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빙도 안성맞춤… 교회 상황에 맞는 로드맵부터 마련을
장창일2026. 4. 21. 03:09
[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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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쓰는 청빙보고서
게티이미지뱅크
교회 리더십 교체는 교회 역사를 계승하고 미래를 향한 길을 여는 전환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청빙을 계기로 더욱 건강한 신앙 공동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큰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청빙이 여전히 어려운 숙제인 이유다. 더욱이 교회마다 처한 환경과 교인의 구성, 공동체의 역사 등이 다르므로 노회나 총회가 청빙 절차를 꼼꼼히 마련하더라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좋은 청빙을 위해선 교회들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100개 교회의 청빙 사례를 연구한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성공한 청빙과 반대의 경우를 자세히 분석해 시행착오를 겪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청빙으로 인한 실수를 줄이기 위한 고민의 출발점은 각 교회가 처한 특수성이다. 획일적인 청빙 방침보다는 교회마다 잘 맞는 청빙 로드맵을 만드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결국 ‘다시 쓰는 청빙 보고서’라는 주제에 걸맞은 하나의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전국에서 다양한 청빙 사례를 엿본 목회자들이 말하는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안 몇 가지를 살펴본다.
청빙위원회는 ‘단수 추천’
보통의 청빙 절차는 담임목사 은퇴를 앞두고 청빙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본격화한다. 청빙위원들은 담임목사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하거나 특정 목회자를 만나 담임목사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공동의회에 선보일 후임 후보를 추린다. 역설적이게도 청빙의 1차 균열이 바로 이 단계에서 발생한다. 청빙위원회가 공동의회에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공동의회는 세례교인이 참여하는 교회 최고 의결 기구다.
박요한 서울 송정교회 목사는 2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청빙위원회가 공동의회에 2~3명의 후보를 추려 소개하면 이때부터 인기투표가 시작된다”면서 “특정 후보가 70% 이상 지지를 받고 담임목사가 되더라도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30% 교인은 새 담임목사와 만나기 전부터 마음이 갈리고 돌아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발부터 적지 않은 갈등 요인을 등에 지고 목회를 시작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새 담임목사에게 주어진다”면서 “실제 이런 청빙으로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와 교인이 갈라선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청빙위원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서울 마포구 A교회 청빙위원으로 활동했던 B장로는 “한 번 위임 받으면 최소 20년 동안 함께 지내야 하는 담임목사 후보를 단 한 명만 추천하는 것에 대한 청빙위원들의 부담이 크다”면서 “결국 2~3명 후보를 추려 공동의회에 소개한 뒤 교인들이 정하도록 하는 관행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 C교회 담임목사 청빙 중 마지막 2명 후보에 들었던 D목사는 ‘설교 경연대회’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소개했다. 현재 서울의 한 교회 담임목사인 그는 “두 번 설교할 기회를 줬는데 사실 10년 이상 설교한 목사들이 이걸 못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결국 교인들도 얼마나 인상이 좋은지, 목소리가 좋은지 등을 보고 투표하게 되기 마련이다. 사실 이런 방식의 청빙은 변별력마저 없다”고 아쉬워했다.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는 “청빙위원회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복수 후보를 교인들에게 소개하는 건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갈등 요인을 내포하게 된다”면서 “주변 자문을 구하고 세심한 평판 조회 등을 통해 한 명의 후보를 교인에게 추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개 청빙과 추천제 병합
2016년 서울 서초구 반포교회는 공개 청빙과 추천제를 병합해 강윤호 목사를 청빙했다. 공개 청빙에 응한 목사만 170명을 웃돌았다. 서류를 검토한 청빙위원회는 ‘30명→10명→5명’ 등으로 후보자를 압축했다. 이후 청빙위는 지원자 중 2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최종 1인을 정했다.
하지만 교회는 공개 청빙과 동시에 장로회신학대의 한 교수를 통해 강 목사도 추천받았다. 즉 이 교회 청빙위는 공개 청빙과 추천을 통해 추린 2명의 목사를 두고 최종 심사를 거쳐 강 목사를 공동의회에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보통 청빙위가 단수 추천하더라도 설교를 들어보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만 이 교회 교인들은 강 목사의 설교도 듣지 않고 새 담임목사로 낙점했다. 교인들이 청빙위원회를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장기적인 준비는 필수
목회자가 70세 이전에 조기 은퇴를 선언하더라도 담임목사의 은퇴 예우와 새 담임목사 청빙 등이 준비되지 않아 은퇴 시기가 미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의 E교회도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를 발표한 뒤 3년이나 지난 뒤에야 실제 은퇴와 후임 담임목사 청빙이 결정됐다.
최근 부흥하지만 상가에 입주해 공간이 필요한 교회와 건물은 있으나 목회자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교회, 양자 사이의 합병이 늘어나는 것도 체계적인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해 생기는 궁여지책이라는 게 교계의 공통 지적이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60421030933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