 신선이 다스려 살기좋은 제천과 단양의 경계인 월악산 북쪽에 자리하여 멀리서 보면 능선이 마치 길게 누워 있는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 미녀봉이라고도 불리는 백운산이, 조선 중기 당대 최고의 학자 퇴계 이황께서 단양군수 시절 가을 단풍이 든 이 산의 모습을 보고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고 감탄하여 하사한 금수산(錦繡山)
이른아침 옅은 안개 드리운 날. 소리없이 스며든 가을이 세상을 곱게 물들이는 한껏 무르익은 가을의 청취를 만나며, 광주휴계소에서 배원대군님이 조달한 김밥과 동수총장이 새벽부터 준비한 따끈한 오뎅과 명철사장 커피까지 든든하게 나누고, 시원한 고속도로를 달려 제천에 들어서니 황금들녘과 울긋불긋 오색의 단풍을 입은 산 아래 청풍호반 풍경이 아름답게 펼져지는 호수변을 기분좋게 드라이브하여, 호수변에 자리한 금수산 산행 들머리 상천리 보문정사 입구에 도착했다. 기암을 품은 산과 한가로운 전원 마을의 화사한 가을 픙경에 마음이 들뜬다.
산골 청정 마을에 하늘과 땅. 사람이 합력하여 결실을 이루어 낸 만추의 탐스런 사과와 감이 소시를 추억케 한다.
조용하고 한가로운 마을길을 지나니 향기로운 꽃길이 열린다. 온몸으로 아름다운 계절을 노래하는 고운 들꽃들이 활짝 꽃을 피우고 환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인적없는 한가로운 시골길, 단풍을 입은 산에 기암의 풍경을 안으며 산길에 들어서 용담폭포 삼거리에 오늘을 기념하고, 옅은 안개 드리운 날에 하산시 안개 완화 기대와 풍경 조망을 위해 우측 정상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완만한 흙길에 초입부터 알록달록 달뜬 계절이 반긴다. 울창한 숲에 환하게 밝히는 단풍빛에 몸과 마음이 맑게 씻기우는 길을 걸으며 절정의 계절과 함께한다. 깊은 인연이 어느때 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가을. 풍경의 색이 더 선명하다. 낙엽 수북한 고즈넉한 산길에서 그윽한 풍경에 취하며, 숲이 내어주는 맑은 공기를 크게 호흡하며 내 안에 금수산의 청정 정기를 채운다.
1.015m의 금수산. 완만한 숲길이 끝나니 급해지는 산세에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천천히 단풍 꽃길의 환영을 받으며 오르니 가파른 계단, 거침없이 일어서 있는 바위조차 장애물이 아닌 즐거움이 되고, 천천히 알록달록 휘황한 단풍숲이 마음과 발길을 붙들며 여유로운 풍경 여행으로 이어지게 한다.
단양에서 오르는 상학 삼거리에서, 수년전 늦가을에 상학에서 출발하여 정상 능선에 서니 갑자기 하얀 풍경이 열리며 상고대와 설화의 장관을 만났던 행운에 가슴 벅찼던 환상적인 설경에 감사했던 추억이 생각났다. 옅은 운무속에 기암의 암봉에 푸른소나무를 담은 풍경화를 감상하며, 급한 암벽의 계단을 올라 금수산 정상에 섰다.
청풍호반을 품고 있는 금수산의 정상은 운무에 가리워져, 구비구비 능선너울이 펼쳐지는 수려한 기암의 산에 울긋불긋 곱게 물든 휘황한 단풍의 비경과 북으로 금수산의 지류인 신선봉과 능강계곡, 망덕봉 뒤로 청풍호반, 남으로 월악산과 백두대간이 지나는 소백산과 황정산의 시원한 풍광을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
산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산이 보여주는 것보다 더 보려 하는 것은 인간의 헛된 욕심이다. 천천히 다가가 조용히 응시하는 것 만으로 산은 사람에게 그 순간에 보여 줄 모든 것을 내어 준다. 운무가 드리워진 산에 금새 신선이라도 출현할 것 같은 신비스러운 풍경을 새로이 접하며, 하늘과 자연에 감사함으로 화답하며 들뜬 마음으로 머물렀다.
운무가 드리운 신비로운 산에 소리없이 스며든 가을이 세상을 곱게 물들였다. 산마루에 몰고온 것은 구름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을 흔들리게 하는 계절이었다. 바람이 스치는 곳 마다 가을을 알리는 산산하고 향긋한 바람이 서늘하다. 운무 속 사방의 풍경을 마음으로 상상하며 그려보니 더더욱 신비롭다.
운무가 드리운 신비로운 풍경을 뒤로 하고, 망덕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에서 간간히 열리는 풍경들을 만나며,
싱그럽게 푸르름을 내어 주던 잎들이 세월과 함께 알록달록 오색의 휘황한 단풍으로 곱게 익어 비단같이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내어 주고 있었다. 마지막 스러지는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하여 고운 빛깔을 내는 나무들을 생각하며 학습한다.
망덕봉에서 흘러내린 능선의 가파른 암벽과 그 사이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 그 너머로 청풍호반의 풍광이 한폭의 산수화로 절경의 경관이 펼쳐지고, 쪽두리바위와 독수리바위 암릉에 푸른 노송들이 조화를 이룬 병풍바위의 비경에 신선들의 터전인 이 무릉도원을 떠나면 다시 그리워질 비경에 오랫동안 풍경과 함께하며 가슴에 담았다.
독수리바위와 쪽두리바위에서 조금 내려오니 좌측으로 백운동 골짜기에 30m의 3단 폭포에 물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5m 깊이의 소(沼)에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연상시킨다 하여 이름한 금수산 제 1경인 용담폭포와 노송과 동백나무숲이 울창하고 넓은 바위가 널려있었다, 선녀탕에는 옛날 주나라왕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동으로 가서 폭포를 찾으라 했는데 그 폭포가 용담폭포 였다고 한다.상탕, 중탕, 하탕으로 불리는 이 선녀탕에 금수산을 지키는 청룡이 살았는데, 주나라 신하가 금수산이 명산임을 알고 산꼭대기에 묘를 쓰자, 청룡이 크게 노하여 바위를 박차고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기암의 암벽에 폭포와 맑은 소, 주변 소나무가 어우러져 절경의 풍경을 내어주고 있었다.
곱게 물든 단풍꽃을 피운 수려한 산 아래로 청풍호반과 독수리. 쪽두리 바위 기암의 암봉에 소나무가 어우러진 병풍을 두른 듯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 풍경과 용담계곡을 즐기느라 발길이 머믈러 어둠이 내려서야 하산했다. 충주 신도시로 이동하여 등갈비의 습격 맛집에서 이베리코 등갈비로 식사와 정을 더하고 상경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흔들리게 하는 가을!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감싸안고, 남한강의 산줄기와 물줄기가 한데 어우러진 빼어난 경치가 있어, 퇴계 이황과 많은 학자와 묵객들이 사랑한 신선의 고장 제천 금수산에서 옅은 안개와 운무가 드리워져 기대보다 풍경은 반감되었지만, 하늘과 자연. 산이 보여주는 풍경이 더욱 아름다움을 깨우며, 구비구비 수려한 기암의 산에 비단에 수 놓은 듯 아름다운 단풍과 푸른소나무와 단단히 몸을 일으켜 병풍이 된 암봉들, 맑고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무릉도원과 산 아래 호수를 품고 있는 비경과 함께한 멋진 여행이었다.
♣ 동 행 : 김동수. 김성여. 송명철. 오진모. 이배원. 이영한. 임승일. 최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