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있어 차는 이제 신발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발에 크기에 맞게 신을 신듯이 차도
각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게 됩니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게 되면 도로는 복잡해 지게 마련이지요. 차를 내가 운전하고 있을땐 도통 차를 개의치 않는 보행자가 야속하고 내가 걷는 입장이 되면
복잡하게 뒤엉켜 진로를 방해하는 차로 인해 짜증이 납니다.
30년전 제가 처음 면허증을 발급 받을때만 해도 여성운전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차를 가지고 도로에 나와 차별 아닌 차별을 받기 일쑤였지요.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개똥철학을 가진 사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보니 가벼운 신경전쯤 밖에 안되는 것에 웅변하는 연사처럼 떠드는 꼰대 아저씨들이 심심찮게
있었지요.
한번은 사거리에서 저는 좌회전 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하고 있었고 상대는 반대편에서 우회전을 하더니 갑자기 1차선으로 들어오려다 제 차에 오른쪽 미러를 날아가게 했는데 창문을 열고 "18년아 눈 똑바로 안뜨나 어디 기집이 길을 막노" 이 한마디 욕화살을 날리고 꽁무니를 보이며 도망가더라구요. 블랙박스 있던 시절도 아니고 곳곳애 cctv는 더 더욱 없던 시절인지라 달 빼는 기술이 탁월했던 저는 상대 차를 1시간 넘게 추격하게 됩니다.
마침내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곳에 차를 세운 당당했던 그 놈팽이가 차에서 내려 했던 말 " 뭔 기집이 이리 집요하나 니 운전 언 놈이 갈켰노" 싸가지는 소맥으로 말아드신 나쁜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랄맞은)를 지금 같으면 넓디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신상을 털어보련만...
30년 동안 저혼자 미쳐 날뛴 사건을 제외하곤 접촉사고 한번 내 본 적은 없습니다.
사람의 심리파악을 가장 단시간에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차를 다룰때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좌회전을 하려고 하는 차는 깜빡이를 켜지 않아도 차체가 왼쪽으로 기울어 있기 마련입니다. 본인의 잘못을 미안해 할 줄 아는 사람의 차 엉덩이는 다릅니다. 외길에서 지게차나
excavator(흔히 포크레인이라 하는 건 틀린 말입니다. 엑스카베이터를 만든 브랜드가 포크레인이거든요) 를
만났을때 다양한 운전자의 성향이 드러나기도 하구요.
그러나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때는 단연코 주정차시에
그렇습니다. 본인 차량 한대 때문에 교통 흐름을 방해함에도 상상초월 지역에 정차를 하고 비상시도 아니면서 비상등 하나면 모든게 무마된다는 듯 그래도 여기까지는 어영부영 그렇다치고 차량으로 되돌아 올땐 너무나 위풍당당 초연하게 걸어온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입니다. 시골길에 복잡한 장날 본인만 장보러 온 것이 아님에도 대형 버스가 회전할 수 없도록 주차를 한 빈대차량 ! 심리파악이 잘 안됩니다.
어찌 낑겨 넣은 건 그냥저냥이라도 본인의 차는 무사할것이라 믿는 것인지 간이 큰 빈대차 주인은 어찌 도로 위를 달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지하주차장은 겹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미팅도 시간이 좀 늦게 끝나 다음 약속 시간에 촉박하게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몇층에 세웠는지 전화를 받느라 기억해 두지 않아 매층마다 차키로 총을 쏘며 다니다가 제 차를 발견한 순간 와우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마세라티 차량과 벤트리 차량 사이에 있는 제 차는 도저히 사람이 차문을 열고 탈 수 없도록 양쪽 차주인 되시는 분들이 모두 지들만 내리기 좋도록 주차선 중앙에 잘 세운 저를 비웃듯이 주차를 해놓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량에 올려져 있는 차주의 연락처를 보려고 했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명함에는 밴댕이쏘가지 마냥 작은 숫자가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한쪽은 전번조차 없었답니다. 다음 약속을 취소하고 주차장에서 떨며 기다렸지요. 요것들의 싸가지 수선을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50여분이 지나자 마세라티의 주인이 등장했습니다. 아무래도 오래 기다리다보니 스팀충만 한지라 다다다다다::.... 고추도 덜 여문 어린놈이 "주차실력이 좃같아서 미안하고 자자 추운데 짬뽕이나 드셔요" 5만원을 제 차에 집어 던지더군요. 암튼 참 더러운 종자들이 개발에 편자지 차만 비싼거 타면 사람인줄 아는 것입니다.
그날 집으로 오는 길에 저도 모르게 화풀이를 제 차에게 해댔답니다.
출구와 입구가 따로 있는 지하 7층 주차장에서 입구를
출구로 잘못 알고 지하2층 까지 올라왔을때 올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때까지 입구인지 조차 모르기도 했지만 상대방에게 세상에 태어나 그런 화려한 욕설도 들어보고 ㅋㅋ 후진으로 지하7층까지 내려오는 동안이
운전 배우고 최고의 경험이었고 옆에 타고 있던 후배는 차에서 내리질 못했지요. (오줌을 지렸답니다)
음주운전 하다가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가로등과 싸워도 봤습니다. never 해서는 안됩니다. ㅋㅋ
불가피하게 주차장이 아닌 곳에 주정차시 손글씨로 좀 크게 죄송한 내용과 소요시간을 적고 연락처를 투명 화일에 몇가지 경우에 맞게 가지고 다니면 비교적 전화도 오질 않고 화도 덜 내더라구요. 소소한 진정성은 어디서도 통하는 것 같더라구요.
차와는 이제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소한 일들이 진정성있는 사과와 타인을 배려하는 이해로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한국서 운전한다는 자체가 저한텐 신기할 뿐입니다.
저도 운전 경험이 3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한국가면 절대 운전을 못해요 무서워서...
저희집은 지방 인데도 요..ㅎㅎ
네. 제 친구도 한국에 오면 무면허가 된다고 그러더군요. 친구 표현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운전을 화난 사람들만 하는 것 같다고 ㅠㅠ 먼저 가려고 거기다 신호를 무시하는 게 마치 실력인냥 .... 하나 더 추가는 잘난척의 도구로 차를 이용하다 보니 안그래도 복잡한 인간사가 심란해지게 되는거겠죠.
도로변에 주차된 차만 봐도 차주의 인성이 보여요.
최대한 인도로 붙어 차로를 확보해 놓는 사람이 있는 반면 꽁무니만 대강 밀어 넣은 사선 주차에
자리가 있음에도 이중 주차를 해서 차선 하나를 없애 버리는.
U턴하는 지점에 달랑 세워놓고 발이 떨어지는지 참 그 뇌가 궁금하답니다.
우리나라엔 연구대상 말종들이 너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