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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첸자오로 2018 트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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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주얼리 디자이너 김성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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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거행된 비찬자오로 박람회. 메인 전시장의 썰렁한 느낌과는 다르게 비첸자오로 박람회 측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월 바이어의 수는 2017년 에디션보다 10% 증가한 3만 6천명 이상이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사실 1월에 열리는 주얼리 박람회의 성패는 전년 크리스마스 시장의 판매성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에 참여한 한 진주 회사는 “작년 9월달에는 많은 바이어들이 제품을 구입했는데 이번 전시는 매우 한산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제조업체들과 소매업자들의 연말 판매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 금고를 비우지 못한 탓에 새로운 투자를 꺼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면 누구라도 10년, 20년 전 보다 그 다양성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예전에는 금실로 짠 주얼리·디자이너의 서명이 들어간 기하학적인 목걸이·보석을 여러 형태로 연마한 세련된 반지 등 볼 것도, 배울 것도, 눈요깃거리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탈리아 주얼리 시장은 다양성을 잃어가고 단조로워지는 느낌이다. 명성과 존경도 좋지만 일단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회사들의 실리추구적 생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거대 그룹에 속한 유명 브랜드들의 글로벌화와 소셜 네트워크에서 스타 블로거들이 소개하는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전 세계 소비자와 제작자들의 취향을 일률적으로 만들어버린 이유도 간과할 수 없다.
다이아몬드와 금 주얼리업계의 침체는 럭셔리 시계시장의 활성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금 주얼리를 구입하는 소비자들 중 대부분은 금과 다이아몬드의 재산적 가치에 큰 비중을 두고 투자의 목적으로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얼리는 되팔 때 아주 유명한 주얼리가 아닌 이상 금과 다이아몬드의 현 시세 값을 받지만 로렉스와 파텍 필립을 비롯한 스위스의 유명 브랜드 시계들은 모델에 따라서 구입했을 때 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성을 떠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들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고급 액세서리가 되었기 때문에 같은 가격일 경우 시계는 쉽게 팔리는 반면 주얼리는 몇 십 배의 노력을 해야만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 특히 특별한 디자인이나 컬러스톤이 삽입되어 있는 경우 더 어렵다. 이와 같은 시계 붐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주얼리 제조업자들은 보석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디자인 혹은 시장의 요구에 맞는 쉽게 팔릴 디자인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짐작된다.
주얼리 디자인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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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유럽 주얼리 시장의 트렌드는 아직도 팔찌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PANDORA)의 압도적인 시장 장악은 주얼리 업계의 경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실 판도라처럼 개인화시켜 착용하는 형태의 팔찌는 같은 나라 브랜드인 트롤비즈(Trollbeads), 그리고 뽀멜라또(Pomellato)의 서브브랜드 도도(DoDo), 노미네이션(Nomination)과 같은 브랜드에서도 출시했었다. 하이 주얼리 브랜드인 뽀멜라또가 운영하는 도도 또한 전 같지는 않더라도 이탈리아 젊은 층 사이에서 아직도 인기가 높다. 한편 판도라와 같은 형태이지만 트롤비즈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인지 아니면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인지 이탈리아에서는 그다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각 도시에 로드샵 및 코너를 둔 판도라 브랜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발렌타인데이 전후에는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주얼리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인기 있는 아이템이 나타나면 곧이어 다른 제조업자들이 비슷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이번 비첸자오로 전시회 기간에는 물론 금으로 제작한 비드팔찌 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이탈리아의 중소 주얼리 회사들은 판도라 팔찌의 매력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와 색상의 비드(구슬)를 상황에 따라 원하는 만큼 구입할 수 있다는 데에 착안하여 이와 비슷한 형식의 다양한 디자인을 출시했고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작고 가벼우며 발랄한 제품을 많이 선보였다.
이탈리아 주얼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작년 말부터 가장 기본적인 클래식 제품들을 쇼윈도우에 디스플레이하고 있다. 이는 유럽 소비자들이 디자인과 파베스톤으로 포장된 높은 가격의 제품보다 실제로 보석의 가치가 높이 평가된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케이트 미들턴의 약혼반지(레이디 다이애나의 반지를 리모델링한 것)처럼 오벌컷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에 다이아몬드를 둘러 심플하게 만든 클래식 제품은 각 브랜드의 머스트 해브 제품이 되었다.
프랑스 브랜드 메시카(Messika)와 레포시(Repossi)의 미니멀 스타일도 트렌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미니멀 스타일의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아무나 소화해낼 수 없는 신세대의 스타일로, 영화배우와 뮤지션들로부터 사랑받으며 주얼리 시장의 디자인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들은 주얼리 제작에 전통적인 소재였던 꽃이나 나비, 나뭇잎 같은 자연의 형태를 배재하고 기하학적인 무늬, 단순함, 제작 노하우,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젊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메시카는 현재 세계 최고의 모델 중 한 명인 지지 하디드와 함께 Messika by Gigi Hadid 컬렉션을 발표해 주얼리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귀금속 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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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5년도 넘었네요..
비찬자오로 박람회의 기억이
그땐 피곤한줄도 모르고 부스마다 헤메고 다녔었는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