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민족의 성전, ‘삼성궁’/안성환/230802
하기휴가를 맞아 ‘삼성궁’으로 떠났다. 그냥 휙 둘러보기는 아까워 숙소는 삼성궁 부근 친구의 별장을 빌렸다. 하루를 꼬박 보내기로 작정했다. 울산에서 아침 5시에 출발 목적지인 삼성궁으로 향했다. 삼성궁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먼저 삼성궁의 안내판을 읽었다. 『삼성궁은 우리 민족 고유의 예(禮)와 도(道)를 청하여 왔으며,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실현하고자 연마하는 배달의 성전이다. 또한, 선도의 조종이며, 배달민족의 국조인 환인, 환웅, 단군의 삼성을 봉안하기 위해서이다.』 적혀 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건국이념을 세우고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먼저 삼성궁을 찾기 전에 몇 가지 이해하고 가면 편하다. 오징어 게임 영화를 보고 가도 좋고, 원, 방, 각(동그라미, 네모, 세모) 근원인 ‘천부경’을 이해하면 더욱 좋지만 조금 어렵다면 최소한 마고성과 삼성궁은 어떤 곳인가? 마고성과 삼성궁은 누가 했으며, 그는 누구인가? 어떤 목적으로 했을까? 이렇게 몇 가지 의문을 풀고 가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곳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문화를 되찾아 홍익인간 세계를 이루며, 한민족 뿌리의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철학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마고성’이란 말은 우리민족 생선신화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단군, 환웅, 환인 이전의 이야기다. 삼성궁은 배달민족의 국조이신 삼성(환인, 환웅, 단군)모신 곳이 하동청학동 ‘삼성’이다. 필자는 이번 여행에 지난 2022년 이범교 교수님의 천부경 수업이 이번 답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삼성궁’으로 들어가면 10만 평이나 되는 넓은 땅 위에 ‘소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1,500여 개의 솟대 돌탑이 시선을 제압한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우리 민족의 정신과 혼을 회복하는데 온 힘을 기운 듯한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홍익인간 이화세계’란 말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라는 뜻이다. ‘홍익인간 이화세계’는 우리나라 건국이념이다. 이 작업을 시도한 사람이 한풀선사이다.
그럼 한풀선사는 누구인가? 그의 본명은 강민주다. 거대한 삼성궁을 혼자 힘으로 만든 장본이다. 그는 삼성궁 10만 평을 개인 돈과 누님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또 기부자를 통해 10만 평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가 삼성궁을 건립하기 시작한 목적은 우리나라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단군신화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민족정신 부흥에 있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자기 시조신을 모신 이세신궁(伊勢神宮)있고, 중국도 시조 황제헌원(皇帝軒轅)을 모신 관묘가 있고 북한은 단군왕릉과 단군 관련 유적이 30여 종이 있다고 한다. 정작 우리나라는 국조를 모신 사당이 한 곳도 없다고 했다. 특히 이런 나라들은 시조를 개인 영업에 이용하면 중국은 사형, 일본은 종신형에 처한다고 한다. 나라의 시조를 모신 사당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동학, 천도교 등 민족종단들이 사라지고 있고, 민족혼과 독립정신이 사라지는 현실도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한풀선사는 전하고 있다.
한풀선사는 6살 때부터 삼륜, 오계, 팔조, 구서의 계율과 천부경, 삼일신고 등 신선도 경전을 배웠다. 학교는 검정고시로 마치고 중앙대 입학하여 역사학을 전공하고 이어 석사 학위까지 받은 재원이다. 특히 한반도와 만주 벌판을 닮은 연못은 한풀선사가 백두산 천지에서 가져온 물을 연못에 합수했다고 한다. 고조선의 소도를 복원한 까닭은 우리의 배달 선도문화를 계승하고자 함이다. 매일 하루 20톤씩 돌을 옮겨서 세운 솟대는 삼성궁의 상징이 되었다.
이곳을 걷다 보면 특이한 점을 볼 수 있다. 맷돌이다. 바닥에 깔린 맷돌이 무려 1만2천여 개나 되고 골동품이 1만여 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천부경과 함께 우리 민족종교 대종교의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 정신에 따라 3천3백 33개의 솟대를 세우고 있고 현재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우리의 맷돌을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한풀선사는 ‘솟대’는 환웅이 나라를 다스릴 때 제천을 지내던 소도를 의미하며, 음양의 이치를 만들어진 맷돌은 우리 민족의 민족정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한풀선사는 신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원래 신은 인간들의 필요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고대 신들은 굴복시키며 신성을 드러내고, 중세는 신성이 인성을 노예로 삼아 억압했고, 근대는 신과 인간사에 숙주가 나타나 인간을 통제하고, 현재는 숙주들 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인간사를 전쟁과 분열로 몰라서 넣고 있다고 하였다.
삼성궁은 그냥 휠링코스로도 만족한 곳이다. 엄청남 규모의 돌탑으로 방문객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삼성궁만 한 규모의 조형미를 갖춘 돌탑은 드물 것이다. 돌탑이 상징하는 바가 고대의 소도이다. 소도(蘇塗)는 삼한시대 천신에게 제사를 지낸 성스러운 땅을 말한다. 이곳은 죄인이 도망하여 오더라도 잡아갈 수 없을 만큼 신성하고 특별한 공간이다. 삼성궁은 해발 850m에 있다,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지리산 청학선원 삼성궁’이다. 1983년 10만 평(33만㎡) 터에 고조선 시대의 소도를 복원한 곳이다. 궁의 이름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궁을 뜻한다. 그래서 삼성궁이다. 청학은 신비 새를 말한다. 태평 성대한 시절에 땅에서만 나타나 우는 새의 이름이다. 태평성대의 이상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삼성궁에 도착하면 먼저 청학이 보이고 선국이란 간판이 보이다. ‘신선의 나라’라는 뜻이다. 궁은 크게 마고성과 삼성궁으로 구획되어 있다. 먼저 들어가는 곳이 마고성이다. 인류의 시조를 모신 마고성 검달길을 걸어보면 마치 원시시대 생활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고성은 인간의 본향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고성가는 길은 ‘검달길’이라 하고 삼성궁 가는 길을 ‘배달길’이라고 한다. 검달길에서 ‘검’은 ‘신선하다’라는 뜻이고, ‘달’은 ‘땅’을 의미한다. 그래서 신성한 땅, 신령스런 길이란 뜻이다. 마고성을 걷는 동안 신비에 싸인 분위기가 주변을 감싸는 듯하다. 그 느낌을 안고 조금 오르면 돌담 사이에 강철로 만든 사슴무사 조각상이 한 손에 칼을 든 체 서 있다. 아마 마고성을 지키는 수호신인 듯하다. 검달기을 걷다 보면 흰 천 조각 밧줄이 곳곳에 걸려 있다. 그곳 넘어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아마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검달길을 걷다 보면 석각으로 조각된 용, 뱀, 말, 양의 그림과 부적처럼 생긴 여러 문양이 가득하다. 각 문 앞에는 어김없이 새겨져 있다. 마고성의 제일 먼저 시작하는 문이 묘신지문(卯神之門)이다. 일명 ‘토끼신문’이라고 적인 큰 바위가 나온다. 좀 더 올라가면 사신지문(巳神之門)이란 뱀신문이 나온다. 뱀신문에 들어서면 뱀의 몸처럼 구불구불한 돌담을 지나게 된다. 그 뒤에 오신지문(午神之門) 이어진다. 말신문이다. 터널을 지나는데 터널 천장에는 여러 가지 문양의 그림들이 있다. 마치 고대시대의 암벽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마고성 마지막 문은 미신지문(未神之門)이다. 양신문인데 이 문을 지나면 검달길 산 중턱이다. 아래로 보면 한반도와 만주를 상징하는 연못이 보인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묘한 감정을 감돌게 하는 청록색 연못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한풀선사는 왜 하필이면 ‘소도’을 본 떴을까? 원래 소도는 죄인이 도망하여 오더라도 잡아갈 수 없을 만큼 신성한 공간이라 했다. 삼한 시대에 천신께 제사를 지내던 성지인 ‘소도’에 보통사람의 접근을 금하며, 높은 나무에 기러기 조각을 얹어 솟대로 표시했다고 한다. 오늘날 솟대가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풀선사는 지리산 자락의 돌로 솟대를 쌓아 옛 ‘소도’를 복원하고 ‘홍인인간세계’를 실천하려고 했다. 그래서 삼성궁은 ‘삼성’ 한배임(환인), 한배웅(환웅). 한배검(단군)을 모신 곳이다.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직접 천지인을 의미하는 원형, 사각형, 삼각형 형상의 원방각을 석각 해 놓았다. 그리고 고대 인물상을 조각하여 돌담 사이나 옆에 다소곳이 두었다. 이 모든 것이 한민족 고대 경전 천부경 81자에 근거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삼성궁에는 모두 81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문화장르도 81자로 구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이번 삼성궁 여행을 통해 도인 한풀선사의 원방각 문화와 천지인 사상의 흔적을 더듬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든 필자는 이번 기회에 고대종교나 역사, 그리고 고조선 시대의 소도를 조금 알게 되었다.
삼성궁은 민족을 사랑하는 열정과 인내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을 실감했다.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숙소인 친구의 별장으로 왔다. 삼성궁에서 약 15분 거리이고 해발 520m 지리산 중턱에 있다. 지리산의 밤은 깊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