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완이의 소변지림은 여전히 계속되고 상쾌하지 못한 하루는 또 그렇게 시작됩니다. 우선 헹굼+탈수코스부터 1회 돌려 이부자리 오염부터 대략 씻어낸 후 본격적으로 세탁코스를 합니다. 이렇게 하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땀젖은 여름 옷들과 바닷물에 들어갔던 옷들도 이런 방식으로 했더니 섬유유연제 쓰지않고도 꿉꿉한 냄새에서 벗어납니다.
대소변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하든 보상을 주지않으려 노력하는데요, 그나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젖은 옷 벗기고 '절대 샤워 시키지 않기' '옷 스스로 입을 때까지 놔두기'입니다. 대소변 문제가 일어나면 당연히 조치되는 것이 샤워인지라 일상생활 속에서 고쳐야할 행동을 오히려 더 강화되는 요인이 되기도합니다.
울어제끼거나 과격하게 요구하면 더 빨리 원하는 것을 쥐어주게 되고, 아이쫒아다니면서 밥 떠먹여주기 등은 잘못된 행동임에도 오히려 보상으로 강화시켜 결국 고칠 수 없는 나쁜 행동으로 굳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제가 완이에게 아무리 그렇게 한다고 바꾸기 어려운 굳어진 뇌구조가 쉽게 반응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해서는 안되는 행동에 대한 인식작업은 꼭 필요합니다.
아침에 잠에서 깬 태균이 완이가 벌거벗고 있는 꼴을 못 봅니다. 옷을 주긴 했지만 혼자 입질 못하니 아주 가관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를 지켜보던 태균이가 완이가 똑바로 옷을 입도록 조치를 해줍니다.
어제는 밖으로 나가자고 재촉해대던 태균이가 어쩐 일인지 자꾸 뭉기적거리는 완이를 보다못해 바지를 막 입힙니다. 혼자입는 꼴을 보니 안되겠다싶은지 나서는 꼴이 너무 웃깁니다. 의지상실의 완이와 열성으로 옷을 입히는 형아의 표정이 너무 대조적이라 웃음이 다 납니다.
뭐 하나 시작하기도 어렵고 끝내기도 어려운 완이의 태도는 저에게는 물론이고 태균이에게도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한 두시간 바짝 바다수영 즐기고는 집에 가자고 하는 하는 태균이와 달리 처음에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겨우 물웅덩이 하나 잡고는 자리잡는다 싶은데, 작은 웅덩이가 밀물로 거의 찰 때까지 그렇게 바닷물을 이불삼아 2시간이상 누워있기도 합니다. 밀물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들자 그제서야 빠져나옵니다.
태균이가 즐기는 천연수영장에 하도 들어가고 싶어해서 제가 확 밀쳐 빠뜨렸더니 기겁을 하고 바위 위로 올라옵니다. 깊은 물에서 위험한 짓 할 일이 없으니 그건 다행입니다. 물을 그토록 좋아하면서도 조금 깊다싶으면 불안부터 앞세우니 뭔가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가 없는 이 안타까운 상황...
어떤 초6학년 아이가 태균이랑 친구하고 싶은지 자꾸 태균이에게 말을 겁니다. 그냥 웃기만 하는 태균이도 안타깝습니다. 첫번째 말걸었을 때는 그냥 놔두었는데 두번째 말걸었을 때는 제가 나서서 말을 못한다고 했더니 그렇군요 라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녀석표정도 왠지 외로워보입니다.
신산리 같은 동네에 살고있다고 하는데 아이를 데리러온 여자가 아들이 아니고 조카라고 하고... 왠지 사연이 있는 녀석같습니다. 태균이가 물에서 하도 신나게 놀아대니 같이 놀고싶었나 봅니다. 태균이 외모가 어른나이임에도 어른같은 면이 별로 없으니 친구같은 형쯤으로 여긴 것 같습니다. 태균이가 많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찡합니다.
이제는 저를 떠나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도 유심히 지켜보곤해서, 점점 배워가는 것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바다수영도 매일 했더니 더 익숙해지고 나름 수영연습도 되는 듯해서 올 여름 더 열심히 해야되겠습니다.
첫댓글 형아 같기도 하고 삼촌같기도 하고 너무 흐뭇한 장면이네요^^
태균씨 수영하는 모습, 파도 소리 함께 넋 놓고 바라봅니다.
사연 있을법한 초딩 6년생도 마음 언저리에 남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