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문체부 장관기는 한국 야구 100주년을 기념해
전국의 모든 중학 팀들이 참가한 가운데 남해에서 펼쳐졌습니다.
고교야구의 봉황대기를 연상하시면 쉬울 텐데,
제 기억으로도 이 정도 규모의 중등부 선수권은 사상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운영상 일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즐비한 중학 강호들 중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최고중의 최고 대회!'였다는 의미를 부여하기에 손색이 없을 거 같습니다.
[문체부장관기]
(결승)
서울덕수11 - 4 부산경남
(4강)
대구경상 1 - 3 부산경남
서울덕수 6 - 5 대구경복
보시는 것처럼, 서울과 부산을 대표하는 양강이 결승에서 제대로 만났습니다.
그러나 덕수중 에이스 성영훈이 경복전에서 한 타자를 상대한 반면,
경남중 에이스 홍재영은 경상전을 완투했으니,
각기 대구 두 팀과 격돌한 4강전에서 명암이 갈렸다고 봐야죠.
팽팽하던 결승전의 추는 덕수중이 연장9회에 대거 7득점하며,
급격하게 기울어져 버렸답니다.
경남중과의 리턴 매치를 통쾌하게 설욕하면서,
명실상부한 05 최강팀의 반열에 우뚝 선 덕수중 공수의 핵은 역시
투수 '성영훈' 그리고 유격수 '배상현'이라고 해야겠는데요.
성영훈(서울덕수중3) 배상현(서울덕수중3)
배상현은 투수가 공을 쥐고 있는 동안에도 부지런히 움직일 줄 아는 유격수입니다.
타석에선 몸 쪽 공을 피하지 않는 강단도 보이는 선수라,
연 초만 해도 유지현 - 박경수 계보를 잇지 않을까 기대를 부풀렸던 친구인데,
여름에 접어들면서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기복이 있다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 집중력의 결여로 이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중앙고 진학으로 알고 있었는데, 덕수로 가는 모양이더군요.
성영훈은 05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중등부 우수선수상을 받았죠.
사실상 작년 중학야구의 MVP인 셈입니다.
근력이 뛰어나고, 팔 스윙이 부드럽게 넘어오는 원종현(군산상고)처럼 선천적인 장사형인데,
오른쪽 어깨가 뒤로 젖혀지는 순간에 팔꿈치의 내각(內角)이 이상적이라
'delivery'의 'rhythm'도 괜찮네요.
구암초 시절엔 포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운드 위에선
역시 포수출신 신창호(경동고)만큼 자기 공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한 느낌입니다.
LG 스카웃 팀의 이효봉 선배님이 보시면 굉장히 흡족하시겠단 생각을 혼자 해봤는데요. ^^;
(몇 년 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작년 2차 드래프트에서의 LG픽은 대단했죠.)
2년 전 이형종(양천중-서울고)만큼 압도적인 느낌은 덜하지만,
명실상부한 작년 중등부 랭킹 1위 투수로 생각합니다.
키만 좀 더 커 준다면 나무랄 데 없겠어요.
[대통령기]
(결승)
대구경상 14 - 1 광주진흥
(4강)
광주진흥 6 - 4 부산대천
대전한밭 2 - 7 대구경상
부산 대통령기는 비록 시즌 말미에 열리는 지방 대회라
일부 학교가 저학년들만 출전시키는 등 순도는 떨어진다고 봐야 하지만,
그래도 대구경상중의 압도적인 화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05학생야구 중등부 판도를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시즌 초 경기 석권!' 에 '후반기 대구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요?
한승지(대구경상중3)
경상중 투타의 핵인 한승지군은 작년 TK지역 최고의 에이스로
제주 신광초에서 야구 유학을 왔죠.
투수로서 현재 모습도 괜찮은데,
만일 고교에서 스피드 업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타자로 연착륙도 가능할거 같습니다.
공수주를 두루 겸비한 특급 외야수로 손색이 없는데,
경북고가 스카우트에 성공했네요.
(김건필, 김동명 등 제주 선배들이 많은 대구고로 진학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답니다.)
안봉진(부산대천중3)
이 대회에선 부산 최강 경남중이 주력들을 대거 제외한 채 시합에 임해 초반 탈락한 반면,
대천중이 4강에 안착하며 그나마 홈 팀의 체면치레를 한 셈인데요.
외야수로 출전했던 04년이었나?
부산 쪽 방망이는 아무래도 재질이 다른 모양이라는 농담을 들었던
대천중의 파워히터 안봉진은 원 포지션이 유격수더군요.
이상적인 체형(188-86)에 PK지역에선 가장 빠른 공을 가진 투수로
소문이 나서 기대를 부풀렸는데, 글쎄요?
제가 본 실전에선 폭투와 보크를 남발하며
덩달아 구위도 많이 위축된 느낌이었거든요.
유격수 출신 투수들이 비교적 제구를 일찍 잡는다는
일반론과 사뭇 달라서 약간 실망했지만,
뭐 한 경기만으로 속단하긴 이르겠죠.
작년 이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오병일이라고 봐야 하지만,
부산고에 진학하면 대형 투수로서의 틀이 워낙 돋보이는
안봉진의 빠른 성장도 기대해봅니다.
투타에 두루 재능이 돋보이는 한승지와 안봉진 모두
한국 고교야구 현실에선 결국 마운드를 선택하게 될 거 같아요.
호남게시판에 내년 전망과 관련한 질문이 올라왔다 사라졌길래
(아마도 고재권님이 확실하게 대답해 주실 수 있을 거 같지만)
덧붙이는데요.
이 지역 신입생에 한정된 제 선입견을 말씀드리자면,
고교 입학 후 즉시전력 감으로 투수 3, 야수 1 정도를 생각해보고 있답니다.
조우상(광주동성중3)
광주동성고에 진학하는 조우상은 장민제보다 실전형 투수 재목으로 평가 받았죠.
작년 전국무대에선 그림자 모드로 일관해, 저 역시 궁금합니다.
듣기론 손가락 쪽에 부상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강지광(전북전라중3)
전라중 에이스 강지광은 작년 초 비공식 대회에선 대단히 위력적인 투구를 했었다고 하는데,
소년체전에선 워낙 순식간에 나왔다 들어가서(부상이 있었는지) 정확한 평가가 어렵네요.
04년에도 분명 전라중 시합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뚜렷한 인상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인천고에서 데려간다니 뭔가 있겠죠.
올해부터 바뀐 규정으로 인해 SK 연고 우선 지명 대상은 아닙니다.
김원태(상인천중3) 스카웃에 실패한 인천고 입장에선 어쨌든 만회카드 한 장을 손에 쥔 셈이네요.
박상규(전북전라중3)
최근 농구에선 김승현 효과로 단신 가드들이 새롭게 조명 받는 느낌입니다.
야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손시헌 덕분에 작지만 재기 넘치는 유격수들이 각광받는 추세죠.
전라중의 미니 유격수 박상규(우/좌)군은
대구경복중의 ‘motorcycle!’ 김상수만큼 민첩한 슬라이딩을 보여주는데,
순천효천고에 진학하면
팀 선배 공주현과 함께 인 필드에서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올 거 같아요.
벌써 몇 해째 전북의 인재유출이 심각한데,
이 지역 전통의 야구명가인 군산상고와 전주고 모두 분발해 줬으면 하네요.
정희준님) 전국의 중학 투수들이 모두 똑 같은 폼으로 던진다니 그럴 리 있습니까?
예를 들어...
굉장히 빠른 공을 뿌리는 김원태(상인천중3)군의 연속동작입니다.
아직 실전에 올릴 만큼 컨트롤이 완성된 유형은 아니지만
밸런스가 괜찮아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는데요.
이목구비의 합이 여섯 개라도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
세상에 똑 같이 생긴 사람은 하나도 없는 이치죠.
홍재영은 공을 놓는 순간의 스틸 컷이 여러 장 겹치다 보니 강조된 측면이 있습니다.
특정 선수의 폼을 상세(詳細)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아서...
이해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