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사둔다
무침으로 버무리고 국으로도 끓이고
죽으로도 불린다
봄이 가면 냉이는 잡초 따위라지 않는가
봄처녀도 아니면서
나물 이름 보고 나물 이름 따라 읽는
한글 떼는 중에 아이도 아니면서
애나 개가 생기면 아꼈다 불러야지
지천으로 나물향이나 퍼뜨릴 욕심으로
냉이는 왜 냉일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부르면 명찰이지
냉이야 쑥아 달래야 두릅아
개중 씀바귀는 씀바귀야 씀박아
호명으론 좀 쌉싸래해서 별로다 싶고
손맛보다는 이름맛이 나물맛이라
국산 냉이 두 움큼 크게 집어
달아주십사 하니 2,960원
산에 가 뜯어봐야 알까나
장에 가 팔아봐야 알까나
싼 건지 비싼 건지 도통 가늠이 안 되는
냉이더미를 놓고 나물값을 매기는
플러스마트 나물 코너 아저씨가
조끼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 적에
냉이는 그냥 냉이네요
한자로는 제채라 부른다는데
보니까 겨잣과에 속한 두해살이풀이래요
겨자는 노랭인데 냉이 어디가 노란가
5월에서 6월에 흰 꽃이 핀다는데
아무리 봐도 그건 나도 모르겠네요
계산대 뒤로 줄 선 나를 끝끝내 찾아와
휴대폰 속 두산백과에 뜬 냉이를
굳이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러한 아저씨의 친절이
내일의 시나 될까 싶었는데
저기 저참으로 간 아저씨의
손으로 코 푸는 소리 들린다
[아름답고 쓸모 없기를], 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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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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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5
23.03.05 07:4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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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봄나물의 향연 속에서
진정 우리 어머니의 향내도 함께 숨겨져 있는 듯 하여 가슴이 찡합니다
오늘은 오랫만에 하루 쉬는 아내에게 냉이 된장국이라도 끓여 달라고 청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