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춘양장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경상북도 오지의 장날에 대한 설래는 기대를 가지고 장날 아침에 일찍 장터로 갔더니 왠걸??
아무 것도 없어서, 아침 먹으로 들어갔던 식당 아주머니로부터 들었던 얘기.
“5일장이 옛날같지 안니더. 촌에 가보소.
마카 꼬부라진 할마이들 밖에 없는데 누가 장에 물건 내고 물건 사러 오겠니껴?”
그 다음날 찾아갔던 봉화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닷새마다 열리는 5일장 구경은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는데,
시골에 노인들 밖에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교통이 발달하고 택배가 보편화 되면서 이젠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게 정말 안타깝습니다.
나중에,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후세 사람들은 ‘메밀꽃 필무렵’을 읽으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카스는 지난 이야기들을 리마인드 시켜줍니다.
2013년 이즈음에 양평의 군 사격장에 탱크 화력시범을 구경갔다가 나오는 길에
양평시내에서 으름을 사 먹고 카스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게 지난 추억으로 떴습니다.
갑자기 으름이 먹고 싶어졌고 양평장에 가면 있겠다 싶었죠.
봉화장이, 춘양장이 시들시들한데 양평장은 의외였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주마간산 식으로 구경했지만 없는 거 빼곤 다 있는 재미있는 상당히 큰 장터였습니다.
시장구경하며 할머니 두 분한테서 뿌리 굵고 잎사구 싱싱한 씀바귀를 샀고,
상태 좋은 싸리버섯도 샀고,
향좋은 깻잎도 샀고,
밀가루 덜 묻힌 약간 맵다는 고추부각도 사고,
목에 좋다는 도라지청도 샀고,
깨끗하게 잘 다듬은 영지도 12만원 달라는 걸 깎아서 10만원에 샀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 약되는 먹거리들만 샀네요.
그리고 좌판에 앉아서 국밥 한그릇씩 했습니다.
얇게 부친 배추전도 먹고 싶었는데, 그건 다음에!
이거 와!
아직도 달걀을 이렇게 ㅎㅎㅎ 장터 아니면 이런 걸 어디서 보겠습니까?
장날구경하는 맛입니다.
씀바귀는 잘 다듬어서 숨죽으라고 이틀동안 소금물에 담궜다가 10번 이상 깨끗이 씼은 다음 ㅋㅋ
쪽파를 섞어서 씀바구김치를 만들었는데 이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약입니다.
싸리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서 깨끗이 씻은 다음 물에 담가뒀습니다.
사나흘 담궈서 독기를 뺀 다음에 냉동해두었다가 육개장 끓일 때 ㅋㅋ
깻잎은 양념장 만들어서 차곡차곡 재워두었습니다.
벼메뚜기를 다 파네요.
어릴 때 논에서 이거 잡아다가 프라이팬에 튀겨서 먹고 그랬는데.
태백에도 논이 조금 있었지요.
홍화꽃 말린 건데 물에 타서 먹으면 어깨아픈데 즉효라고 ㅋㅋ 사지는 않고 시식만 했습니다.
양평장은 3.8장입니다.
<네이버에 비하면 다음 카페는 정말 불편합니다 ㅠㅠ 재미있는 사진들이 더 있는데>
첫댓글
익히 알고 있지만 정말 대~~단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