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대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활약의 상관관계
8회 연속 본선에 진출하며 월드컵 단골손님이 된 대한민국. 자국에서 열린 2002년을 제외하고 모두 힘겨운 예선을 치르며 대한민국은 월드컵에 또 다른 역사를 썼다. 이 여정을 살펴보면 뭔가 특별한 사실이 숨어 있다. 대한민국은 예선에서 살짝 부진(?)해야 본선에서 성적이 좋다는 것이다. 이 묘한 관계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보자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이후 대한민국은 이후에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32년간 맺혀있던 한을 풀기 위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했다. 네팔, 말레이시아와 1차 예선을 치른 대한민국은 첫 경기인 네팔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지만 한 수 아래인 네팔을 상대로 대량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그리고 이어진 말레이시아전. 대한민국은 여기서 0-1로 패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1승 1패로 2차 예선 진출이 어려워지자 협회 월드컵 대표팀을 해체하고 88 올림픽 대표 선수를 포함 시켜 새롭게 팀을 개편한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고 83 세계청소년대회의 영웅인 박종환 감독을 앉혀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월드컵 대표팀은 해체 방침은 없던 일이 되었지만 사령탑인 문정식 감독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김정남이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네팔을 4대0, 말레이시아를 2대0으로 꺾으며 2차 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2차 예선에서 만난 인도네시아는 원정에서 2대0으로 승리를 거뒀고 홈에선 4대1로 대파하며 멕시코 월드컵에 성큼 다가섰다.
본선 진출권을 놓고 싸우게 된 상대는 영원한 숙적 일본. 한국은 원정에서 정용환, 이태호의 골로 2대1로 승리했고 홈에선 허정무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두며 32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본선에서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이탈리아와 A조에 속한 대한민국은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1대3으로 패했지만 박창선이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을 넣는 성과를 보였다.
이후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도 김종부의 골로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상 첫 승점도 올렸다. 마지막 경기인 이탈리아전에선 아쉽게 2대3으로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32년 만에 나간 본선 무대는 1무2패로 막을 내렸지만 대한민국은 월드컵 역사상 첫 골 및 첫 승점을 얻는데 성공했다. 또 기동력을 앞세운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외신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1차 예선에서 맞은 위기로 사령탑이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은 대표팀이었지만 본선에선 멋진 경기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과의 예선 2차전에서 황보관이 통렬한 중거리슛을 성공시킨뒤 환호하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전 당시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최고였다. 이회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김주성, 황보관, 최순호 등을 중심으로 1차 예선에서 6승 무패, 2차 예선에서 3승 2무로 총 9승 2무를 거두며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김주성은 MVP를 받았고 대표팀은 총 30골을 넣으며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최다 골을 기록했다.
또 실점부문에서도 1실점 밖에 하지 않으며 잉글랜드의 무실점에 이어 두 번째로 적게 실점한 팀으로 남았다. 이미 멕시코 월드컵에서 가능성을 보였고 예선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은 이탈리아 월드컵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벨기에와의 첫 경기에서 졸전 끝에 0대2로 패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두 번째 경기인 스페인전에선 황보관이 월드컵 역사상 가장 빠른 시속 114km슈팅으로 골을 넣었지만 미첼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대3으로 패했다. 마지막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도 윤덕여가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 후반 추가 시간에 골을 허용하며 0대1로 패했다. 3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예선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채 쓸쓸히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1994 미국 월드컵94 미국월드컵 최종 예선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다. 대한민국은 북한, 사우디, 이란, 이라크 일본과 본선 진출권 두 장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 대표팀은 이란과의 첫 경기를 3대0 승리로 장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라크와 2대2로 비기더니 사우디와도 1대1로 비겼다. 그러나 예상 못한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 한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에게 0대1로 패한 것이다.
1승 2무 1패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마지막 경기인 북한을 무조건 두 골 차로 이기고 이라크가 일본을 이기거나 최소한 비겨주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은 고정운, 황선홍, 하석주의 연속 골로 3대0으로 이기며 1차 목표를 이뤘지만 같은 시간에 열린 일본과 이라크 경기에서 일본이 2대1로 이기고 있었다. 이대로 끝나면 우리가 탈락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인저리 타임에 이라크의 자파르가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결국 일본은 이라크와 2대2로 비겼고 우리나라는 골득실에서 (대한민국 +5, 일본 +3) 일본을 제치고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도하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입성한 대표팀은 스페인, 볼리비아, 독일과 C조에 속했다. 첫 상대인 스페인은 지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1대3 패배를 안겨준 상대였지만 우리나라는 홍명보와 서정원의 골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다음 상대는 볼리비아. 우리나라는 이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겼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상대는 독일.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당시 독일은 클린스만, 마테우스, 잠머 등을 앞세운 강팀이었다. 결국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대표팀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섭시 40도를 넘는 댈러스의 폭염 속에서 대표팀은 황선홍의 골로 추격을 시작했고 홍명보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까지 터지며 2-3으로 따라붙었다. 대한민국은 지속적으로 독일을 몰아붙였지만 아쉽게도 2대3으로 패하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좋은 2무 1패를 기록했으며 볼리비아전에선 사상 처음으로 무실점을 기록하는 성과를 남겼다.
- 1997년 9월 28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서 열린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 예선리그 일본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져 패색이 짙은 한국팀을 천금같은 헤딩슛으로 역전승의 주춧돌을 일궈낸 서정원선수가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한국 축구 불세출의 영웅 차범근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며 도전했던 1998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은 태국과 홍콩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 UAE와 한 조에 속한 대표팀은 첫 경기인 카자흐스탄과의 홈경기에서 최용수의 해트트릭으로 3대0 승리를 거뒀다.
이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에서도 2대1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다음 경기는 일본 원정경기. 지난 94년 미국월드컵 예선에서 일본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였다. 일본 역시 본선 진출에 유리함을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고 경기가 열리는 도쿄국립경기장은 경기 전날부터 팬들이 티켓을 구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일본 관중 들이 가득 메운 경기장에서 일본이 선취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후반 20분 고정운의 볼을 가로챈 야마구치가 김병지의 키를 넘기는 슛으로 골을 터트린 것이다.
일본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대한민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결국 후반 38분 이기형의 크로스가 최용수의 헤딩 패스로 이어졌고 서정원이 헤딩으로 침착하게 마무리 하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어서 3분 뒤 이민성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까지 터지며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 축구사에 남아 있는 ‘도쿄 대첩’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결국 2-1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UAE마저 3-0으로 물리치며 4연승을 달렸다.
반면 일본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당시 감독이던 가모 슈 감독은 거센 비난에 시달렸고 결국 오카다 다케시에게 지휘봉을 넘겨야 했다. 이후 대표팀은 카자흐스탄 원정에서 1대1로 비겼지만 우즈베키스탄을 5대1로 대파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일본에게 0대2로 패했지만 UAE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하며 6승1무1패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최용수는 최종예선에서 6경기에 나와 7골을 터트리는 활약으로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등극했고 차범근은 최고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많은 관심속에 대표팀은 멕시코, 네덜란드, 벨기에와 한조가 되었고 첫 경기엔 멕시코전에서 하석주가 왼발 프리킥으로 월드컵 역사상 첫 선제골을 기록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지만 이후 하석주가 백태클로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고 결국 후반에만 세 골을 허용하며 1-3으로 패했다. 다음 상대인 네덜란드에게는 0대5로 완패했고 결국 차범근 감독은 대회 도중 경질되는 아픔을 맛봤다. 김평석 감독 대행으로 치른 벨기에전에선 1대1 무승부를 거뒀지만 대표팀은 그 어느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도 1무2패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02 한일월드컵2002 월드컵은 개최국 자격으로 예선을 치르지 않았고 4강 신화를 달성하며 한국 축구는 전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과 오만에게 잇달아 덜미를 잡히며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여파는 독일월드컵 예선까지 이어졌다. 몰디브, 레바논, 베트남과 2차 예선에서 한조에 속한 대표팀은 최약체 몰디브와 0대0으로 비긴 것이다.
결국 코엘류 감독이 사퇴하고 본프레레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레바논 원정에서 1-1로 비겼고 베트남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졸전 끝에 2대1 승리를 거뒀다. 최종 예선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었지만 몰디브와의 홈경기에서 김두현, 이동국의 골로 2대0 승리를 거두며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최종예선에서 우리나라는 쿠웨이트를 2-0으로 꺾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으나 사우디와의 원정 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을 홈에서 2대1로 꺾었지만 원정에서 경기 막판까지 0-1로 끌려가다 신예 박주영의 극적인 동점골로 1대1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후 쿠웨이트를 4대0으로 물리치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사우디와의 홈경기에서 0-1로 패했다. 본선 진출은 성공했지만 부진한 경기력은 끊임없이 지적되었고 동아시안컵 대회에서도 3위에 그치자 결국 본프레레는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아드보카트가 새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독일월드컵 본선에서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한조에 속한 대한민국은 첫 경기인 토고전에서 전반 모하메드 카데르 쿠바자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이천수, 안정환의 연속골로 2대1 승리를 거두었다. 원정 월드컵 사상 첫 승이었다. 다음 경기인 프랑스전에서도 박지성의 골로 1대1 무승부를 기록한 대표팀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으나 스위스에게 0대2로 패하며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1승1무1패로 역대 원정 월드컵 중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또 원정 월드컵 첫 승을 거둔 것 역시 큰 성과였다.
- 2010년 6월 23일 오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2대2 무승부로 비기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조선일보DB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 감독은 공석이었다. 2007 아시안컵 종료 후 베어벡 감독이 사퇴하고 4개월 넘게 감독 자리가 비어있었다. 협회는 메카시, 스콜라리 등 외국인감독을 선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허정무를 대표팀 감독에 임명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요르단, 북한과 3차 예선 한조에 묶인 대한민국은 투르크메니스탄을 4대0으로 꺾으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북한과의 원정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기며 불안을 샀다. 이어서 요르단과의 경기에서도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홈에서 약체 요르단과 무승부를 거둔 것은 예상 못한 결과였다. 대표팀 경기력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후 요르단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각각 1대0, 3대1 승리를 거두며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인 북한과의 홈경기에서도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0대0 으로 비겼다.
최종예선에서 한 조에 속한 팀은 북한, 사우디, 이란, UAE. 대표팀은 다시 만난 북한과의 첫 경기에서도 졸전 끝에 1대1로 비겼다. 결국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을 주장에 임명하고 이청용, 기성용 등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다. 이것이 주효했다. 대한민국은 UAE를 4대1로 대파하고 사우디 원정에서도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사우디 원정 징크스’를 깬 것이다. 어려움이 예상된 이란 원정에서도 1대1 무승부를 기록했고 홈에서 난적 북한을 1대0으로 꺾으며 본선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이후 UAE를 2대0으로 물리치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10남아공 월드컵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대한민국은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한조가 되었다. 그리스 전에선 전반 6분 이정수가 역대 월드컵 사상 최단 시간 골로 첫 골을 터트렸고 후반 박지성의 골을 묶어 2대0 승리를 거두었다. 아르헨티나에겐 1대4로 패했지만 나이지리아와 2대2로 비기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서 우루과이를 만나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1대2로 패했다. 하지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만으로 큰 성과였다.
다가올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대표팀은 이번 예선에서도 순탄치 못했다. 레바논에게 1대2로 패하며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고 최강희 감독이 긴급히 대표팀을 만났고 최종예선에서도 이란에게 두 번 모두 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우즈베키스탄을 골득실로 밀어내고 본선에 진출했다. 이 징크스대로라면 대표팀은 브라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에서 대표팀이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