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으며 생각하며 >
◐ ‘고구동산길’과 ‘까치산길’ 걷기
글쓴이/ 제은 김 금 도 *<산행기>
★ (필자: 前 경남경찰청장)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남부지방을 제외하고는
비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아 중북부지방 농민들은 시름이 가득하다.
이로 인해 채소 값이 오르고, 극심한 가뭄 탓에 강물에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짙은 녹색으로 변한 한강 성산대교 부근에는
녹조(綠潮)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다. 일기예보로는 서울 등 중부지방에
비가 내린다니 기다릴 수밖에 없으나 백성들은 목이 마른다.
오늘은 ‘고구동산길’ 과 ‘까치산길’ 걷기에 나섰다.
이곳은 도심에서 걷기 좋은 곳으로 추천된 산책길이다. ‘고구동산길’ 은
동작구관할의 서달산에 있고, ‘까치산길’ 은 동작구와 관악구 경계(境界)
지역에 길게 뻗어있는 까치산공원에 있는 산길이다. 두 산은 나지막하고
능선이 편편하여 산책 코스로는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일행은 노들나루공원(옛 노량진배수지공원)을 출발하여 ‘고구동산길’
따라 삼림욕을 즐기며 잣나무 길을 걸었다. 이 길은 ‘동작 충효길’
이기도 하다. 진초록의 땅위에 태양은 타 오르고 인체에 좋다는
잣나무향이 온 몸에 스민다.
산책길에는 종합안내판, 방향안내판, 역사문화안내판 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조선시대 청백리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엮은
목판이 곳곳에 붙어있어 눈길을 끈다.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오늘의 정치인들이 이 산길을 걸으며
청백리정신을 닮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길 중간 중간에
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물과 잣나무 길을 지나 정상에 있는
‘동작대 전망대’ 에 오르니 탁 트인 한강변의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구동산길’ 이 끝나는 백운고개(백운이고개)를 지나 ‘까치산길’ 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동작구와 관악구의 갈림길이어서 행정사각지대(行政死角地帶)
의 문제점을 노정한다. 안내판도 없어 물어물어 아파트단지를 가로질러
‘봉천어울림길’ 따라 한참을 걸어서야 ‘까치산길’ 을 찾을 수 있었다.
‘까치산길’ 은 백운고개와 까치산근린공원에서 사당역을 잇는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곳 가운데 하나다. ‘고구동산길’ 에 못지않게
잘 다듬어진 숲길이다. 옛날에 까치가 많은 동네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우거진 숲속에 까치는 어디가고 초록수풀만 나풀거리며 반기네!
‘까치산길’에서 자귀나무도 볼 수 있고 바람의 언덕에서는
솟대(민속의 하나인 마을 수호신의 상징으로 세운 장대)도 만난다.
자귀나무는 이때쯤이면 실 묶음 같은 연분홍 꽃을 피우고 산바람에
하늘거리는 나무다. 소가 잘 먹는다하여 어릴 때 어른들이 알려준
‘소쌀밥나무’ 가 아닌가? 정겹다.
오늘은 7월이 시작되는 날이다.
초록 숲을 걸으며 생각하는 한나절이 되었다. 젊었을 때는
높은 산을 오르며 즐겼으나 세월이 흐를수록 이런 산길이 좋다.
세월을 이길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마음만은 더 멀리 더 높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곳저곳 찾아
자연과 더불어 우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하루다.
(2015. 7. 1)
청연/편집
♬
첫댓글 살아간다는 건 나이든다는 것이지만 세월은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했습니다.
건강을 챙기면서 사랑하는 친구들과 산책하면서 살아가는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