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健忘症)
世人皆忘我-세상사람 모두가 나를 잊어버려
四海一身孤-천지에 이 한 몸은 고독하다.
豈唯世忘我-세상만이 나를 잊었겠나?
兄弟亦忘予-형제마저 나를 잊었다.
今日婦忘我-오늘은 아내가 나를 잊었으니
明日吾忘吾-내일이면 내가 나를 잊을 차례다.
却後天地內-그 뒤로는 하늘과 땅 사이에
了無親與疏-가까운 이도 먼 이도 완전히 잊으리.
이규보(李奎報)
큰일났다! 이사 오면서 담배갑은 챙기고 아내를 두고왔다 !!
늦게라도 아내를 두고 온 것을 챙기니 치매는 아닌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이 대화중에 “최무룡” “최은희” 배우 이름이 기억 안나
얼런 말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 초기는 아닌가?”
하고 만들어서 걱정을 한다.
걱정마라 치매 아니고 건망증(健忘症)이다.
필자도 SNS에 글을 쓸 때 생각하는 것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생각 없이 걷는 중에 떠오를 때가 있다.
▶사택이망처(徙宅而忘妻) 고사(故事)가 있다.
고대 중국 노(魯)나라 통치자 애공(哀公)이 무슨 이야기를 듣고
믿기지가 않아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寡人聞忘之甚者 徙而忘其妻
有諸?
어떤 사람이 하도 건망증(健忘症)이 심해서 이사(移徙)를 하면서
아내를 두고 왔다고 야단인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요?”
이 말을 듣고 공자(孔子)가 대답했다.
此猶未甚者也. 甚者乃忘其身
그것은 오히려 심한 편이 아닙니다.
더 심한 사람은 제 자신(本分)을 두고 온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공자가어(孔子家語) 현군(賢君)편에 있는 글이다.)
▶ 공자(孔子)는 자신을 잊은(忘身) 사례(事例)로 하(夏)나라 걸(桀)왕을
예로 들었다.
우리는 중고등하교 시절에 중국 역사에 “하걸은주(夏桀殷紂)”라 하여
최고의 폭군(暴君)인 은(殷)나라의 주왕(紂王)과 하(夏)나라의 걸(桀)왕
걸주(桀紂)를 배웠다.
걸(桀)왕은 일국의 왕이었지만 스스로 도의(道義)와 법도(法道)를
지키지 않았다.
국가의 재물을 개인의 사치와 향락(享樂)에 탕진했다.
이 때문에 걸(桀)왕은 결국 민심을 얻은 탕임금(湯王)에게 나라를
넘겨주고 죽임을 당했다.
자신이 어떤 위치의 사람인지를 잊은 것이다.
훗날 당(唐)나라 태종(太宗)과 충신 위징(魏徵)이 이 이야기를 나누며
“사택이망처(徙宅而忘妻)”라
이사하면서 아내를 잊어버리고 왔다고 비유하면서
이 고사(故事)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중국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 당태종 정관원년 15에 있는 글이다.)
사실 이사(移徙)하면서 아내를 잊어버린 망처(忘妻)와
자신을 잊은 망신(忘身)은 건망증이나 치매 이전에
중요한 것은 잊어서 안 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을 경고(警告)하는
말이다.
▶건망증이 심한 여행객은 자신이 잠자는 호텔 방 금고(金庫)에
신발 한 짝을 넣어둔다.
금고 안에는 여행자에게 중요한 여권. 신분증. 현금등 소지품도 모두
넣어둔다.
체크아웃할 때 신발을 신지 않고 나갈 수는 없다.
그러면 신발 한 짝이 금고 속에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금고에 신발 한 짝을 생각하고 모든 소지품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2024.06.27. 조선일보)
▶건망증은 한자로 “건망증(健忘症)”이라고 쓴다
이때의 “건(建)”은 건강하고 튼튼하다가 아니고 “몹시”라는 뜻이다
즉 “건망증(健忘症)”은 몹시 잘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북한에서는 문화어(文化語)로 “망각증(忘却證)”이라 한다.
건망증(健忘症)이나 망각증(忘却證)이나 비슷한 말이다.
※망각(忘却)-어떤 사실을 잊어버림.
▶건망증이라는 말에 대한 의학적 정의나 기준은 없다.
건망증은 많은 경우 스트레스·우울증 등과 함께 나타난다.
분노·불안·초조감이 동반되는 상황에서 심해진다.
과도한 업무나 육체적 피로도 원인이다.
건망증 형태는 두 가지다.
1. 어떤 사실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으로 들어가 저장이 되기는 하는데,
이를 적절히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힌트를 주거나 비슷한 예를 들면 쉽게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대다수의 건망증이 이렇다.
2. 어떤 일을 하면서 딴생각으로 꽉 차 있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해 발생하는 건망증이다.
이 경우도 집중시켜 놓고 다시 말해주면 잘 기억한다.
기억이 살아나면 치매가 아니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감정 표현을 제대로 안 하면 우울감을 느낀다.
우울감은 기억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감정(感情)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손을 많이 움직여 전두엽 자극이 중요하다.
손을 많이 쓰면 전두엽이 자극돼 뇌에 저장된 정보를 잘 떠올릴 수 있다.
효과를 높이려면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손을
움직이는 게 좋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글씨를 써보고,
메모는 컴퓨터 대신 종이에 적는 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風聲鶴唳(풍성학려)라 !
중국 전진(前秦) 시대 진나라 부견(符堅)이 비수(淝水)에서
크게 패한 뒤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적군이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놀랐다.
朝被蛇咬 三年怕井繩(조피사교 삼년파정승)라 !
아침에 뱀에게 한번 물리면 삼년동안 우물 두레박줄을 무서워한다.
유행어처럼 치매 치매 하니까 사람들이 너무 소심해 졌다.
치매를 너무 두려워하면 치매의 노예가 된다 !
내가 치매 아닌가?
하는 의심 자체가 치매 아니라는 증거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