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흘째(18일), 점심은 밸런스바디 송창현 선생님과 함께 했다.
식사 후, 바로 선암사로 향했다.
조용한 숲 속, 계곡 물소리가 안도감을 준다.
숲속에 계곡이 없다면, 그 적막을 어떻게 견딜지 모르겠다.
나무 틈 사이로 절이 보이고, 절 뒤로 산이 보인다.
절이 있어서, 나무도 보고 숲도 본다.
여린 야생초도 기왓장 위에서는 주목을 받는다.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위치는 중요하다.
바람 한 점 없었고, 종도 울리지 않았다.
종소리를 상상했다.
마냥 좋았던 숲길. 지금와서 보면 결국 사람이 낸 길이다.
늦은 오후, 선암사를 떠나려 하는데 스님들이 마주보고 합장을 하고 계셨다.
절 입구에 모이셨고, 돌아가면서 북을 치셨다.
눈을 감고 그 울림을 들었다.
단조로운 북소리지만, 마음을 거세게 흔들어 놓았다.
북소리가 잦아들고, 종소리가 퍼졌다.
종소리는 숲이 고요했음을 말해준다.
터벅터벅 내려오던 중 누군가 뭔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사슴벌레다.
곤충 중 사슴벌레를 제일 좋아했었다.
절에서 내려와 순천역으로 갔다.
터미널에 앉아있는데, 여수EXPO행 열차가 있길래 표를 끊고 여수로 향했다.
10시 좀 넘어서 여수에 도착해 TV를 보다 잠들었다.
닷새날(19일), 여수 토박이 친구가 여수는 볼 게 없다고 했다.
나도 우리 동네는 볼 게 없는 것 같다.
짜도 좋으니 바닷물을 한 사발 들이키고 싶었다.
오동도 앞 식당에서 제비를 봤다. 피곤해 보였다.
등 위에 집을 짓다니, 밤에 잠이 올리가 없다.
오동도의 전망대. 저 위에 가면 손예진이 해맑게 웃으며 포카리스웨트를 건네 줄 것 같았다.
저 멀리 산은 마치 구름 위에 내려앉은 것 같다.
방파제의 콘크리트 블럭을 볼 때마다, 왜 저런 모양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한 번도 알아보려하지 않았다.
오동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섬이고, 이렇게 셔틀도 다닌다.
중간중간 서고 싶었던 나는 걷기로 했다.
한 척의 요트를 연상시키는 MVL 호텔
대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여수의 풍경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여수에 왔으니 유명하다는 게장을 먹어보기로 했다.
친구가 황소식당을 추천한다.
꽃게는 아니고 돌게란다. 무한리필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먹게되지는 않는다.
이번 남도여행 중 제일 맛있었던 한 끼였다.
오늘 오후, 어느새 10년지기가 된 군대 동기를 만나기로 했다.
여수EXPO역에서 구미행 기차를 탔다.
저 멀리 터널을 기점으로 공간이 4등분된 느낌이다.
<구미>
연일 맑았지만, 동기를 만나는 날은 비가 왔다.
동기는 아들만 둘이다.
승찬이는 엄마를 닮았고, 승빈이는 아빠를 닮았다.
"통닭 시켜줄까?"
이렇게 묻더니 지가 먼저 잠들어 코를 곤다.
아 맞다. 얘는 코를 골았지.
여행 마지막 날, 엿새날(20일)
동기와 목욕탕에 갔다가 박정희 전대통령 생가에 갔다.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우물에서 물을 끌어올리던 펌프라고 한다.
물이 생각처럼 잘 안나왔다.
이걸 사용하면서 한국의 현대화를 꿈꿨나보다.
승찬이도 한 번 해봐야했다.
이후 점심으로 복탕을 먹고, 서울행 무궁화를 끊었다.
"또 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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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등 마는둥 인사를 하고 기차에 올라 동기에게 문자를 보냈다.
"고마워."
첫댓글 사진 하나하나가 정말 멋지네요 ㅎㅎ
출근때문에 뵙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ㅜㅜ
좋은 곳으로 여행도 다니고 좋은 사람도 만나고 일석 2조네^^ 나도 매년 1석2조 여행을 가는데 올해는 1석3조 여행을 꿈꾼다.ㅎㅎ
승민이형 글 솜씨도 멋지시지만 카메라의 파워도 느껴지네요.
저는 내년에 외국으로 1석2조 여행을 꼭 떠나봐야겠습니다.
여행기 잘~ 봤다^^ 난 오늘까지 완전 휴식모드로 찍어온 사진조차 안 열어보고 있는데..ㅋ
사진 정말예술이에요!
사진 최고네요^^
멋져요 ㅎㅎ 사진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