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장수의 기개
葡萄美酒夜光杯(포도미주야광배)‘
야광배에 담긴 달콤한 포도주,
欲飮琵琶馬上催(욕음비파마상최).
마시려는 순간 비파 소리 흥을 돋운다.
醉臥沙場君莫笑(취와사장군막소),
술 취해 모래밭에 눕더라도 비웃지 마라.
古來征戰幾人回(고래정전기인회).
예부터 전쟁터에서 몇이나 살아 돌아왔더냐.
―‘양주의 노래(양주사·涼州詞)’ 왕한(王翰·생졸미상 당 중엽)
* 夜光杯(야광배) : 백옥으로 만든 술잔
* 征 戰(정전) : 전쟁터에 나가다.
* 凉州詞(양주사) : 오늘날 감숙성 무위(武威)현에 있었던 양주 지방에서 불리던 악곡에 가사를 붙였다는 뜻이다. 서역이 개척되면서 그곳의 음악이 중원으로 들어와 유행하였는데, 일부 시인들이 여기에 가사를 지어 붙여 서북 변경의 풍광과 거기서 근무하는 병사들의 애환을 묘사하면서 즐겼다. 악곡(樂曲)의 이름으로 변경을 지키는 내용의 노래들이 많다.
전장을 누비는 변방 장수, 쉬 만날 술자리가 아닐진대 모처럼 흠씬 한번 취해 볼 참이다. 설령 술에 취해 모래벌판에 쓰러진대도 사람들이여 날 비웃지 마시라. 어차피 생사를 초월한 채 전장에 나선 몸. 전장이 곧 사지라는 걸 잘 아는 이 몸이 목숨에 연연했다면 애당초 나서지도 않았을 것을. 고급 술과 술잔, 비파 연주까지 동원한 건 술자리의 흥을 돋우려는 배려이겠거니 하면서도 한편으론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전별연임을 염두에 둔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여 시는 한결 비장하고 결연한 분위기로 고조된다. 더러 비파 연주를 출전을 재촉하는 매정한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호화판 주연을 마련한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시에 대한 역대의 평가는 엇갈린다. 혹자는 자포자기의 울분을 토로한 반전(反戰)의 노래로 읽고, 혹자는 죽음도 불사하는 변방 장수의 용맹과 의지로 읽는다. 멜랑콜리한 감상(感傷)과 호쾌한 다짐이 겹친 듯 어긋난 듯 서로 경계를 넘나든다.
양주(涼州)는 중원의 서북쪽 관문인 간쑤(甘肅)성에 위치한 변경 도시. 서역과의 교류를 위한 실크로드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이 시처럼 변방 군사의 애환을 담은 시를 변새시라 부르는데, 병사들의 정서가 대개 향수나 전쟁에 대한 염증(厭症)으로 나타나는 반면 지휘관의 경우 우국충정과 전공 수립의 기개를 담는 경우가 많다. 당 초중엽에는 고적(高適), 잠삼(岑參), 이백 등이 다량의 변새시를 창작, 변새시파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왕한(王翰)은 당나라 중기의 인물로, 자가 자우(子羽)이고 진양(晋陽), 즉 오늘날 산서성 태원(太原) 사람이다. 당 예종(睿宗) 경운 원년(710)에 진사에 급제하고 현종 때 관직에 임명되었다. 나중에 지방의 도주사마(道州司馬)로 좌천되었다가 거기서 죽었다. 성격이 호방하고 술을 좋아하였으며, 노래 가사를 잘 지었다고 한다. 그는 시에서 짧은 인생을 아쉬워하며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내용을 주로 읊었다. 전당시(全唐詩)에 그의 시 14수가 실려 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01월 26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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