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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사전 준비과정이라 말할테면 결코 쉽지 않았다. 먼저 쉽지 않았던 이유는 많고 많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의 시작은 그때였던 것 같다. 줌에서 어떤 모둠이 무엇을 조사할 것인가에 대해 아주 큰 토론을 벌이던 차에 승희네는 인원수가 2명이니 쉬운 걸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도 인원수가 적은데 힘든 일까지 시키기는 좀 불쌍한 거 같아서 동의했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우리 모둠과 박윤찬네 중 누가 식사조사를 피할 것인가였다. 식사와 숙소 조사가 남은 상황에서 식사는 무지무지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두 모둠 다 숙소를 하고 싶어했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 바로 채팅창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모둠이 먼저 고르기로 한 것이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답은 바로 나온다. 우리 모둠의 인원인 예준이는 가위바위보에서 패했다.
결국 식사를 담당하게 된 나는 좀 많이 처참했다. 가격과 메뉴, 거리, 시간, 맛 모든 것을 충족시켜야 하는 식사는 사전 조사는 물론 여행에 가서까지 그 마음의 짐은 사라지지 않는다. 식사를 담당한다는 것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맘을 편히 놓지 못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장담할 수 있는 게 나는 최선을 다해서 조사했고 대체로 맛있는 부산 음식에 안도했다.
수학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수학.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 수학 사전 조사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방정식이 나오고 함수가 나오고 수학을 조사한다는 게 생각보다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면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내가 조사한 것들은 대부분 내가 재밌게 공부한 것들이라 이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이번 여행이 어떤 공부보다 밀도있고 흥미로울 거라는 확신을 여기서 받았던 것 같다.
미술관
현대미술관에서 내가 조사를 담당하게된 부분은 다른 사람의 비해서 아주 적었다. 식사를 열심히 조사했기 때문에 하늘이 나를 도우시는 건지 작품도 현저히 적었고 작가님들도 몇 분밖에 계시지 않았다. ‘캬~ 열심히 일한자는 놀아도 된다는 건가?’ 정말 이런 생각이 넘치며 조금은 설렁설렁해도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할 게 없다고 너무 방심을 했다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조사할 내용이 그렇게 적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왜였을까. 그때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인터넷을 뒤지고 선생님께 의문을 구하고 혼자 초조해서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결국 그날 일찍 자자는 꿈은 버리고 뭐라도 조사하자는 마음에 타자를 두들겼다. 다행히 그날은 일단 어느정도 되겠지 하는 마음에 완료하기는 했는데 나는 그게 완료가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뒷내용은 나중에..)
수학 문화관
수학 문화관은 정말 기대를 하면서 갔던 곳이다. 아무래도 수학이라는 주제 자체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 첫째,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을 것 같던 곳이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 사이에서 핫하다는 점.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약간 서로를 피하면서 다녀야 할 정도로. 둘째,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점. (심지어 부산 사람만 예약 받음) 하마터면 이번 여행의 본질을 잊어버릴 뻔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해결이 되어서 들어간 그곳에는 정말 미리 알고 가면 보이는 것도 배울 것들도 많았다. 늘 여행을 가면 느끼는 점이지만 사전 조사란 위대함은 잊을 수 없다. (고되긴 하지만) 내가 간단하게 써먹는 모든 것들이 다 몇 백년 전에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해결하려 들었던 것을 아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수학의 역사를 다 보지는 않았다만 훑고 지나간 그 역사는 결코 짧지 않았다.
여행에서 일어난 일
내가 잘한 거
내가 잘한 거 하면 딱 하나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국제시장에 가자고 제안한 사람이 누구?? “윤설민~” 바로 나다. 거의 마지막에 가서 그래도 부산에 왔으니 시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다시 한 번 알아본 나 자신을 정말 칭찬한다. 만약 안 가고 지나쳤으면 좀 많이 아쉬웠을 만한 곳이었다. 시장에 가자고 생각해낸 자신과, 말을 꺼낸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기대했던 군밤이 완전 생밤이어서 무척 기분이 상했을 때 컴플레인을 건 나 자신도 매우 만족스럽다.
잘 해야했던 거
아쉬운 거라면 이것 역시 단 하나 있다. 바로 아.. 마지막에 아프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가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자세하게 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아주 자세하게 풀어보겠다. 때는 이제 막 현대미술관을 둘러보기 시작한 10시 30분(시간까지 기억남) 의자 앉아있다가 일어나는 순간 뭔가 낌새가 수상했다. 그렇지만 이제 막 시작이고 그냥 졸리고 다리가 아픈 줄만 알았다. 그런데 걸어다닐 수록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는 거였다. 점점 물 위로 올라온 문어처럼 미끄덩 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끝나고 밥 먹으러 가는 길에는 의식이 흐릿했다. 이 다음은 지성이 거의 없어졌다.
아.. 진짜 너무 아쉽다. 무슨 사람이 1시간 만에 의식이 나라가냔 말이다.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내가 진짜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아프지 말고 아무도 안 아팠으면 좋겠다.
마무리
이번 여행 많은 일이 있었고 아쉬움도 남지만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 국제시장이 즐거웠고 춥지 않았고 아니 오히려 더웠다. 부모님 없어 케이티엑스도 타봤고 입석이라는 개념도 익혔다. 수학도 다양한 방면에서 넓게 공부했고 “아름답지 않은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라는 파격적인 문구와 함께 둘의 세계를 체험한 사람들의 생을 간접적으로 체험까지 해봤다.
이렇게 보니까 정말 2박 3일간의 여행을 뽕 뽑고 돌아온 거 같다. 내 첫 부산 여행 이정도면 성공이라고 해도 되겠지? 즐겁고 배운 게 많으면 성공아닌가. 첫 ‘수학’여행이 성공이라 기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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