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첫째 시간은 수학 시간이예요.
마로는 수학책을 펴며 자신 있게 말했어요.
"두 자리 수 더하기 두 자리 수 계산은 너무 쉬워.
그러니까 60쪽 ~ 61쪽까지 얼른 풀어!"
마로의 말이 끝나자, 온유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근데 왜 우리한테 반말하지요?
선생님은 공부시간에 우리에게 꼭 존댓말을 쓰는데?"
"어? 알았어. 아니, 알았어요."
5
선생님은 마로 자리에 앉아 수학문제를 풀었어요.
‘어, 만화책이다!“
선생님은 몰래 보기로 했어요.
“크크큭.”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어요.
마로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쳤어요.
선생님은 만화책을 집어넣는 척 하고 다시 보았어요.
'화장실에 가고 싶다. 어떡하지? 공부 시간인데…….
말해야 하나, 참아야 하나?‘
선생님은 이리 흘끔 저리 흘끔 계속 눈치를 보았어요.
6
문제를 푼 아이들이 수학 익힘 책을 들고 나왔어요.
마로는 채점을 시작했어요.
'휴, 채점하는 것도 힘드네.'
마로는 얼른 시계를 보았어요.
시간이 한참 흐른 것 같은데 겨우 10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채점을 마친 아이들은 수학놀이를 하였어요.
마로도 놀이에 끼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채점해 달라고 나온 아이들이 점점 늘어 뒷문까지 이어졌거든요.
7
"마로 선생님! 저……. 있잖아요."
선생님이 몸을 비틀고 주저거리며 말을 꺼냈어요.
"저, 저, 급해요."
채점을 하느라 고개를 숙인 채 마로가 말했어요.
"지금 채점 중이니까 말 시키지 마세요! 바쁘단 말이에요."
선생님이 몸을 배배 틀었어요.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었어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우르르 복도로 뛰어나갔어요.
화장실에 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자꾸만 웃었어요.
'화장실에 오는 게 뭐가 재미있다고 웃지?'
하지만 선생님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올랐어요.
왠지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어요.
"공부 시간은 너무 길고 쉬는 시간은 너무 짧아. 그렇지, 얘들아?'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8
복도는 얼굴이 비칠 정도로 매끈매끈했어요.
"얘들아, 우리 미끄럼 타고 갈까?"
선생님께서 쪼그려 앉자 아이들이 선생님의 두 팔을 잡았어요.
쓩~
선생님은 순식간에 교실 앞까지 미끄러져 갔어요.
'우아, 이거 보기보다 재밌는데? 꼭 스케이트 타는 것 같아.'
"이제 너희 차례야."
선생님은 아이들의 팔을 잡고 슝~ 달려갔어요.
그런데 아뿔싸!
복도 끝에 교장 선생님이 서 계셨어요.
교장 선생님에게 딱 걸렸지 뭐예요.
선생님과 아이들은 손을 들고 벌을 섰어요.
다른 반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지나갔어요.
'그래도 기분이 최고였어.'
9
두 번째 시간은 즐거운 생활시간이에요.
마로는 신이 나서 외쳤어요.
"운동장으로 나가세요! 오늘은 체육을 두 시간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와~ 소리를 지르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엄마야! 나 살려!"
"밀지 마! 밀지 말라고!"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나가는 바람에 아이들이 넘어지고 자빠지고 난리가 났어요.
10
마로는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거울을 보았어요.
영락없는 진짜 선생님 모습이에요.
흠, 헛기침하고 운동장에 나가니 지우가 울고 있었어요.
무릎에서는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지요.
"으악! 피다!"
마로가 소리치자 지우가 말했어요.
"얼른 보건실에 데려다 줘."
마로는 끙끙대며 지우를 부축해 보건실에 데려다 주었어요.
11
"모두 모이세요."
마로가 호루라기를 불며 외쳤어요.
운동장에 흩어진 아이들을 모으는 일은 쉽지가 않았어요.
아이들이 겨우 줄을 서자, 마로는 체조를 시작했어요.
"하나 둘, 셋, 넷!"
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말했어요.
"에이, 선생님! 동작이 틀렸잖아요!"
"체조가 뭐 저래? 흐물흐물 오징어 같아."
“체조하는 순서도 모르나 봐.”
12
선생님은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줄넘기를 했어요.
자꾸만 줄이 발에 걸렸어요.
'어, 아무리 연습해도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네.'
줄넘기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한 말이 떠올랐어요.
'줄넘기를 못하는 아이들은 연습을 안 해서 그래요.
연습하세요. 연습을!'
이번에는 분단 별로 이어달리기를 했어요.
선생님은 열심히 달렸지만 자꾸만 뒤로 처졌어요.
"에이, 선생님! 선생님 때문에 우리 분단이 졌어요.
마로가 있었으면 우리 분단이 일등을 했을 텐데……."
13
3교시가 끝나자 마로는 회의에 참석했어요.
가을에 할 운동회 종목에 대해 의논을 하는 거였어요.
운동회를 앞두고 해야 할 일이 어찌나 많은지 머리가 지끈거렸어요.
회의를 끝내고 돌아오자, 교실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어요.
칠판에 가득 낙서하는 아이들.
책걸상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아이들.
마룻바닥에 앉아 공기하는 아이들.
"모두 뭐 하는 거야?"
마로는 화가 나서 책상을 쾅쾅 두들겼어요.
14
이제 마지막 시간이에요.
마로는 오늘 배울 내용을 칠판에 적었어요.
"선생님, 글씨가 너무 작아서 안 보여요."
"글씨가 삐뚤빼뚤해서 무슨 글자인지 모르겠어요."
"다시 써주세요."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마로는 한숨을 푹 쉬며 교실을 둘러보았어요.
책상 위에는 채점을 해야 할 받아쓰기 공책이 잔뜩 쌓여 있었어요.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교실 뒤 게시판에 작품도 새로 붙여야 하고,
급식실에 가서 아이들 밥 먹는 것도 지도해야 하고,
또 아이들을 교문 밖 신호등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어야 합니다.
15
"으앙! 나 선생님 안 할래!"
마로가 교실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어요.
"다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선생님께서 마로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어요.
"휴, 나도 그래. 공부가 제일 쉬운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그렇지도 않네.
학교 끝나면 이게 끝이 아니잖아. 영어학원에도 가야하고, 피아노도 쳐야 하고.
참! 태권도 도장에도 가야 한다고 했지? 난 사실 몸치거든……."
그러면서 선생님은 마로를 꼭 껴안아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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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는 얼른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어요.
"와! 내 자리가 제일 좋다."
마로가 책을 꺼내며 말했어요.
그러자 선생님도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다시는 이 자리를 떠나지 말아야지."
마로와 선생님은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어요. (끝)
첫댓글 읽는 동안 미소머금고~ 흐믓하고~따뜻하고~
언젠가 아이들에게 읽혀질 날을 기다리고 있지요.^^
생각납니다! 선생니이 나고 내가 선생님이라면ㅋㅋ
이 원고가 바로 그 원고인데, 이렇게 쳐박혀 있는 중이랍니다.
헐~ 대교가 왜... 원고료는 받으셨나요?
계약금만 받았죠.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이 그렇게 끝나버렸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