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이에게 위로 건넨 낭만주의 작곡가… 우울은 마지막 곡 ‘비창(悲愴)’에 쏟아내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Tchaikovsky, 1840~1893)의 초상화.
그가 세상을 뜬 지 일 년 후에 러시아 스몰렌스크 지역 미술 및 응용미술박물관 소장품에서 발견됐다.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Tchaikovsky, 1840~1893)는 낭만주의 시대 러시아 작곡가다. 우리에게는 발레곡 ‘백조의 호수(Swan Lake Op.20)’와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Op.71)’, 교향곡 6번 ‘비창(Symphony No. 6 Pathétique in b minor Op.74)’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선율적 영감과 관현악법에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 시절에는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영향을 받았으나, 후반에는 낭만주의 경향 곡을 작곡했다. 집안은 지금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계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음악원 야간반을 다니면서 작곡가의 길로 나섰다.
우울증(憂鬱症 : Depressive disorder, 뇌신경정신질환)은 예술가, 음악가들의 동반자인가. 미국 UC샌디에이고 정신과 코간 교수는 일기와 편지, 후손들과 인터뷰한 내용 등을 통해 차이콥스키가 평생 우울증을 앓았다고 학술지에 발표했다. 본래 차이콥스키는 콜레라 감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53세에 일부러 콜레라에 오염된 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Tchaikovsky, 1840~1893), 「교향곡 6번 ‘비창(悲愴)'(Symphony No. 6 Pathétique in b minor Op.74)」’,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893년)
* 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 논 트로포
바순의 선율로 시작한다. 탄식하는 듯, 주저하는 듯한 우울한 선율은 점차 격렬해지며, 불안, 초조함을 나타낸다. 음악이 진행하는 중간에 등장하는 춤곡풍의 리듬이 경쾌하며 발랄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슬프며 쓸쓸한 느낌이다.
* 2악장 알레그로 콘 그라치아
1악장과 비교할 때 템포가 빠르고 경쾌하다. 그러나 숨 쉴 틈 없이 계속 몰아치는 선율이 불안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 3악장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
‘타란텔라 주제’로도 불리는 3악장의 주제는 스케르초의 활발하고 장난스러운 느낌을 준다.
* 4악장 피날레: 아다지오 라멘토소 – 안단테
전 악장을 통틀어 가장 어둡고 무거운 악장이다. 일반적으로 4악장은 가장 빠른 작품이나, ‘비창’은 느린 선율로 비통하고 애절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차이콥스키 자필 악보에는 4악장의 템포가 안단테라고 되어 있지만, 차이콥스키의 죽음 이후 추도 연주회에서 지휘자 나프라브니크(Eduard Napravnik, 1839~1916)가 아다지오로 연주하면서 아다지오로 굳어졌다고 한다.
https://youtu.be/o147jpVKFCI
비창(悲愴)은 차이콥스키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이다. 그가 사망하기 9일 전에 초연됐다. 그는 “모든 영혼을 이 작품에 쏟아부었다”고 했다. 비창은 ‘마음이 몹시 상하고 슬픔’을 뜻하는 한자어다. 그는 자신의 우울증 상태를 극복하려 했고, 작곡을 통해 슬픔, 절망, 좌절을 표현했다고 한다.
요즘은 우울증을 약물 투여는 물론 전기 자극을 뇌에 주어 치료한다.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도파민 회로가 있는 뇌의 왼쪽 앞 전(前) 전두엽에 두개골 밖에서 자기장을 쏴주는 경두개 자기 자극술(TMS)이 이뤄지고 있다. 두개골 밖에서 미세 전류를 흘리거나 초음파를 쏘아 세로토닌-도파민 회로를 활성화하는 치료도 시도한다. 우울증 치료가 정신분석 요법에서, 약물 투여로, 뇌피질을 직접 자극하는 다양한 신경 중재술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기나 자기장이 인간 정신 감정을 조절하는 시대가 올 듯하다.
우울(憂鬱障礙: Depressive disorder, 뇌신경정신질환)은 우울이 고친다는 말이 있다. 차이콥스키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우울할 때 들으면 기분이 되레 좋아지는 비장한 음악을 후세에 남겼다.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Tchaikovsky, 1840~1893) 초상화와 무덤.
1893년 차이콥스키 장례식에 모인 군중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울고 있는 노인 : 영원의 문에서
(Sorrowing Old Man : At Eternity's Gate)」, 1890년, 캔버스에 유화, 80×64cm, 크뢸러 밀러 미술관.
[출처 및 참고문헌: 조선일보 2024년 01월 25(목)(김철중 의학전문 기자·안상현 기자), Daum·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