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에 서라벌 토암산에 광덕스님이란 분이 작은 암자에서 여인과 함께 살며 열심히 염불 수행을 하고 있었다. 광덕스님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인 엄장스님이 있었는데 그는 혼자서 떠돌아다니며 수행정진을 하였는데 가끔은 둘이 만나 덕담(德談)을 나누기도 하였다.
"이보게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죽어 극락(極樂)에 가게 되면 그 곳의 사정을 알려주기로 약속하세"둘이는 단단히 약속을 하고 몇 년이 지난뒤 엄장의 꿈 속에 광덕스님이 나타났다. "이보게 나는 이제 죽어 극락세계로 들어가게 되였으니 정말 기쁘네, 자네도 곧 따라 오게나"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도 선명하여 이튼 날 광덕의 집에 가 보니 간밤에 광덕스님이 열반(涅槃)하셨다고 여인이 슬피 우는 게 아닌가. 엄장은 광덕의 여인과 장사를 치른 뒤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친구가 떠나갔으니 혼자서 어떻게 사시렵니까? 저와 함께 사는게 어떠하신지요?" 광덕의 여인은 쾌히 승낙을 했다.
그런데 그날 밤 엄장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동침을 요구했다. 여인은 스님을 물끄럼히 처다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스님은 틀렸군요. 스님이 극락에 가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입니다. 즉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아니 광덕 친구도 당신과 십년을 같이 살았어도 극락으로 들어간다고 했는데 어째서 나는 못 간다는 거요?"
그녀는 단정히 앉아 말했다. 광덕스님은 오랫동안 같이 살았지만 한 번도 동침한 사실이 없습니다. 매일 밤 단정히 앉아 밤새워 열심히 염불 수도에 전념했고, 나는 스님의 아내 노릇을 한 게 아니라 시봉을 했을 뿐입니다." 엄장은 크게 부끄러워 얼굴도 못 들고 그 길로 도망치듯 달아나 버렸다.
부처님께서 "수행하는 사람은 여인을 대할 때 나이가 많으면 어머니 처럼. 나이가 젊으면 동생처럼, 나이가 어리면 딸 처럼 대하라"고 말씀하셨다. 아내도 도반으로 보아야 올바른 수행이 된다는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