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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즉위 100일’ 레오 14세 교황 행보는?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814500070
입력일 2025-08-20 08:47:59 수정일 2025-08-20 08:47:59 발행일 2025-08-24 제 3455호 10면
가난한 이들, 환경, 평화 등에 깊은 관심
‘사랑과 일치로 이끄는 통합 리더십’ 프란치스코 교황 사목 방침 계승…
자신만의 차별화된 면모 선보여 아우구스티노 성인 영성 자주 언급…
예수 그리스도 중심 신앙 회복 강조
5월 18일 제267대 교황으로서 즉위 미사를 봉헌하며 보편 교회의 목자로서 ‘베드로 직무’를 공식 시작한 레오 14세 교황이 오는 8월 26일로 공식 즉위 100일을 맞는다. 1955년 9월 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교황은 70번째 생일도 앞두고 있다. 교황 즉위 후 보여준 그의 행보는 향후 보편 교회의 방향과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응 방식 그리고 목자로서의 비전과 리더십을 가늠하게 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6월 1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포프모빌을 타고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CNS
교황은 즉위 미사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베드로에게 맡긴 사명 두 가지는 ‘사랑’과 ‘일치’라고 밝힘으로써 첫 교황 베드로의 후계자인 자신도 그 사명을 수행할 것임을 천명했다.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의 길 위에서 일치된 교회를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12년 동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비롯해 평화, 이주민, 환경 문제 등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이미 존재하던 분열의 틈을 더욱 넓힌 측면도 있었다. 때문에 레오 14세 교황은 오늘의 가톨릭교회가 ‘통합의 지도자’(Unifying Leader)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레오 14세 교황이 전임 교황들을 그대로 닮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했던 말을 자주 인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그리고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말도 인용하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자기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적인 교황의 옷을 입었고, 여름휴가를 교황 별장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보내는 등 전임자와는 다른 변화를 보여줬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거주한 것과 달리, 현재 리모델링 중인 교황청 사도궁에서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레오 14세 교황은 시노드적인 교회를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가난한 이들과 환경, 평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던 가치들이기도 하다.
레오 14세 교황의 그간 행보와 앞으로의 방향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예수회 배경과 카리스마를 아는 것이 필수적인 것과 같다.
레오 14세 교황은 5월 8일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자신을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이라고 표현했고, 교황 선출 후 첫 달을 보내는 동안에도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을 자주 언급했다.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로마 일대에서 열린 ‘젊은이들의 희년’에서도 청년들에게 성 아우구스티노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교황이 교부 성 아우구스티노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신자들의 시선을 그들의 주님이며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다시 향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교황은 8월 2일 젊은이들의 희년 밤샘기도회에서 “오래전 성 아우구스티노는 오늘날처럼 기술적 발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 깊은 곳의 욕망을 이해했다”며 “그 역시 불안정한 청년 시기를 보냈지만, 작은 것에 안주하지 않았고, 마음의 외침에 침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어떤 교부인지에 대해서는 “그는 실망시키지 않는 진리,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했는데 어떻게 그것들을 발견하고, 어떻게 희망을 주는 진실된 우정을 찾았을까?”라고 물은 뒤 “자기 자신을 이미 찾고 있던 분을 발견함으로써, 곧 예수 그리스도를 찾음으로써”라고 답을 제시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7월 28일 교황청에서 ‘젊은이들의 희년’ 행사에 참석한 페루 청년들과 만나고 있다. 교황은 페루에서 사제와 주교로 오랫동안 사목했다. CNS
미국 출신 첫 교황이라는 점은 큰 주목을 받았으며, 그는 몇 가지 인상적인 미국 문화를 드러내 보였다. 예를 들어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시카고 화이트 삭스 야구 모자를 쓰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시카고 피제리아(Chicago pizzeria) 피자를 직접 건네받는 모습 등이 있었다.
하지만 교황은 그가 오랫동안 사제 그리고 주교로 사목했던 페루 주민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7월 말에는 교황청에 찾아온 페루 대표단을 만났고, 교황청에는 페루 출신 요리사도 일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교황이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양쪽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며,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사목 경험이 앞으로 그의 결정과 관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교황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공석이 된 교황청 주교부 장관 자리에 누구를 임명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사랑과 일치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가운데, 전통 라틴어 미사의 지위를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사다.
이제 교황은 보편교회와의 ‘허니문' 단계를 지나 사도직의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는 지난 100일 동안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한다는 사실과, 다른 이들 역시 그리스도를 사랑하도록 돕고자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 줬다.
8월 17일 레오 14세 교황이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궁 앞에서 휠체어를 탄 젊은 여성에게 인사하고 있다.CNS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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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세계 지도자 중 ‘호감도 1위’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814500037
입력일 2025-08-20 08:48:03 수정일 2025-08-20 08:48:03 발행일 2025-08-24 제 3455호 10면
여론조사 업체 갤럽, 미국인 1000여 명 대상 ‘세계 유명인사 14명 호감도’ 조사 실시
5월 1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즉위미사 중 레오 14세 교황 모습. CNS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세계 지도자로 뽑혔다.
여론조사 업체 갤럽(Gallup)이 7월 7일부터 21일까지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월 5일 공개한 전 세계 유명 지도자 14명에 대한 호감도와 비호감도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교황은 호감도 57%, 비호감도 11%, 무응답 31%로 나타났다.
갤럽은 ‘14명의 뉴스메이커 중 가장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교황 레오’(Pope Leo Most Favorably Viewed of 14 Newsmakers)라는 제목으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호감도에서 비호감도를 뺀 수치인 ‘순수 호감도’(Net Favorability)도 발표했다.
교황의 순수 호감도는 +46이었다. 호감도에서 52%로 교황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비호감도 34%를 기록해 순수 호감도는 +18이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호감도에서 49%로 3위였지만 비호감도가 38%로 순수 호감도는 +11에 그쳤다. 레오 14세 교황의 순수 호감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조사 대상 14명 중 순수 호감도가 +인 인물은 교황과 젤렌스키 대통령, 샌더스 상원의원이 전부였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호감도에서 43%로 4위였지만 비호감도가 54%로 순수 호감도는 -11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 호감도 41%로 6위인 반면 비호감도가 57%나 돼 순수 호감도는 -16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첫해에 얻은 호감도 57%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3년 즉위 첫해 호감도 58%,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2005년 즉위 첫해 호감도 55%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신자들 사이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76%의 호감도를 얻었다. 즉위 첫해 신자들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80%,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67%의 호감도를 기록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진보주의자(Liberals)로부터 65%, 보수주의자(Conservatives)로부터 46%의 호감도를 얻어 상대적으로 진보주의자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에 반해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첫해에 모두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경우 갤럽 조사에서 일관되게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도가 높았던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12월 갤럽 조사에서는 진보주의자들로부터 70%, 보수주의자들로부터 42%의 호감도를 얻어 레오 14세 교황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얻은 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갤럽은 아울러 "레오 14세 교황이 민주당과 공화당 등 모든 정당 지지자로부터 비호감도보다 더 높은 호감도를 얻은 유일한 인물이고,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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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
교황,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초청해 미사와 식사 함께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818500231
입력일 2025-08-20 08:45:49 수정일 2025-08-20 08:45:49 발행일 2025-08-24 제 3455호 7면
“가톨릭 신자들은 모든 이들 환영하고, 하느님 사랑으로 불타야” 당부 전해
레오 14세 교황이 8월 17일 로마 외곽 카스텔 간돌포 내 ‘찬미받으소서 학교’에서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초대해 식사를 나누기 전 발언하고 있다. CNS
[로마 CNS] 레오 14세 교황이 가난한 이들을 초청해 미사와 식사를 함께하면서 “가톨릭신자들은 모든 이들을 환영하고 하느님 사랑으로 불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8월 17일 오전 이탈리아 로마 외곽 알바노라치알레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델라 로톤다 성지(the Shrine of Santa Maria della Rotonda) 성지에서 알바노교구 카리타스 프로그램 수혜자와 자원봉사자들, 홈리스 체험자, 알바노교구 카리타스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거주하는 가족들과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우리는 주님의 교회, 가난한 이들의 교회이며, 가난한 이들은 모두 하느님이 주신 고유한 말씀을 지니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라며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시는 주님을 맞이하자”고 요청했다. 또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든, 다른 사람을 돕든, 교회 안에서는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이기에 사람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강론 중 서로 다른 인종, 서로 다른 경제와 심리, 감정 상태에 있는 이들을 서로 만나게 돕는 가톨릭 공동체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가장 약한 이들도 완전한 존엄성을 지닐 수 있는, 하나 된 공동체를 만들 때 우리는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하느님의 교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로 시작하는 이날 복음(루카 12,49-53) 말씀에 대해 “예수님이 말씀하신 불은 무기가 내는 불이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불이 아니라 사랑의 불(the fire of love)”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님의 사랑은 봉사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무관심에는 관심으로, 오만함에는 친절함으로 응답하기 때문에 예수님이 말씀하신 불은 무기처럼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수님의 불은 오해와 비웃음, 심지어 박해를 받게도 하지만 우리 안에 그분의 불을 지니는 것보다 더 큰 평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미사 중 기도를 바치며 “가톨릭신자들이 예수님의 가난을 실천하는 이들에 대해 갖는 편견과 경계심을 예수님의 불로써 태워 버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사를 봉헌한 뒤, 카스텔 간돌포 자유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바친 후 알바노교구 카리타스의 도움을 받는 가난한 이들, 자원봉사자들, 페루에서 온 이주민 가족, 독거노인 등을 초대해 ‘찬미받으소서 학교’(Borgo Laudato si’)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날 점심은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와 협력해 알바노교구가 주최했다.
‘찬미받으소서 학교’ 사무총장 파비오 바지오 추기경은 교황을 환영하면서 “가난한 이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은 교황 선출 100일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자리이자, 모든 이들에 대한 돌봄과 피조물에 대한 돌봄을 하나로 통합하는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분명히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음식을 축복하기 전 “차려진 음식들은 하느님 창조물들의 아름다움, 특히 당신과 닮도록 창조하신 인간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면서 “우리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느님의 형상을 드러내고 있듯이, 모든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찾는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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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
교황청 재무원, 교황청 공공 조달 규정 개정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818500240
입력일 2025-08-20 08:45:48 수정일 2025-08-20 08:45:48 발행일 2025-08-24 제 3455호 7면
8월 10일부터 발효…교황청 계약 절차 간소화 기대
[외신종합] 교황청 재무원은 교황청 계약 절차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계약 진행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공공 조달 교령을 개정했다.
교황청 재무원장 막시미노 카바예로 레도 박사는 8월 5일 해당 일반 집행 교령(general executive decree)에 서명했고, 개정된 교령은 10일부터 발효됐다. 이 교령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홈페이지에 게시돼 공포됐다. 이 교령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0년 자의교서 형태로 발표한 ‘교황청 및 바티칸시국의 공공 계약 체결 절차에서 투명성, 통제와 경쟁에 관한 규범’과 관련된 시행령이 포함돼 있다.
개정된 교령은 8장, 52개 조로 구성돼 있으며, 공동 조달 과정에서 공정한 계약 체결을 보장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규칙을 명시하면서, 교황청의 여러 부서 간 협력을 통해 교황청 내부 부서와 외부 계약자 사이의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령은 계약 당사자들을 동등하게 처우하고, 입찰자 간 차별을 방지하려는 교황청의 사명을 재확인하고 있다. 또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관료적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계약 절차 지연을 방지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새 교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발효한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포함해 교회 가르침과 교회법에 따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재정적 결정과 거래 실행에 있어 투명성, 자원의 책임 있는 사용, 그리고 윤리적인 사업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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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레오 14세 교황과 성 아우구스티노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813500011
입력일 2025-08-20 09:30:26 수정일 2025-08-20 16:55:53 발행일 2025-08-24 제 3455호 11면
교황, 위대한 교부의 가르침 속에서 보편교회 이끌 방향 찾을 것
8월 28일은 교회 쇄신의 원천으로 존경받는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이다. 올해는 특히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 첫 교황인 레오 14세의 즉위로 성인의 영성과 가르침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본지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최원오(빈첸시오) 교수의 특별기고를 통해 성 아우구스티노의 사상과 유산을 살피며, 이를 길잡이 삼아 보편교회를 이끄는 레오 14세 교황의 사목 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전한다.
5월 8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신자들에게 ‘우르비 엣 오르비’ 축복을 내리고 있다. CNS
5월 8일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첫 모습을 드러낸 레오 14세 교황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성 아우구스티노(354~430)의 아들이며, 아우구스띠노회 수도자입니다.” 그리고 미소 가득한 얼굴로 세상과 군중을 바라보며 성 아우구스티노의 유명한 문장을 외우듯 말했다. “여러분을 위해 나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설교」 340,1) 히포의 주교 성 아우구스티노가 자신의 주교 수품 기념일에 행한 강론의 한 대목이다.
이 뜻깊은 날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주교는 직무의 이름이지만 그리스도인은 은총의 이름이고, 주교는 위험한 이름이지만 그리스도인은 구원의 이름”(「설교」 340,1)임을 기억했고, 새 교황은 교부의 이 말씀을 첫 마음에 새겼다.
“여러분에게 우리는 목자이지만, 유일한 목자 아래서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양 떼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직무로 보면 우리는 여러분의 선생이지만, 유일한 스승 아래서 우리는 여러분의 동급생이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시편 상해」 126,3)라고 늘 강조하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정신은, 한평생 아우구스띠노회 수도자로 살아온 레오 14세 교황의 자의식이자 사목 지평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누구인가?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노. 출처 위키미디어
새 교황의 연설과 강론에서는 거의 빠짐없이 성 아우구스티노가 인용되고, 문장과 사목 표어에도 성인의 흔적이 생생하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고대의 모든 사상은 성 아우구스티노로 흘러들고, 후대의 모든 교의 전통은 성 아우구스티노에게서 흘러나온다고 했다.(성 바오로 6세 교황, 1970년 5월 4일 로마 성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 개교식 연설 참조) 서방 그리스도교와 문화의 길은 성 아우구스티노의 히포 교구로 모여들고, 히포에서 뻗어나간다는 평가도 다르지 않다.(베네딕도 16세 교황, 2008년 1월 9일 일반 알현 강연 참조)
“인류가 시작된 이래 성 아우구스티노처럼 탁월한 인간은 아무도 없거나 있더라도 극소수다”라는 비오 11세 교황(1857~1939)의 극찬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20~2005)도 공감했다.(1986년 8월 28일 교황 교서 「히포의 아우구스띠노」 참조)
160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성 아우구스티노가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성 아우구스티노를 비롯한 교부들은 현대 교회 쇄신의 원동력이 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에 수많은 영감과 사목적 원천을 제공했다. 교부들은 성경의 원천과 맞닿은 ‘거룩한 전통’(聖傳)의 수맥이기 때문이다.
이 공의회가 끝나자 교부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한 성 바오로 6세 교황(1897~1978)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교부학 연구소 설립과 운영을 맡겼고, 마침내 1970년에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축복식으로 성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이 문을 열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총장으로 일한 곳이 바로 이 대학을 품은 아우구스띠노 수도원이고 그곳에서 가르치는 교부학 교수들이 동료 수도자들이다. 교회법을 전공한 레오 14세 교황이 페루 신학교에서 교회법과 교부학을 가르친 것도 이런 전통의 열매다.
교황 문장과 사목 표어
교황 문장에서 화살에 찔린 심장과 책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표상이다. “당신께서는 당신 사랑으로 우리 심장에 화살을 쏘셨고, 우리는 속마음을 꿰뚫은 당신 말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고백록」 9,2,3)라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을 형상화한 것이다. 교황의 사목 표어는 성인이 쓴 「시편 상해」 127장 3절에서 따온 것이다. 네 단어로 된 라틴어 문장은 얼핏 단순해 보인다. 직역하면 ‘그 한 분 안에서 하나(In illo Uno unum)’이다. 주교회의 번역실에서는 맥락을 고려하여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고 옮겼다.
그러나 이 짧은 문장에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전체 그리스도(Totus Christus)’론이 함축되어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시고 우리는 그 지체이지만, 그분은 부활 승천하신 뒤에도 이 세상의 시련과 유혹, 가난과 궁핍 속에서 교회가 겪고 있는 고통을 몸소 겪고 계신다. 머리이신 예수님은 천상 옥좌에서 쉬고 계신 것이 아니라, 지금도 당신 지체와 함께 수난 하시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간과 연대하신다. 머리 따로 몸 따로, 그리스도 따로 그리스도인 따로가 아니다. 그분만 한 분이고 우리는 여럿인 게 아니라 ‘그리스도 한 분 안에서 우리도 하나’다. 이것이 레오 14세 교황이 선택한 사목 표어이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그러므로 머리이며 몸이신 그리스도(Christus caput et corpus)는 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교회!”라고 가르쳐 준 성인은 더 나아가 “우리가 그리스도!”라고 외친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가 되었습니다!”(「요한 복음 강해」 21,8). 나, 너, 우리가 한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강조한 바 있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놀라운 성찰이다.(「평신도 그리스도인」 1,17 참조)
레오 14세 교황은 ‘우리 모두 한 그리스도!’라는 사목 지평으로 세상의 모든 형제와 가난하고 고통받는 지체들을 그리스도처럼 품어 안을 것이다.
하단에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IN ILLO UNO UNUM)”가 적힌 레오 14세 교황 문장.
교회 쇄신의 원천인 성 아우구스티노
성 아우구스티노는 가장 많은 문헌을 남긴 교부다. 그의 대표작 「고백록」은 현대인이 사랑하는 고전이 되었다. 그러나 성인은 고전 속 옛사람이 아니다. 그의 말과 글은 오래고도 새롭다. 예컨대,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형제의 예외적 불가피성을 한사코 포기하지 못하던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을 수정하여 “사형은 … 용납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새겨 넣었다. 2018년의 일이다. 이 교리를 바로잡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아우구스티노의 가르침을 가장 폭넓게 인용했고 교부의 권위에 즐겨 기댔다.(회칙 「모든 형제들」 265항 참조)
레렝의 성 빈첸시오(445년경) 교부가 말한 대로 교의는 자라난다. 아이가 어른으로 커가듯 그렇게 교의는 자라나고 성숙한다. 그리스도교 최초의 사형폐지론자 락탄티우스(약 250~325) 교부를 비롯하여 성 아우구스티노 교부를 이 시대에 새롭게 소개하고 해석해 낸 프란치스코 교황 덕분에 교회는 더 성숙하고 복음적인 사형제 교리를 늦게야 지니게 되었다. 이렇듯 단순하면서도 방대한 성 아우구스티노의 가르침은 레오 14세 교황에게도 마르지 않는 교회 쇄신의 원천이 될 것이다.
글 _ 최원오 빈첸시오(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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