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br> 2014 국제신문<br><br> 단단한 물방울 / 김유진<br><br><br><br><br><br>참 단단한 물방울이라 여기면서, 밤을 깐다<br>복도가 나오고 수 많은 문이 보인다<br>벌레는 아주 가끔씩 빛처럼 부서졌다<br>그때 흔들린 손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br>한 말을 다시 반복하는 뉴스는 보았다<br>나는 물을 마신다 물이 흩어진다 수 많은 문이 열린다<br>흩어진 수 많은 껍질을 문이라 할 수 있을까<br><br>참 단단한 물방울이라 여기면서<br>윗부분 중간을 칼집 내어 잡아 당긴다<br>형광등은 자주 깜박거렸다<br>천장 한쪽 구석에 거미줄이 불빛에 걸려 움찔하면<br>아무도 없을 때 더 시끄러워지는 나는<br>그동안 꾼 꿈과 마주치고 다양해진다<br>초인종이 울린다 나는 다시 한 곳에 모인다<br><br>참 단단한 물방울이라 여기면서<br>거울을 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어본다<br>웃음이 길게 늘어지며 읽을 수 없는 표정들이 지나간다<br>냉장고에 붙여 놓은 명언들이 노랗게 바래지고 있다<br>자주 삶은 베갯닛과 닮았다<br>인쇄해두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여행지를 자꾸 머리 속에서 내몬다<br>종이를 본다 얼룩진 곳이 단단하다<br><br>창문 위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 있고<br>방에서 물방울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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