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은 겨울이 제 맛이지만, 저희가 수안보 온천을 다녀온 것은 작년 여름입니다.
한여름에 무슨 온천이냐고요?
사실 그 당시 막 9개월을 넘긴 저희 아기가 아토피가 조금 있기도 하고, 여름여행을 가고 싶은데, 사람들 많이 붐비지 않으면서 여유로운 스케줄로 움직이고 싶었거든요.
어린 아기와 함께 해수욕이나 계곡, 산행 등은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고
주변 경치도 좋으면서 온천욕도 할 수 있는 수안보 온천이 딱 이다 싶어 짧게 1박2일 코스로 준비를 했답니다.
그럼, 한여름에 온천으로 떠난 가족여행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우선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편안한 여름휴가였습니다.
젖먹이 아기를 데리고 멀리 가기도 힘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하되, 거리가 멀지 않아서 차가 막히더라도 힘들지 않을 만한 곳을 원했어요.
하여 알아보니 충청도권이 자연 경관도 좋고,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주변 볼거리도 좀 있고 편안한 숙박시설과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딱 맞는 곳이 수안보 일대였어요.
수안보 온천은 충북 충주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바로 근처에 월악산이 있고,
충주호도 있답니다.
차로 조금 더 달리면 단양도 바로 지척이랍니다.
저희가 여행을 떠난 것이 2006년 7월 31일에서 8월 1일까지였는데요,
한창 여름휴가 성수기였지만
충청도 쪽으로 가는 차량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다행히 차가 막히거나 하는 일 없이 편안하게 충주호에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숙소는 수안보 파크호텔을 예약해 두었었는데,
가기 전에 충주호를 둘러보고 들어가기로 계획을 세웠었거든요.
충주호에는 충주나루, 월악나루, 장회나루 등 몇몇 개의 나루터가 있고, 각각 관광선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월악나루에서 충주호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코스를 이용했어요.
마침 비가 많이 온 후의 충주호는 물이 많이 차 있었고
더운 여름날이었지만, 물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그야말로 멋졌답니다.

▲ 충주호 관람선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실 관광선을 이용하기로 계획하고 제가 상상했기로는 텔레비전에서 봐 오던 유람선을 떠올렸었는데 그런 수준은 아니랍니다.
하지만 나름 깨끗하고, 냉방시설도 잘 되어 있고,
배 위로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이 아주 상쾌했어요.

▲ 충주호 관람선 안에서
간단한 자동카메라만 가지고 있던 저희가 찍을 수 있었던 사진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그 멋진 호수와 산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충주호 주변에는 몇몇 볼거리가 더 있었어요.
드라마 촬영지도 있고, 번지점프를 할 있는 단지도 있고, 가까운 곳에 멋진 절경들이 가득하죠.
저희는 어린 아기가 있어서, 드라마 촬영지만 살짝 방문했었는데요,
생각보다 넓고 계단도 많아서 다니기 힘들 정도였답니다.
다음에 아이가 좀 더 자라면 다시 한 번 더 오자고 약속하고
멋진 산세와 파란 하늘, 짙푸른 녹음 등을 감상하며 달리던 드라이브도 저희에게는
감지덕지할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쯤 수안보에 도착을 했어요.
수안보 온천단지는 오래된 명성에 걸맞게 고풍스런 맛은 있지만
최신식 단지가 가지는 화려함은 찾기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테마온천이나 물놀이 시설이 잘 갖춰진 최신식의 스파리조트 등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수안보 온천은 좀 심심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바로 그 점이 수안보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변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도심의 혼잡함을 벗어난 조용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가
무척 인상 깊고 편안했습니다.
사실 저희는 아직 어린 아기가 있어 온천욕을 즐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호텔 욕실을 이용하고 말았어요.
말로 듣기에 수안보 온천은 물도 좋고, 마침 저희가 묵은 호텔에는 노천온천도 있다고 해서 무척 궁금했지만, 그 아쉬움은 객실 욕실에도 똑같은 온천물이 나온다는 것으로 달랬답니다.

▲ 수안보 파크호텔 객실 내 욕실에서 온천욕(?) 중
물은 정말 좋더라고요.
매끈매끈해지는 기분.
물론 실제 온천탕에 들어간 만 하겠습니까?
그때, 저희 부부는 살짝 후회를 했어요.
이럴 줄 알았더라면 부모님도 함께 모시고 올 것을……했답니다.
참 이기적이죠?
아기를 부모님들께 맡기거나, 부모님들과 함께라면 온천욕 하기도 훨씬 수월했겠다 싶으니
그제서야 효도도 할 겸 함께 모시고 왔더라면 좋았겠구나 싶었죠.
그러고 보니 한적한 한여름의 온천 휴양지에는 의외로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월악나루에서도 한 배 가득 관광객을 태웠던 것이 떠오르더군요.

▲ 수안보 파크호텔에서 아침 산책 중
저희가 묵었던 파크호텔은 외관은 오래된 모습 때문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내부는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호텔에서 바라보이는 온천단지 주변의 풍경도 꽤 멋졌답니다.
첫날 저녁은 수안보의 진미로 유명하다는 꿩요리를 먹기로 했었기에
호텔측에 유명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어요.
바로 근처 잘한다는 집을 추천 받아 갔는데
겉은 그저 평범한 식당 같았습니다.
저희는 총 6가지의 꿩요리가 다양하게 나오는 꿩정식요리를 먹었습니다.
꿩요리는 처음이라 좀 걱정스러웠지만
의외로 담백하고 맛있었습니다.
6가지 다양한 요리도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아요.
별미로 한 번 먹어보는 것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식당도 손님이 너무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몇몇 저녁식사를 하는 가족단위 모임이 눈에 띠었어요.
저희 부부는 그렇게 첫날 여행을 마치고 하루를 마감했는데요,
만약 아기가 좀 더 자라고, 어른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근처 월악산 등산도 한 번 해보고 싶고,
맛만 봤던 온천욕도 제대로 즐겨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 온천을 떠나서는 좀 무리를 해서 단양까지 가보기로 했어요.
편안했던 하룻밤이 지쳤던 우리의 사기를 너무 충전시켜 준 탓인지
아무리 먼 곳이라도 한걸음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하지만 볼 것 많은 단양까지 간 것은 좋았는데
아기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이 그리 많지는 않더라고요.
단양 고수동굴까지도 갔었지만
입장을 하려니 동굴 안이 무척 미끄럽다고, 어린 아기를 데리고는 갈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서야 했답니다.
대신 근처에 있는 도담삼봉만 구경하고 왔어요.

▲ 도담삼봉을 내려다 보면서
다음에 아이들이 자라면 다시 꼭 오자는 기약 없는 약속만 남긴 채 그렇게 짧았던 여름휴가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다 써놓고 보니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이 없고
막상 주가 되어야 할 온천에 대한 이야기는 빈약하기 짝이 없지만
제 경험담이 앞으로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원래 완벽한 성공담보다는 이렇게 뭔가 빈 부분이 많은 경험담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염치 없이 우겨봅니다.
충청도의 여름은 무척 싱그러웠던 것 같습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만났던 멋진 풍경들과
길에서 사 먹었던 세상에서 더 없이 맛있었던 찰옥수수.
싼 가격에 한 상자를 구입해서 두고두고 잘 했다 했던 복숭아.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던 한여름 뙤약볕도 시원하게 바꿔주던 시원한 나무 그늘과
깨끗하고 맑은 물.
모르긴 몰라도
여름도 그렇게 좋았으니
겨울의 온천은 더욱 좋을 것입니다.
가족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하늘이 주신 멋진 자연경관과 여유로운 운치가 있는 수안보 온천을 한 번 고려해 보세요.
화려하진 않지만 넉넉한 그곳이 여러분의 피로도 말끔히 씻겨줄 것입니다. <마침>
첫댓글 사진을 보니 자연과 함께 행복한 두분과 아가의 모습이 어우러져 넘 좋아보이네요...^^ 여행이란 그렇게 쉼을 주고 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가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넘즐거운 여행이었겠어요^^ 지금은 아이도 아장아장 걸어다니겠네요..ㅎㅎ
저도 얼마전 수안보갓엇슴다. 그곳은 꿩요리가주 매뉴고.수안보가 전체 온천도시라서.기다리는시간을 마니허비햇슴다.시간만 알차게 보낸다면 주위에 볼거린많슴다.우린 충주댐에서 월악산 등반햇슴다 두번은 힘든월악이엿슴다..근데 온천물은 덕구나 백암온천이 더 나은것같슴다..나이드신분이계시면 수안보.젊은가족은 덕구온천쪽으로추천하고싶슴다.
참 보기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