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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먹은 아들이 몇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팔자에 없는 공부를 하겠다고 통보 하던날, 나는 망연 자실 할말을 잃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취업 시장은 한 겨울 한강이 꽁꽁 얼어 붙듯이 채용이 없는데 연봉이 높지 않아 이직을 고민 하더니 기어이 회사에 사표를 냈다. 아비로서 아들에게 훈계를 했더니 아들은 맨날 학생들에게 하는 훈장 노릇을 집에서 하느냐 볼멘 소리를 했다. 아들은 늦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들의 패기어린 말만 믿고 잘했다고 용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올해로 이년째 노량진 학원가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내면서 공부하고 있다. 나는 매일 새벽 6시에 집을 나서 차를 운전 텃밭이 있는 연수동에 도착 하면 새벽의 공기는 지난 저녁의 눅진함을 안고 있었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끼어도 아침 운동을 겸한 텃 밭 가꾸기는 나에게 학교 생활에 지친 심신을 깨우고 머리를 맑게 해주었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정년이 1년 남짓 남지 않은 요즘 집안에 앉아 아내를 마주 하기가 어렵다.
아내는 말수가 없는 사람이라 드러 내고 내색 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퇴직후 행보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아내는 작년 까지 피아노 학원을 운영 했다. 유치원생 부터 자신 보다
나이가 많은 중년 주부들도
아내에게 피아노 기본서인 바이엘을 배웠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연서 일부 여유 있는 가정에서는 사설 음악 학원 보다는 개인 지도를 선호 했다.
아내의 음악 학원은 강사 월급도 지급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폐업을 고민 하다 상실감에 우울해 하더니
폐업을 결정 했다. 아내의 음악 학원 폐업은 나에게도 심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내는 매일 출근 하던 직장이 없어 지고 나서 한 가지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출근할 직장이 사라지자 늦잠을 자는 것이 일상화 되더니 급기야 집에서 살림 하는 것 보다는 동네 스포츠 센터에 있는 여자들과 만나면서 집안일을 소홀히 했다.
요즘은 여름 방학을 맞아 학교에 출근 할 걱정이 없어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 한다.
아침이면 어슴프레한 새벽 공기까지 더해져 텃밭에 들어서면 푸성귀들이 자라는 모습이 마치
자식들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매일 새롭다.
집과 텃밭이 있는 연수동 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으로 도심과 농촌을 오가는 생활을 약 3년째 하고 있다.
처음 텃밭을 분양 받을 때는
번잡한 번뇌를 내려 놓고 싶어 채소 씨앗을 사다 뿌렸다.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듯
정성을 들인 만큼 수확을 거두었다.
오늘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고구마 밭에 쭈그리고 앉았다.
며칠전 내린 비로 고구마 이파리가
어제 보다 일센티는 자란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