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남원 최명희 혼불문학관과 곡성 조태일시문학관으로 천하장군 191회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꽃샘추위로 답사 중간 살짝살짝 진눈깨비가 날리는 날씨였지만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의
문학세계에 푹 빠져들며 모두들 즐겁게 이른 봄 여행을 즐기셨습니다.
혼불문학관을 들리기 전에 먼저 찾은 곳은 곡성의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입니다. 출발 전부터 날씨가
궂을 거란 예보를 듣고, 예정했던 봄이 오는 지리산 성삼재 드라이브 대신에 급히 변경한 코스이지요.
꽃샘추위만 아니었으면 보성강변길에서 제법 우릴 반겼을 산수유꽃과 매화를 만나지 못하는 것을 살짝
아쉬워하며 강줄기를 따라 들어가다 태안사 입구에 위치한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 도착합니다.
조태일(1941-1999) 시인은 암울했던 7-80년대 군사독재시대의 폭력에 저항하며 시대의 아픔에 침묵하지
않았던 저항시인입니다. 그 분을 기리는 문학관이 서 있는 이 곳은 바로 그가 태어난 탯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는 곡성군 태안사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시문학기념관 관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조태일 시인의 문학세계와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공감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시문학관 답사를 마치고,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바로 앞의 아름다운 오솔길과 유서깊은 태안사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들리기로 하고 남원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혼불문학관이 있는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혼불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혼불마을 주민들이 준비해주신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직접 농사짓고 기른 각종 채소와 산나물로 준비해주신 밥상에는
파란물이 깊게 우러난 쑥국, 말린 무에 돼지감자 등을 넣은 푹 끓인 물 등 평소 쉽게 맛볼 수 없는
정성과 생기가 가득 찬 시골밥상이었습니다. 모두들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하셨습니다.
식사를 준비해주신 혼불마을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혼불문학관은 근원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고자 혼을 불사른 최명희(1948-1998) 작가의 뜻을 기리고자,
소설 『혼불』의 배경이 되는 이곳 전북 남원 사매면 서도리 혼불마을에 2004년 건립한 문학관입니다.
『혼불』은 고 최명희 씨가 1980년부터 1996년까지 17년에 걸쳐 원고지 12000장 분량(총 10권)으로
완성한 대하소설이지요. 1930년대 암울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남원의 몰락해가는 양반가 며느리 3대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에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정신세계를
그려낸 소설입니다. 특히 호남지방의 세시풍속과 관혼상제 등 전통문화를 생생한 우리 언어로
복원해 냈다는 점에서 ‘우리 풍속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혼불』 완간 직전에 난소암에 걸린 것도 숨긴 채 집필에만 매달리던 최명희 씨는 책이 완간된 지
2년 후인 1998년 안타깝게도 쉰 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번 혼불문학관 답사에는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사랑했던 분들, 『혼불』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회원들이 많이 참석하셔서일까 점심식사 후 혼불문학관 문학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하시는 분들,
문학관 안내문을 집중해서 읽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문학관 내부에는 ‘디오라마’라고 해서 소설 속
주요장면을 입체적으로 전시해 놓은 전시 공간이 있는데 입체전시와 동시에 배경음악과 해당소설
부분의 낭독이 이뤄져서 다시금 소설에 빠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회원 중에는 인상 깊었던 『혼불』의 일부분을 동행자와 소곤거리며 그때의 감동으로 빠져드는
분들이 많이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혼불문학관을 나와서 경운기를 타고 혹은 밭둑으로 사잇길을 걸어서 혼불의 중심무대가 되었던
‘종가집’으로 향하는데 빗방울이 점점 거세집니다. 다들 비를 피하며 서둘러 종가를 둘러보고 나와선
혼불마을 주민들이 준비해주신 산뽕잎차로 몸을 녹입니다. 따뜻한 방안에서 밥상에 빙 둘러앉아
따뜻한 차를 나누는 맛이 어떻게나 여유롭고 좋던지. 이렇게 날씨가 궂은 날은 또 이런 맛이 있습니다.
평소 바쁜 여행 중에는 맛볼 수 없는 여유를 만끽하게 해주니까요.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옛 서도역. 소설 『혼불』의 주요무대가 된 이곳은
1932년에 지어진 우리나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사로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기차는 다니지 않습니다. 2002년 전라선 철도가 옮겨지면서
신 서도역사로 이전하였고, 헐릴 위기에 처했던 구 서도역사는 남원시가 매입, 현재 영상촬영장으로
보존활용 중이지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에 들린 구서도역은 을씨년스러울까 싶었으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목조건물 역사를 보니 편안함과 예스러움이 묻어나 정감이 갔습니다. 날씨 좋은 날 편안히 쉬어가고
싶은 곳, 연두빛 푸른 새순이 돋을 때쯤 다시 한번 찾아 철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아담한 간이역이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떠났던 이번 혼불문학관 문학답사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살짝 춥고
비도 맞으며 회원님들께 약간은 고생스런 여행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늘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행길을 즐겨주시는 회원님들 덕분에 즐겁고 안전하게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여행에 참여해 여행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행의 피곤함을 잘 푸시고, 여행에서
받은 에너지로 일상에 활력과 여유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다음여행인 3월 17일 수요일 ‘선암사 홍매와 산수유마을’ 답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반가운 얼굴들
다시 뵙길 바랍니다.
2010년 3월 10일 천하장군문화유적답사회
정지인 드림
첫댓글 비 때문에 소설 "혼불"의 배경지를 좀더 돌아보지 못한것이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비를 맞으면서 종가집을 돌아보아서 좋았습니다.
늘쌍 그렇지만 답사후의 초록별님의 여행기가 기다려집니다.
그날의 느낌이 잘 정리가 되거든요.
매번 회수가 더해갈수록 초록별님의 진행솜씨가 발전되어서 이번여행에서는 거의 완벽하였습니다.
좋은 여행으로 이끌어 주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 유의하십시요.
저두요 ~ 이하동문입니다요! 초록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