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74>
아짐씨, 참으로 물건이네
3. 꽃은 피어 만발한데(16)
총각놈이 온 것은 옥녀가 잠이 들둥 말둥 서너 식경을 기다렸을 때였다. 젊어 청춘 좋은 그 때, 엊그젠 줄 알았더니, 하고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발딱 치켜들고 귀를 기울이는데, 아짐씨가 이 안에서 참말로 기다리는가, 어쩐가 하고 중얼거리며 들어섰다.
"어찌 인자사 오신다요? 설마 진국은 주모헌테 다 빼주고 온 것은 아니겄제요?"
옥녀가 총각놈의 널찍한 가슴패기에 얼굴을 묻으며 종알거렸다.
"먼 소리? 닭 한 마리 묵고 다리 하나값만 돌려주고 오는 길이구만. 그 아짐씨도 참, 화로가에 엿 놓고 온 것 맨키로 서둘러대드만, 막상 절구질 댓 번에 나가 뻗어뿔등구만. 문전에서 몇 번 얼쩡댄깨 정신을 놓아뿔드랑깨. 막상 집안에는 들어가보도 못했구먼."
총각놈이 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중얼거렸다. 옥녀가 쓰러지듯 놈의 옆구리 쪽에 붙어 앉으며 가슴에 손을 집어 넣었다.
"어띠어? 임자는 살맞추는 재미를 아능가? 주모처럼 묵잘 것도 없이 욕심만 많은 계집은 아니겄제?"
"그것이사 맞촤보면 알 것이 아니요? 참말로 진국은 안 뽑았제요?"
옥녀가 이번에는 총각놈의 사추리 밑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고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나 잡아묵으면 용체, 하고 있는 대물놈을 움켜 쥐었다. 순간 손바닥에 화상을 입을 만큼 후꾼한 열기가 느껴졌다.
'참으로 쓸만헌 놈이네. 자고로 사내나 계집이나 아랫녁은 따땃헌 것이 좋다고 혔는디.'
옥녀가 침을 꿀꺽 삼킬 때였다. 총각놈이 무엇에 떠밀린 듯 계집을 배 밑에 깔았다. 이미 서너식경을 달구고 있던 계집의 화덕이었다. 절구대로 짓찧어질만큼 짓찧어진 절구통이었다. 그걸 모를 잡놈이 아니었다. 문 밖에서 몇 번 기웃거리는 체 하더니, 불쑥 쳐들어왔다.
"흐메, 환장하게 좋은 것.'
계집이 비명을 내지르는데, 총각놈이 중얼거렸다.
"흐흐흐, 그 아짐씨, 참으로 물건이네. 들이당착에 인사로 움죽움죽 조이고, 보들보들 따땃헌 것이 좋아 죽겄소."
"그러요? 딴 년덜보다 좋기넌 좋소?"
옥녀가 숨을 푹푹 내쉬다가 사내의 귀부리를 물고 잘근잘근 씹다가 허리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다리를 쭉 뻗으며 물었다.
#가루지기 <75>
살살 헙시다, 살살.
3. 꽃은 피어 만발한데 <17>
"내 이날 이때껏 수많은 계집을 봤지만, 아짐씨겉은 여자는 또 첨이요. 잘못허면 절구질도 제대로 못해보고 절구대가 어장이 나겄소. 가만히 좀 있으시요, 가만히."
"그래서는 안 되지요. 초장부텀 막장을 보아서는 주모한테 못헐 짓을 헌 보람이 없제요. 안 그렇소? 살살 헙시다, 살살."
옥녀가 막상 방아를 다 찧기도 전에 절구대가 부러질까 염려되어 몸의 움직임을 멈추고 혼자 싱긋 웃었다. 절구대가 신통치 않다 싶으면 문전에서 얼씬거릴 때에 뻗어버리게 만들었지만, 총각놈한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참으로 오랫만에 만난 대물이 아닌가? 절구통 속의 곡식을 골고루 자근자근 찧어줄만큼 놈의 절구대는 길이며 굵기도 딱 알맞았다. 오래오래 찧어지고 싶었다.
"헌디, 박생원네 둘째 딸은 참말로 그리 버파입디까? 남녀간의 음양의 이치도 모르는 바보입디까?"
"흐흐, 그것이 그리 궁금허요?"
총각놈이 고개를 치켜 들고 흐흐 웃었다. 무슨 깜냥이 있음이 분명했다.
"세상에 그런 바보천치가 어딨겄소? 이몸이 공을 솔찬히 들였지요."
"공을?"
옥녀가 아랫녁이 심심하여 두어번 움죽거린 다음 물었다. 그 화답으로 총각 놈이 서너차례 절구질을 하다가 대꾸했다.
"아까막시 주막에서 아짐씨헌테 써묵은 대로 공얼 디렸지요."
"허면 무엇이냐? 이녁의 거시기를 처자한테 눈요기를 시켰다는 말씸이요?"
옥녀가 속으로 응큼시럽기도 해라, 중얼거리며 물었다.
"박생원네 집 측간에서 보면 우리집 헛간이 빤히 내려다 보이거든요. 그 집 딸내미가 측간에 앉아있을 때마다 나넌 내 집 헛간에서 소피를 보았지요. 첨에사 얼매나 부끄럽고 낯이 후꾼거렸겄소? 헌디, 언제부텀인가, 골목에서 만내먼 박생원네 둘째 딸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디,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지랭이 사이를 봅디다. 밤송이는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랑깨요."
"헌디, 그 처자가 소박을 맞고 온 것은 무엇 때문이요?"
"한번 사내를 알고 나면 그것이 그리도 참기 힘든 갑습디다. 사내는 손가락 부역이라도 시키는디, 여자는 그 짓도 못허는지, 밤마동 찾아옵디다. 그러니, 이몸이 얼싸덜사 조이고 움죽거리고, 요분질에 감창꺼정 다 갈쳐서 보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