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의 유쾌한 여행 (15) 동대문
계절이 달라지면 제일 먼저 신발장을 열어봅니다. 작년에는 맨발로 다녔나 싶을 정도로 신고 나갈 신발이 없습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라 더 이상 쇼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더 이상 쇼핑을 미루다 가는 큰일 나겠습니다.
아웃렛,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대신 오늘은 동대문으로 향해보려고 합니다. 한때는 옷을 사러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동대문으로 가야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시절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쉽게 쇼핑하기 위해서 밀리오레나 두타 같은 소매 전문 쇼핑몰로 가는 것이 편하지만, 오늘은 좀 더 색다른 동대문 쇼핑 여행을 위해 창신동으로 먼저 향합니다.
청계천이 흐르는 창신동은 근현대 역사가 곳곳에 숨어있는 곳입니다. 청계천 주변에 있던 의류공장과 신발공장은 70년대 상공업 시대를 이끌며 대한민국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70년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던 까닭에 선거 유세 등의 이벤트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졌었습니다. 최근의 동대문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DDP, 갤러리, 야시장 등으로 바뀌어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점점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날 창신동에서는 1960년대부터 있었던 장난감 거리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도 사고, 도매 상가에서는 마음에 쏙 드는 신발도 찾아보려 합니다. 쇼핑하다 지치면 동대문 옥상에 올라가 남다른 서울의 전망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휴식도 취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한가득…동대문 문구 완구 거리
옛날 추억의 장난감부터 최근 유행하는 터닝메카드 신제품까지 장난감, 문구에 관해서는 없는 것이 없는 거리입니다. 동대문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골목 전체가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생일 파티부터 10월 31일의 핼러윈데이를 준비할 수 있는 파티 용품 전문 숍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부모님 손을 잡고, 장난감 가게를 들어서던 바로 그 느낌입니다.
1960년대에 생겨나 여전히 그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초등학교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합니다. 문구점 사장님의 센스에 의해 결정되는 정감 넘치는 장난감 하나하나에 눈길이 멈춥니다. 1,000원에 판매되는 나노 블록도 있고, 여름밤 공원의 하늘을 수놓던 LED 슈팅 플라이도 두 개들이 포장으로 바뀌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동대문 문구 완구 거리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장난감을 살 수 있어, 아이들 손 붙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이 눈에 띕니다. 아이들이 장난감 하나하나 만져보고 사고 싶은 것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장난감 외에도 미술 교육할 때 필요한 다양한 교구들도 보입니다.
사실 이곳은 도매 손님과 소매 손님에게 받는 가격이 다릅니다. 박스 단위 별로 구매하게 되면, 30~4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반면, 1~2개를 사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인터넷과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하지만 사장님께 말만 잘하면 도매가격으로 장난감을 득템할 수 있는 대다가 작년에 팔다 남은 이월 상품의 경우 정가의 50% 이하로 구매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인터넷 최저가 검색과 흥정은 필수입니다.
예쁜 어린이 신발부터 최신 유행 트렌드 신발이 이곳에…동대문 신발 상가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스타일의 신발이 바로 이곳 ‘동대문 신발 상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난감 거리에서 걸어 내려오다 보면 바로 보입니다. 원하는 스타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원하는 바로 그 스타일의 신발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동대문 신발 상가입니다. 최근 어떤 스타일이 인기인지 트렌드를 체크하기에도 적격입니다, 현재 계절은 가을이지만, 동대문은 추운 겨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스웨이드 가죽과 앵클부츠가 대세입니다.
동대문 신발 상가는 A, B, C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A, B동에는 아동신발, 여성 신발을 함께 판매하고, C동에서는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예쁜 여성 신발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새벽 세시부터 다음날 오후 두시까지 문을 여는데, 상점에 따라 12시경에 문을 닫는 경우도 많으므로 오전에 갈 것을 권합니다. 월요일에는 신상품이 들어와 바쁘고, 일요일은 전체 휴무입니다.
일부 상점에서는 도매만, 일부 상점에서는 도매와 소매를 함께 판매합니다. 도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서는 일반인 응대를 전혀 하지 않기도 합니다. 간혹 쌀쌀맞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동대문 도매상가 쇼핑은 불편함을 상쇄할 만큼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소매가격으로 받기는 하지만,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게 신발을 살 수 있습니다.
신발 상가 주변에서는 쇼핑몰과 상점을 운영하는 개인 사장님들과 신발 상가 사장님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엿듣는 것도 즐겁습니다. ‘단가가 얼마인지, 장끼 가능한지’ 등등의 전문용어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을 구하기 위해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질문을 던지는 쇼핑몰 사장님들의 모습들도 여럿 보입니다. 감각 좋은 사람들이 손길이 한 번이라도 닿은 신발에 시선을 던져보고 내게 어울릴지 한번 대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동대문에 과연 낙원이 존재할까?…DRP
동대문 옥상 낙원을 꿈꾸는 이들이 있습니다. 동대문 신발 상가 B동 옥상에 위치한 DRP (Dongdaemun Rooftop Paradise)입니다. 계단을 올라 옥상에 도착하면, 오래된 선풍기 망에 색종이로 오려 만든듯 한 촌스러운 글씨가 먼저 다가옵니다. 그리고 우리를 반기는 것은 이태원 루프탑 카페 못지않은 탁 트인 서울 전망입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가와 초록빛 나무, 청계천 일대, 으리으리한 쇼핑몰, 복잡한 사람들의 인파와 차량 행렬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무척이나 묘한 느낌입니다. 옥상에는 학교 책상과 걸상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공사 가림막이 테이블 다리가 되어줍니다. 공간 구석구석 심어져 있는 초록 식물들과 다육이들의 성장이 이색적입니다. 마치 오래된 세탁기와 TV를 벗 삼아 생존하는 듯 느껴집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커뮤니티 테이블과 DJ 좌석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자주 쓰지 못하는 재활용품들이 단순히 모여 있는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호주에서 볼 수 있는 힙한 카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곳에 사람들로 가득하고, 음악과 대화로 채워지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집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옥상불판’이라는 모임도 DRP에서 열린다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여행정보 ○ 동대문 문구 완구 거리 : 서울 종로구 종로52길 36 – 영업 [평일] 08:00~19:00 [토] 10:00~18:00 [일] 10:00~16:00 – 가는 법 : 동대문역 4번 출구 ○ 동대문 신발 도매 상가 : 서울 종로구 창신동 436-65 – 영업 03:00~14:00 (일요일 휴무) ○ DRP : 동대문신발도매상가 B동(서울 종로구 창신동 436-78) 6층 |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