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일이 40여일 남았다. 공약은 쏟아져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좋을 것도 같지만 우선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만사가 귀찮을 뿐이다.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은행 알처럼 그저 그렇게 지나치고 있음이 사실 아닐까. 은행 알이 발에 밟혀 깨지건 말건, 서민들은 내려가는 집값과 올라가는 전세금에 가슴을 조이고 있다.
2013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2.8%, 한국은행은 3.2%, 한국개발연구원은 3.4%를 예측하고 있다. 이런 낮은 성장률이라면 접시 물에 목욕을 할 판이다. 그럼에도 대선주자들은 ‘경제성장의 수영장’을 만들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3.3㎡당 818만 원이다. 서초구는 1201만원, 강남구는 1199만원, 송파구는 1026만원, 용산구는 960만원, 양천구 910만원, 중구 909만원, 광진구는 901만원이다. 전세금은 오르고 집값은 내려가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대책은 없는 것인지 후보들은 딱 입을 다물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는 완만한 회복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가계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날로 근심이 늘어가고 있다. 골목골목에 들어서 있는 편의점도 10%가 부실점포라고 하니 갈수록 태산이다. 집값이나 전세금도 모두 단일화 하고, 백화점이나 편의점도 단일화할 수는 없을까?
유주택자들의 “거래활성화”라는 서러운 짝사랑은 작년에도 금년에도 계속되고 있고, 빚을 갚고자하는 애타는 가슴은 타도 타도 연기마저 없다. 건설사들의 어려운 실정인들 오죽하랴? 아무리 큰 절을 넙죽해도 은행문턱은 저승문턱이고, 70% 입주는 천당문턱이다.
지방 부동산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멀리 뛰고 높이뛰기 보다는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리라. 경기서북부는 어떤가? 소송과 입주거부가 뒤엉킨 아수라장이다. 건설사들은 얼굴마담을 내세워 온갖 입주유인책을 써보지만 손님들은 술값이 무서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다.
경기 동남부와 서남부는 빈 잔칫집이다. 오라는 사람도 없고, 반기는 사람도 없다. 동탄2기 신도시 분양으로 기다리는 사람도 있지만, 첫 번째 분양이 미분양이고 보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서울 남부는 값이 싼 주택을 분양하고 있어서 그런지 강남에 집을 마련하겠다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반짝거리고 있음도 사실이다.
강남에 집 사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제비 따라 강남 간다고 했으니 이참에 제비 날개를 꼭 붙들고 당첨의 영광을 누리시라. 대선주자들이 주택활성화 공약 내걸지 않아도 부동산은 때가 되면 벌에 쏘인 밤톨처럼 쫙 벌어지게 될 것이다. 알밤이 벌어질 때까지 참을 수 있느냐는 개개인의 능력에 달려있다.
비실비실하던 머슴아도 군대 갈 나이가 되면 가슴이 벌어지고 건장한 청년이 된다. 돼지처럼 못 생기고, 두꺼비처럼 두루뭉술한 처녀도 이팔청춘이 되면 생머리에 에스라인 미녀로 변하는 세상이다. 부동산이라고 언제까지 어둠 컴컴한 골방에 쳐 박혀 있겠는가. 해가 뜨기(경기가 풀릴 때)를 기다리고, 말벌이 쏴줄 때(호재가 일어날 때)를 기다리시라.
하지만 부동산은 옛날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오르는 폭이 작다는 뜻이다. 인플레 뒤에는 언제나 부동산이라는 그림자가 따라 다녔지만, 요즘은 영 시원치 않다. 그리고 앞으로는 세금도 무거워 지게 된다.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보면 모두 세금타령이다. 부동산 움직이면 세금은 바로 고공 사다리가 될 것이다.
무거운 세금을 감수하고라도 지금은 대형주택으로 갈아탈 시기로 봐야 한다. 대형주택의 하락폭은 중소형 하락폭의 2배가 되어 4돈짜리 금반지나 2돈짜리 금반지나 가격이 비슷해져 버렸다. 용인 어느 곳은 오히려 작은 금반지가 큰 것보다 값이 비싼 곳도 있으니 세상에 이런 법도 있단 말인가? 2008년 14억짜리 주택이 지금은 7억이라도 임자가 없다.
경량급 권투선수는 잔 펀치로 승부를 가리지만, 헤비급은 한 방에 나가떨어짐을 기억하시리라. 지난 2-3년 동안 소형주택의 지나친 공급 확대가 향후 주택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소형주택 공급은 재건축과 재개발로 발생하는 소형주택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거늘, 이런 조절을 무시하고 막 지어댔으니 나중엔 그 피해도 서민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옛날에는 총선이나 대선이 부동산의 호재가 되었지만 지금은 악재가 되고 있다. 행여 표가 떨어질까 봐 부동산활성화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단일화도 좋지만, 한 가지 공약을 내놓더라도 피부에 와 닿고 눈에 쏙 들어오는 공약을 내 놓으시라. 지금은 서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