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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24대 헌종은 후궁 경빈 김씨를 위해 낙선재를 건축하고 한글로 된 많은 소설을 낙선재로 보관하게 되었다.
<징세비태록> 등 몇 권의 소설에 자신의 해제를 단정한 한글 서예로 붙여 놓기도 한 윤 노파는 낙선재본 발견 당시인 1960년대의 인터뷰(1966년 8월 25일자 중앙일보)에서 “<춘향전>은 유식치 못하고 깊은 뜻이 없고 잡되다. 조선 왕실의 소설은 문자가 좋고 윤곽이 크고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일거일동을 섬세하게 그려 읽을수록 끌려든다”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001061640231#csidx0254c8588b8fc50bc953d971e550290 |
첫째 주인공의 유아 때 고난이 없다 , . 이는 영웅소설과 비교할 때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영웅소설은 주인공이 어려서 부모를 여위고 고아와 같은 삶을 산다 이 때 주인공은 죽을 위기에 처하는 등 고난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낙선재본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이러한 고난이 없다. 둘째 매우 독특한 모티프가 있다 , . 그 대표적인 것이 '앵혈 모티프'이다 앵혈은 일종의 화학작용을 하는 붉은 색 물감이다 그것을 처녀의 팔뚝에 동그란 모양으로 묻힌다 그래서 이를 비홍 또는 홍점 이라고도 한다 성경험이 없는 처녀는 이것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에서는 ,앵혈이 사라진다 즉 앵혈은 처녀성의 상징인 것이다 앵혈 모티프는 처녀성을 증거할 때 부부 관계를 확인할 때에 주로 나타난다 독특하게도 앵혈을 젊은 남자에게 묻히고는 그에 따른 사건의 추이를 관찰하기도 한다. '늑혼 모티프'도 주목할 만하다 늑혼 이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혼인 勒婚 을 강요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임금이 신하에게 여인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 십중팔구는 처첩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 . 이러한 처첩갈등은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된다 요즈음 TV연속극에서 나오는 부부갈등, 연애 갈등의 모태가 여기에 있다 아마도 이들 작품은 당대의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약 모티프를 들 수 있다 단약 모티프란 어떠한 목적을 달 () . 丹藥 성하기 위하여 기이한 약을 자신이 먹거나 남에게 먹이는 것을 지칭한다 가장 . 대표적인 것이 개용단 즉 얼굴과 모습을 바꾸는 약과 미혼단 ( ), ( ), 改容丹 迷魂丹 즉 마음을 흐리게 하는 약이다 대체로 처처 또는 처첩 갈등에서 악인이 선인을 . 음해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외에 변했던 모습이 다시 본래대로 돌아오게 하 . 는 회면단 등도 등장한다. 셋째 가문의식이 강화되어 나타난다 , . 낙선재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제명에 서부터 임씨 유씨 하씨 진씨 와 같이 가문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 ’, ‘ ’ ‘ , ’ . 로 이들 작품은 개인에 의한 가문의 기틀 마련으로 시작하여 후손들에 의한 가문 의 대내외적 완성을 그리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에 팽배하였던 가문의식과 관련 . 이 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속에서 남자 여자 주인공은 어떤 고난 속에서도 . , 유교적 원리에 충실한 삶을 사는 인물로 설정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결국은 . 가문의 완성을 가져온다는 결말을 내리고 있다 이 속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잣대 . 로 색 과 덕 을 내세운다 물론 결론은 덕 이다 |
한나라 때 성인이란 이른바 후한 광무제 유수와 그의 두 왕후인 곽후와 음후였다. 성인이라 한 것은 예로부터 임금이 된
사람을 그렇게 일컬었기 때문이다. 광무제는 옥황상제전의 강목왕으로 전세에서는 무제의 아들 여태자였다. 이름이 여화인
음후는 태음성으로 전세에는 여태자의 비 공손씨였다. 곽후는 낭원 선자로 전세에 여태자의 후궁 사씨였다.
이 세 사람이 전세의 인연으로 후한 때 일시에 태어나 인연을 맺는데, 옥가락지의 기이한 연분으로 광무제와 음후가 이어졌다.
여태자와 태자비였던 전세의 연이 계속된 것이다.
한편 곽후는 전세의 사씨로, 당당한 왕손을 두었으나 임금의 총애를 공손비에게 빼앗기고 가련한 신세를 한탄하다가 원통하게 죽었다.
하늘이 이를 불쌍히 여겨 후한 때에 부귀한 집안의 딸로 다시 태어나게 하여 전생의 미천한 태를 벗게 하였다. 그리고 여태자가 재생한
유수를 만나 먼저 숙연을 잇게 하였다.
본래 유수의 집안은 빈한하고 곽후의 집안은 왕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부유하여 짝이 될 수 없었는데, 하늘이 연분을 이어 결혼하게
된 것이다. 곽후가 처음 유수의 집으로 들어가서는 세 칸 초가집에서 보리죽으로 시부모를 봉양하였다. 그리고 친정집 재산으로 유수가
천하의 임금이 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유수가 비록 천명을 받아 천하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또한 곽후가 내조한 공도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한 곽후를 후에 헌신짝같이 버리고 음후를 맞으니, 곽후의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은정을 저버리고 아내를 내쫓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기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죄도 없는 곽후
소생태자를 무고히 폐하여 동해로 내친 것은 후세 선비들이 안타까워하는 일이다. 옛날 한나라 무제는 외척이 발호할까 염려하여 후궁인
구익 부인을 자결하게 하면서도 그 아들은 폐하지 않아 후에 임금 자리에 오르게 하였으니 넓고 큰 도량이라고 할 만하다. 고금을 막론하고
역대 제왕에 대하여 의논하자면, 신의가 없고 불의한 임금으로는 광무제 유수가 으뜸이 될 것이니 후세 사람들이 모두 탄식할 뿐이다...】
이 단락에서 이 소설이 왕실에서 읽힌 소설이고, 낙선재에 보관되어 있는 이유를 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녀들이 곽후에 이입되서 읽히게끔 설명하고 있다. 광무제 유수는 천하에 신의없는 불의한 임금이라면서 말이다. 계속해서 보면 이렇다.
【..... 옛말에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고 하였으니, 곽후의 억울하고 원통함이 어찌 천대가
흐른다고 해서 없어지겠는가? 그윽이 원망을 머금고 다음 생에 한번 보복하기를 발원하였다.
때는 당나라 현종 1년 초여름 15일이었다. 옥황상제가 천궁을 여니 십만 천관과 삼십삼천, 이십팔수, 사해 팔왕이 모여
역대 제왕, 공신, 왕후, 명사, 성인을 거느리고 조회하였다. 상서로운 구름이 가득하고 향기로운 바람이 진동하였다.
이때 위성 등 네 사람이 한바탕 꿈속에서 선관을 따라 천상의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어떤 곳에 이르렀다... 한 선관이 달 모양의
혁대와 별 모양의 관을 쓰고 무지갯빛 옷을 끌며 표연히 내려와 인사를 하고 말하였다.
"여러 존형은 이별 후 탈 없이 잘 지내시는가? 이번에 옥황상제께서 조회를 여시어 온 천하의 산신과 수신, 역대 제왕의
신령을 모으시고 있소. 그대 등은 인간 세상의 명예와 이익을 멀리하는 은사들인 관계로 옥황상제께서 특별히 초청하시어
수백 년 밀린 일을 그대들에게 맡겨 처리하려 하오. 그러니 바삐 나를 따라 옥황상제를 알현하도록 하시오."
... (생략)
마침내 한 곳에 이르러 정신을 가다듬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바로 옥황상제의 궁궐이었다.
"그대 등은 잠깐 머물러 있으시오. 내 옥황상제께 아뢰어 명을 받들고 오리라."
...(생략)
네 사람은 옥청궁의 보배로운 전각 아래에 엎드려 있었다.(생략)
전각위에서 의식을 주관하는 찬예관이 옥황상제의 향안 아래에서 구름 같은 소매를 끌고 맑은 소리를 길게 빼며 천하의
모든 신들을 불러 조회를 시킨 후 좌우로 항렬을 정하여 주었다. 바로 그때 층계 아래에서 옥 같은 얼굴에 별 같은 눈을
가진 어떤 부인이 구름 치마를 나부끼며 나왔다. 그 부인은 마음에 맺힌 원망을 머금고 머리를 땅에 찧으며 억울하고
원통한 사정을 고하였다. 그러고는 다시 세상에 윤회하여 복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울며 사정하였다.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나라 때 광무제에게 폐위된 낭원 곽후였다. 낭원 곽후가 얼음 빛 냉정한 얼굴로 차갑고
매섭게 말하였다.
"신첩 낭원은 윤회를 두번 하였으나 한나라와 맺은 원은 수백년이 지나도 풀지 못하였습니다.
처음 인간 세계에서는 여태자의 후궁이 되어 왕손을 낳았으나 공손비에게 은총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깊은 궁에 우울하게 지내다가 원수 놈 강충의 꾀에 빠져 태자가 원통하게 죽으매 첩 또한 태자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 후 다시 한나라에 태어나 부귀한 가문의 귀한 딸로 태어났습니다. 여태자가 재생한 광무제 유수를 만나
숙연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생략)
친정 집안의 재산으로 남편이 천하를 도모하게 하였으니, 비록 천명이 있었다고 하여도 첩이 내조한 공덕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듯 어려움을 함께한 신첩을 후에 헌신짝처럼 버리니 신첩의 억울함과 원통함이 어찌
뼈에 사무치지 않겠습니까? 인간 세상으로의 윤회는 실로 기쁘지 아니합니다. 하오나 이번 윤회에는
음양을 바꾸어 신첩은 남자가 되고, 저 유수는 여자가 되게 하여 복수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골수에 깊이 박힌 곽후의 원통함을 들은 옥황상제는 복수를 하지 못하게 할 수 없었다. 이에 고개를 숙이며
강목왕 유수와 태음성 음후를 즉시 데려오라고 명하였다. 잠시 후 그들이 오자 옥황상제가 소원을 물었다.
유수와 음후는 옥황상제의 만수무강을 축수할 뿐 말이 없었다. 옥황상제는 비로소 끄덕이고
남두성과 북두성에게 세 사람의 윤회보응을 분명히 하라고 명하였다.
남두성과 북두성이 명을 받고 서천여래를 청하였다.
"한나라 때의 세 사람이 갈 곳을 명하소서."
서천여래가 즉시 육감신에게 명하여 각각 갈 곳을 점지하였다. 그때 옥황상제가 낭원 곽후와 강목왕 유수의
음양을 바꾸라고 명하자, 서천여래가 유리병에 든 감로수를 낭원 곽후와 강목왕 유수에게 뿌리며 진언을 외웠다.】
첫댓글 오~~이세계 TS 환생 복수물 ㅋㅋㅋ 다만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지만, 구매력은 남성이 더 높기에 남성향이 주류가 될겁니다. ㅎㅎㅎ
애초에 저거 헌종이 낙선재 만든 이후에 쭈욱 가서 순정효황후까지 읽게 되셨을테니 주된 독자는
국왕, 왕실 여인(대왕대비, 대비, 왕대비, 왕비, 세자빈+기타 후궁, 상궁, 궁녀 등등), 세자 등이 주된 독자였지 않나 싶습니다.
낙선재본 소설이 기존의 홍길동전, 심청전과 별개로 취급되는 이유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지요.
장르문학은 모르겠는데 일반소설에서는 여성독자 및 구매자의 수가 많습니다.
여성의 구매력이 남성보다 항상 낮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게임 이야기지만 작년에 서울 성수동에서 마비노기가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었을 때 저도 갔는데 인원이 남자 반, 여자 반이더군요. 트위터 문화 때문에 트위터를 싫어하고 저도 계정은 없지만 우리나라 트위터는 여자 덕후들 지분이 제법 돼서 마비/파판이나 아무 애니 이름을 검색해 보시면 제법 언급이 많이 됩니다. 그 때 홍대 애니메이트도 들렀는데 남자도 많이 오고 여자도 많이 오더군요. 성별 상관없이 용돈으로 비용을 대는 분들을 감안해도 구매력이 있으니까 그만큼 인원이 온 거죠.
조선시대말쯤되면 민간에서 요즘으로 치면 초장편 소설들이 만들어지고 대여까지 되었다고 하죠. 주저자는 양반댁 사모님들이고 독자도 마찬가지.. 그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드라마작가등에서 여성작가들히 잘나가는게 그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현대 한국 장편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중 한명이 박경리라는걸 생각하면 조상님때나 지금이나 생각하는건 비슷할지도요.
다만 옥루몽이나 몇가지 조선후기에서 궁중에도 읽혔던 소설의 작가가 남구만 5대손인 남영로였다고 하니
사대부들이 독자들 취향을 잘 아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홍루몽이 그 점에서 많이 특이하군요. 첫째와 둘째 유형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책이고 셋째는 애매합니다. 주인공이 명문가 자제(요즘으로 치면 유공자 후손+재벌 3~4세쯤 됨)임에도 고전 영웅상을 부정하고 거부하며 시기하던 이복동생에게 촛농 테러도 당했지만 부모님과 사이는 나빠도 두 분 다 계시고, 전생 설정은 있으나 앵혈 설정은 없죠.
가씨 사씨 설씨 왕씨 가문이 4대가문으로 상부상조하는 건 셋째 유형과 같지만 주인공이 그걸 따르진 않고, 가장 좋아했던 임대옥도 그런 건 알 게 뭐냐는 입장이죠. 설보차가 그걸 잘 따르는 편이고요. 전통 가치를 잘 따르고 가보옥과 토론을 벌일(가보옥이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지성도 있는데
번역소설과 낙선재본 소설은 별개로 봐야하지 않을지요?
조선 왕실의 소설, 궁중소설, 낙선재본 소설이라고 불리면서 특정장르나 모티브가 있지만
번역소설은 그냥 왕실, 사대부, 서민들에게 널리 익힌 삼국지, 수호지 같은 책들도 있으니 말이죠.
@삼한일통 저도 낙선재본은 구한말 때 번역됐다는 걸 빼면 직접 읽어보진 못해서...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네요. 말씀하신 대로면 낙선재본과 그 후에 번역된 판본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싶습니다.
@견환 아뇨. 그 말이 아니라...
가령 부천만화박물관에 국내만화도 있지만 해외만화도 취급한다는 비유를 하면 어떨지요?
그러니까... 삼국지, 수호지 같은 번역서도 궁중에서 읽었다는것이지
삼국지의 궁중소설 버젼이라고 내용이 다르다거나 하는걸 말하는게 아니라는겁니다.
민가에서도 읽혔던 소설이 궁중에서 읽혔다고 내용이 달라지는게 아니라
[해외서적][대중서적][궁중서적]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할때
낙선재본 소설은 궁중서적으로 나누는거죠.
@삼한일통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오히려 가보옥 직속 하녀인 화습인이 그걸 주워섬기더군요. 117회에서 셋이 토론을 벌일 때도 설보차는 논리로 설득을 시도하지만 화습인은 감정에 호소하고... 고려대 최용철 교수가 쓴 해설집인 <붉은 누각의 꿈>에선 홍루몽 낙선재본이 중국 밖에서 처음 나온 한국어 번역본이라 하더군요.
보홍루몽은 후삼국지나 후수호전 비슷한 물건인데 원작이 새드 엔딩이라 해피 엔딩으로 바꾼 외전이라 들었습니다.
전 고3 수능 끝나고 막간에 시간 남을 때 다 뗐고, 홍루몽만 정독해도 현대소설이나 장르문학에서 감정선을 찾을 때 도움이 되더군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해서 클리셰도 비슷하더군요.
요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낙선재본 소설 번역하는게 있긴해서 읽으면 색다른 재미이긴 할겁니다.
@삼한일통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