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차영미 시인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자기를 소개합니다. 모르는 게 많아서 매일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모르는 게 많아 매일이 모험이라고요. 모험에서 돌아온 시인은 거울을 마주합니다. 그러고는 불쑥 큰 ‘나’를 향해 웃어 보입니다.
오늘 모험을 떠난 시인은 무엇을 만났을까요? 시인과 함께 모험을 떠나 보세요. 돌아와서 거울을 보는 것도 잊지 말고요!
■ 출판사 서평
안녕, 안녕!
안녕이 많은 날,
오늘은 모험을 떠나기 딱 좋은 날!
은행나무가
은행잎을 떨군다, 노오랗게
자전거 탄 아는 형이
휘파람을 불며 지나간다, 휘이 휘이잇
강아지 산책 나온 옆집 할머니가
손을 흔든다, 함빡 웃으시며
직박구리가 떼 지어 앉아
아는 척을 한다, 삐익 삐이이이익
안녕, 안녕!
안녕이 많은 날.
_〈안녕, 안녕!〉 중에서
매일 보던 은행잎이 노오랗게 떨어지고, 가랑잎 더미에서 어둠이 바스락 소리를 내고(「어둠이 바스락」), 봄의 연둣빛 부리에서 지저귐이 쏟아질 것 같은 날(「이제부터 연두」), 차영미 시인은 모험을 떠납니다. 시인만 모험을 떠나는 게 아니에요. 축구하는 아이 옷에서 떨어진 단추도(「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 노오랗게 떨어지는 은행잎도, 어둠도, 연둣빛 부리 끝에서도 모험이 시작됩니다. 저마다 새로운 ‘안녕’을 기대하며 세상에 나옵니다.
차곡차곡 쌓이는 모험의 기분, 상쾌함, 쑥 자라난 느낌.
모험 같은 하루를 보낸 아이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응원
이름 모를 새들이
나를 이끌고
낯선 표지판이
나를 안내하는
언덕 너머
언덕 너머
언덕 너머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까지 걸었지.
무지개는
거기 없었어.
그래도
나는 봤지.
돌아와
손을 씻다 본 거울 속
불쑥 커진 내가
그 속에서
웃고 있었지.
_〈너머〉 중에서
모험이 매일 즐거운 건 아닙니다. 길 가운데 오토카니 남은 강아지똥을 발견하는 날이기도 하고(「이게 아닌데」), 친구 없이 보내야 하는 심심한 날이기도 하고(「놀기 좋은 날」),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날이기도 하지요(「너머」).
시인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험하는 아이들에게 시인만의 언어로 응원합니다. 너무 무거운 날엔 뻥 차 버리라고(「주문이 필요해」), 숨이 막힐 땐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차차」). 그리고 그런 날 거울을 보라고요. 거울 속에 쑥 자라난 ‘내’가 또 나를 응원할 거라고 말합니다(「너머」).
■ 차례
시인의 말
1장 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
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 12 ┃ 달 14 ┃ 물수제비 16 ┃ 어둠이 바스락 17 ┃ 멸치의 비밀 18 ┃ 온 동네가 보고 있어 20 ┃ 너머 22 ┃ 첫눈을 기다리는 주문 25 ┃ 이제부터 연두 26 ┃ 여우가 나왔다 27 ┃ 점점 28 ┃ 환한 순간 29 ┃ 이게 아닌데 30 ┃ 뉴턴 고양이 32 ┃ 안녕, 안녕! 34
2장 향기 택배
주문이 필요해 38 ┃ 차차 40 ┃ 말티즈 밍키군 42 ┃ 휴지통 43 ┃ 첫 인사 44 ┃ 조용조용 45 ┃ 그 아이 46 ┃ 향기 택배 48 ┃ 여름 나무 49 ┃ 담벼락 50 ┃ 암호 V 51 ┃ 감나무 한 그루 52 ┃ 납작코 53 ┃ 슈우웃! 54 ┃ 두근두근 우편물 56
3장 지구가 멈추었다
놀기 좋은 날 60 ┃ 조금 쓸쓸하고 자유로운 62 ┃ 분꽃 64 ┃ 호르르 솜털 65 ┃ 지구가 멈추었다 66 ┃ 뒷산 고라니 69 ┃ 조심조심 70 ┃ 맹꽁이 71 ┃ 모두 봄 72 ┃ 곰곰 생각 73 ┃ 조금 전 74 ┃ 여름숲 77
4장 길을 묻는 손님
자투리의 힘 80 ┃ 어떤 전설 81 ┃ 꿈꾸는 감 씨 82 ┃ 아침 83 ┃ 비 갠 뒤 84 ┃ 들판시 언덕동 이야기 86 ┃ 비 오는 날 88 ┃ 개밥바라기 90 ┃ 새 옷 92 ┃ 길을 묻는 손님 94
■ 저자 소개
시 차영미
까치의 이웃이고, 오색딱따구리 팬이에요. 길고양이와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고요. 전생에 나무의 먼 친척이었을 거라 생각하며, 눈먼 시를 주우러 골목길을 어슬렁거린답니다.
2001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주홍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했고,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과 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지원금을 받았어요.
펴낸 책으로 《학교에 간 바람》 《막대기는 생각했지》 《으라차차 손수레》 《어진 선비
이언적을 찾아서》 등이 있어요.
그림 이한재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를 읽으며 생각하곤 했어요.
‘언젠가는 시집에 삽화를 그려 넣어 보고 싶다!’
생각보다 이 소원은 빨리 이루어졌어요. 제가 삽화를 그리기 위해 시를 곱씹은 만큼,
이 책을 읽은 친구들의 마음에도 차영미 선생님의 시가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 시인의 말
하늘을 나는 단추 이야기
안녕, 친구들아!
우리 동네 터줏대감 얘기해 줄까? 우리 동네 오래된 메타세쿼이야 우듬지에는 까치 부부가 둥지를 틀고 있어. 비둘기나 청설모가 근처에 얼씬거리다가 꽁지 빠지게 쫓겨 가곤 해.
까치 부부는 늘 바빠 보였어.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고, 열심히 풀섶을 뒤지는 게 몹시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았어. 매번 지켜봤지만 이웃인 나에게는 눈길도 제대로 안 주고 까치는 일만 했어.
뭘 하려고 저렇게 열심일까? 오며가며 기웃거렸지만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 사실 나는 모르는 것투성이야.
한번은 어디 뒹굴뒹굴 떨어진 시가 있나 하고 은행나무 아래를 기웃거릴 때였어. 메타세쿼이아 우듬지에 있던 까치 부부가 벚나무 낮은 가지로 옮겨 와 깍깍대고 있었어. 그러더니 놀이터 모래 위로 폴짝 내려앉아 모래를 콕 콕 뒤적거리지 뭐야. 잠시 후 까치는 부리에 작은 뭔가를 물고 푸드득 날아올랐어. 아, 그건 단추였어. 엄지손톱보다 조금 큰, 동그란 빨간 단추.
날개를 단 단추는 우 와아, 신났을까? 으으 으, 놀랐을까? 나는 알 수가 없었어. 말했잖아. 나는 모르는 것투성이라고.
그날 하늘을 날았던 단추를 언제고 만나게 된다면 물어볼 수도 있으련만.
나는 까치가 날아간 나무 위 우듬지를 한참 올려다봤지. 그러곤 혼잣말을 했어.
“어쩌면 까치네 뚫린 지붕을 막아 줄지도 몰라, 단추는. 그러면 밤마다 별을 볼 수 있을 거야.”
아 참, 그런데 단추는 왜 거기 있었을까? 놀이터 모래 속에 말이야. 자꾸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말인데 얘들아, 모험을 떠난 단추 소식을 들으러 우리 함께 가 볼래?
까치와 직박구리와 길고양이의 이웃 차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