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안재환씨 대출각서, 자필일까?
어떤 이유에서건 눈앞에 돈이 급해 사채업자(대부업자)를 찾는 사람들에게서 “합리적 이성”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채업자(대부업자)들 대다수는 등록-무등록 가리지 않고 거의 공통적으로 채무자를 상대로 “수 개의” 백지차용증, 백지어음 등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사진은 사채피해자인 서모씨 부부의 백지계약서 사례; 서모씨는 300만원을 빌리면서 이외에도 대부업자의 요구에 따라 무려 7개의 백지계약서류를 넘겨줬었음]
고 안재환씨도 그러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YTN STAR가 취재보도한 대출계약서를 눈여겨보면, 채무자란에는 고 안재환씨의 본명(안성광)과 도장은 찍혀 있는데, 채권자란은 공란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YTN STAR가 취재보도한 대출계약서 부분, 채권자란이 공란으로 되어있고, 이는 대부업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며 채권자 원모씨도 다른 대부업자들과 비슷한 수법으로 대출계약서를 작성했음을 추정할 수 있게 하는 정황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채업(대부업)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수법으로, 언제든 임의적으로 채권자 이름을 적어 채무자를 상대로 제2, 제3의 채무독촉 수단 등으로 악용할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누군가가 “A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다 갚았는데도 불구하고, “A사채업자”의 이름 대신에 “B” 또는 “C”의 이름을 적고는 이를 근거로 “돈 내놔!” 할 수 있다는 겁니다(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민생연대에 접수된 피해사례도 수차례나 됩니다). 좀 끔찍하지요!
[사진은 YTN STAR가 취재보도한 대출계약서 부분중에서 고 안재환씨의 자필이라고 얘기되는 부분, 그러나 "대부업자들의 계약서 작성 관행상" 사후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기재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대출계약서에는 채권금액 “금이억원” 이자 “매월 금사백만원” 이자의 납입일 “매월1일(9.1~)” 원금상환일 “6개월후(2008.2.1)”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것을 고 안재환씨의 자필이라고 “현재는” 결코 단정할 수 없습니다(자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이고,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사채업(대부업) 영역에서는 백지계약 뿐만 아니라 “사문서 위조”등까지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인감은 물론이고 보다 정밀한 것들도 위조하는 세상에서 글씨를 비슷하게 쓰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며, 끝으로 은행을 포함한 모든 대부계약서에서 채무자가 채권금액부터 원금상환일까지 상세히 적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할 만큼 이례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만에 하나 고 안재환씨의 자필임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채권자 원모씨가 고 안재환씨를 상대로 적게는 천만원 많게는 2억원까지 매우 높은 고수익을 얻기 위해(원모씨의 주장대로라도 연24%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대출 재대출을 반복하면서 언론에 공개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하나만 달랑 받았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일부 대형대부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사채업자들이 그러하듯이, 이외에 수 개의 다른 서류들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 그러했다면 언론에 밝힌 서류와 마찬가지로 채권자란 등을 공란으로 처리했을 것입니다.
어쨌든 현재로선 수사기관만이 이와 같은 저의 추정에 대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주1: 채권자 원모씨의 딜레마 -
YTN STAR와 인터뷰한 채권자 원모씨는 “제가 알기론 사채 없어요”라고 하면서 은연중 자신이 사채업자(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덕분에 지금은 대부업자로 불리우는 사채업자)임을 부인하고 있지만, 동시에 원모씨는 “천만원부터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재환이가 정선희하고 결혼 발표하고 단위가 커졌어요. ⋅⋅⋅그 다음부터는 돈이 천만원이 아니라 억으로 나갔어요. 엄마 돈 좀 빌려줘 그래서 2억을 꿨고 내가 꿔준 걸 갚았어요.”라고 밝힘으로써 고 안재환씨를 상대로 대부업행위(원모씨의 주장에 근거하면, 월 2부 연24%의 수익을 노린 대부업행위)를 반복적으로 했음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모씨가 이와 같이 고 안재환씨를 상대로 대부업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무등록상태에서 이를 했다면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처함)할 수 있는 대상자가 될 수 있으며, 또한 등록해서 영업을 했다면 국민을 상대로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 됩니다.
한 마디로 고 안재환씨의 채권자 원모씨는 딜레마에 처한 꼴입니다.
글쓴이: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 2008년 9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