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br><br>1<br><br>바람에 시달리는 갈대 등속은<br>저희끼리 정강이를 부딪칩니다<br>분질러진 다리로 서 있는 갈대들도 있엇습니다 <br><br>그대 가까이 <br>하루 종일 햇빛 놀고<br>정강이가 부러진 것들이 자꾸 일어서려 합니다<br>눈 녹은 진흙창 위로 꺾인 뿌리들이 꿈틀거립니다<br>그대 가까이 하루 종일 햇빛 놀고<br><br>
2<br><br>자꾸만 발꿈치를 들어 보아도<br>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br>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br>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br>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br>떠가고 무슨 노래를 불러<br>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br>우리는 만나지 않았으니<br>헤어질 리 없고 헤어지지<br>않았어도 손 잡을 수 없으니<br>이렇게 기다림이 깊어지면<br>원망하는 생각이 늘어납니다<br><br><br>3<br><br>나무 줄기 거죽이 자꾸 갈라지고<br>읽을 수 없는 글자가 새겨집니다<br><br>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br>밥 먹고 옷 입는 일 외에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br>멀쩡한 나무를 두드리니
잔 가지들이 놀라<br>어쩔 줄을 모릅니다<br><br>한 글자만 허락해주십시오<br>저희에겐 한 글자만 허락해 주십시오
진흙창에 박힌 신발을 마른 풀에 비비며<br>저희는 돌아갈 일을 생각합니다<br><br>
4<br><br>그대 계신 곳을 멀리<br>뒤돌아가다가<br>겨울 나무들이 선 곳에<br>나도 섰습니다<br><br>그대 비밀을 안다면<br>나도 그대의 비밀이 될까요<br>눈송이 입자처럼 고운 비밀이<br>내게도 있었던가요<br><br>지금은 멎어버린 샘 가의<br>돌무더기처럼<br>나는 버려져 있습니다<br><br>간간이 비 뿌리거나<br>바람 스치면<br>그대 이름 되뇌어보면서<br>
5<br><br>그대 가까이 하루 종일 햇빛 놀고<br>해질녘이면 동네 뒷산을 헤벴습니다<br><br>신화나 예감 같은 것,<br>그런 것에나 쫓겨다니면서<br>지치면 겨울 나무들이 줄지어<br>섲 곳에 나도 섰습니다
한쪽 어깨가 바람에 깊이 패이도록<br>마른 나무들의 호흡을 받았습니다.
<br><br>이성복 시집,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90.<br>
<br><br>* 모든게 소생하는 봄 빛,, 그 화사한 간지러운 따사함 속에서 반대되는 감정의 빛깔, 조금은 어두운 무채색 회색빛 죽엄을 만난다. 이순(耳順)을 갓 넘긴 나이에 닥쳐온 갑작스러운(?!) 죽음은 당황스럽게 무신경 했던 일상에 정신이 번쩍 들도록 내 따귀를 날렸다. 그래, 내 주위에 언제나 일상처럼 ‘그 때’ 란게 잠복 해 있고 ‘ 내 일’이 될수도 있는데.., 몇일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준비가 되어있던 아니던, 죽은자는 말이 없지만,, 죽음이란 어떤 느낌일까?…,<br><br>루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당연하듯이 받아 들인다. 투석으로 받아야 하는 어떤 날카로운 느낌과 사나운 감정, 억울한 듯한 분노와 일상의 사소한 상실감도 이제는 가면이 내 얼굴인 듯, 잘 변하지 않는 표정과 얼버무린 알수없는 이상해진 미소로 잘 도색된 듯한,, 아무리 몸이 아프다 해도 일상이 쉽게 이해되고 당연시 되어서는 안되는데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를 않는다. 리셋(Re Set) 하듯이 나(?!)를 재생 할 수는 없을까!?…..<br><br><br><br><br><br>
<br>
<br>
</p>
<!-- -->
첫댓글
저도 전투 중이고 또다른 전투자들이 있을 겁니다.
늘 응원합니다.
그러니 힘내세요.
ᆢ
이런 나약함도 바보같은 짓 인데,, 시를적다보니 감정따라 흘렀네요. 진정 강한자가 되지는 못할듯 싶습니다. 나보다 아픈 사연들도 많은데,,,
봄 이잖아요. 주변의 무수한 피어나는 ‘아지랭이’ 처럼 연두빛 저 순한 색이 그리워 발길을 옮겨 봅니다.
@홍수염 아닙니다.
홍수염, 백기자님의 글 자주 올려주세요.
봄이니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