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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의 비밀 경찰서가 운영 중인 지역을 표시한 지도.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중국이 전 세계 50여 국에서 반체제 인사 탄압을 위해 비밀경찰서를 운영한다는 인권 단체의 폭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중국이 한국 정부 몰래 비밀경찰서를 운영해 왔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
스페인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공안 당국이 최소 53국에서 102곳 이상의 비밀경찰서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란 간판을 단 채 자국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인 반체제 인사들 강제 소환과 정보 수집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에 대해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교민을 위해 운전면허증 갱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영사 콜센터”라고 한다. 순수한 영사 업무 지원이라 해도 정식 공관이 아닌 곳에서 주재국 몰래 하면 국제법 위반이자 주권 침해다. 더구나 비밀경찰서 설치 시기는 대부분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었다고 한다. 외국에서 베이징 올림픽 반대 시위가 벌어졌을 때 아무 법적 권한 없는 중국인들이 시위대에 직접 폭력을 행사해 큰 문제를 일으켰다.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에 ‘장쑤성 난퉁시 공안국이 한국에서도 비밀경찰서 한 곳을 운영 중’이라는 언급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이 이미 비밀경찰서를 적발해 폐쇄 명령을 내렸거나 한창 수사 중인 것과 비교하면 늦은 감이 있다. 한국은 중국 공산당의 체제 선전 거점으로 지목돼 전 세계에서 퇴출된 ‘공자 학원’ 폐쇄에도 소극적 모습을 보여왔다. 정부는 실태 파악을 서둘러 중국 비밀경찰서의 존재가 확인되는 대로 지체 없이 폐쇄해야 한다. 국내 체류 중국인 규모를 감안하면 두 곳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