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를 되돌아보면/ 별 물건이 없나니/ 다만 한 잔의 차에/ 한 권의 경책뿐.” 한생을 ‘무소유’로 살다 간 법정 스님이 생전에 차를 마시며 음미했다는 조선 중기의 고승 부휴 선사의 말이다. 법정 스님이 남긴 수필 ‘햇차를 들면서’(1991년)에는 새벽에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 정성껏 차를 끓이는 수행자의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이 잘 드러난다. 곡우(4월 20일께) 무렵 수확한 햇차를 좋아했던 그는 “향기롭고 맑은 한 잔의 차를 통해 나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의 조건은 우리들 일상의 여기저기에 무수히 널려 있다”며 차를 예찬했다.차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호품이자 문화 아이콘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목마름을 풀기 위해 차를 마시지 않는다. “차나 한잔 하자”는 인사에는 찻잔을 앞에 놓고 편하게 대화하고 싶은 소망이 담겨 있다. 차의 발상지인 동양에선 ‘다선일미(茶禪一味)’란 말처럼 차를 마시는 것이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수행과 같다고 생각했다. 스타벅스 기계에서 뽑아 종이컵에 담은 진한 커피가 속도와 효율의 ‘패스트 라이프(빠르게 살기)’를 대표한다면 장인의 손길이 깃든 찻잔에 맑게 우려낸 차는 자연과 함께하는 ‘슬로 라이프(느리게 살기)’의 여유로움을 일깨워준다.온화한 열대·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차나무의 원산지는 오랫동안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으로 전해져 왔다. 하지만 19세기 초반 인도 아삼 지방에서 아주 큰 잎을 가진 야생 차나무도 발견됐다. 이후 차의 품종은 크게 중국산 소엽종과 인도산 대엽종으로 구분한다. 소엽종은 녹차, 대엽종은 홍차에 적합하다고 한다. 대체로 서늘하면서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크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산된 차를 상품으로 친다.차는 발효(산화) 정도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전혀 발효시키지 않은 녹차 ▶중간 정도 발효시킨 반발효차(우롱차 등)▶85% 이상 발효시킨 홍차 ▶일단 녹차와 같이 처리했다가 나중에 미생물로 발효시킨 후발효차(흑차 등)다. 차의 발효는 흑차를 제외하고 미생물의 작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산화효소에 의해 붉게 변하며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을 뜻한다. 찻잎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성분은 복합적인 맛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테킨 성분은 떫은맛, 아미노산은 감칠맛, 카페인은 쌉쌀한 맛을 내게 한다. 카테킨 성분은 찻잎이 성숙할수록 그 함량이 높다고 한다.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많이 즐기는 녹차는 찻잎을 바로 솥에서 덖거나(볶듯이 익혀) 증기로 쪄 산화효소를 파괴시킴으로써 녹색이 그대로 유지되게 한다.차를 마시는 문화는 나라마다 많이 다르다. 홍차 문화를 꽃피운 영국에서 차는 가까운 사람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 ‘사교’의 수단이다. 우유를 섞은 밀크티를 즐기는 영국인들에게 오후 3~4시 무렵의 ‘애프터눈 티’는 생활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다. 과거 영국에선 하루 세끼가 아닌 아침·저녁 두 끼 식사를 했는데, 홍차를 곁들인 간단한 다과로 늦은 오후의 시장기를 달랬던 것이 유래가 됐다. 실용주의의 나라 미국은 바쁜 현대생활에 맞게 티백·아이스티와 인스턴트 찻가루를 개발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최초의 티백은 1908년 뉴욕의 상인 토머스 설리번이 고안했는데 차 샘플을 고객에게 보내기 위해 실크 주머니에 담은 것이었다.무사도에 바탕을 둔 일본의 다도는 전통 다실에서 엄격한 예법과 절차로 극도의 형식미와 긴장미를 추구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의 인물로 일본 최고의 다도 명인으로 추앙받는 센노 리큐는 “세상에 차를 마시는 사람은 많지만 차의 도를 모른다면 차가 오히려 그 사람을 마시는 것이다”란 말을 남겼다.한국의 차 문화는 세세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시기를 선호한다. 한국인은 약 1400년 전부터 차를 마셨다.『삼국사기』에는 “신라 선덕여왕(재위32~647년) 때 이미 차가 있었다.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겸이 종자를 얻어와 왕명으로 지리산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까지 불교와 함께 융성했던 차 문화는 조선시대 들어 불교를 억압하면서 오랜 침체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연간 세계 차 생산량은 320만t 수준이며, 중국(94만t)과 인도(83만t) 두 나라가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홍차는 세계 차 생산량의 75%가량을 차지하는데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실론)의 우바, 중국의 기문이 세계 3대 홍차로 꼽힌다. 영국 식민지였던 스리랑카는 19세기 중반까지 커피의 주산지였지만 19세기 말 해충 피해로 커피나무가 집단 고사하면서 홍차 재배로 전환했다국내에선 1990년대 이후 녹차가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생산과 소비가 급증했다. 전남 보성·구례·순천, 경남 하동, 제주도 등 남부지방이 주산지다. 그러나 2006년(4080t)을 고비로 녹차 생산은 주춤하고 있다. 일부 대규모 다원을 제외하면 규모가 영세하고 산지를 개간한 경사지 차밭이 많아 기계화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국차의 고품질 이미지 구축과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노력하면서 저급차 생산은 베트남·중국 등 원가가 저렴한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제안했다.
[출처 : 네이버, 중앙선데이, 주정완 기자 ]
<고찰>101매38오보람
: 차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보여주는 기사이다. 늘 곁에 두고 마시던 차. 그 차의 유래, 원산지, 맛잇게 먹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좋은 글인 것 같다. 각 나라별로 차를 어떻게 즐겼는지에 대해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늘 곁에 두고 즐기는 차 였지만 마시기만 할 뿐 차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조차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에 대해서 알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