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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춘계 훈련 등반
등반일시 : 2008년 6월 14 ~ 15일
등반장소 : 인수봉
등반루트 : 영길, 비둘기길
참석인원 : 신동욱,최기환(+인생파트너),박기진,김회병,황연숙,이대관,손민호(서울 합류)
차량운행 : 박기진
2008.06.14.토요일.구름 많고 바람 불고 서늘함
1700시
'바위를 시작한지 겨우 한달여 남짓한 지금 내가 과연 인수봉을 오를 수 있을까?'
'사진속에서 조용하게 우뚝 솟아있던 그 멋진 인수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래! 일단 한 번 부딪혀 보는거야!! 아자!!'
걱정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들고 집결 장소로 향했다.
1800시
집결 장소인 서변동 OK마트에 도착하니 다소 시간이 일러 다시 한 번 준비물을 점검해본다.
내 생명을 담보하는 장비들이니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요 이쁜넘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주변 관광(?)에 나선다. 분식집에서 오뎅도 하나 먹고...
7시 30분쯤 되니 기환 형님과 형수님이 먼저 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1930시
다른분들이 오실때까지 먼저 장을 보기로 하고 마트에 들어섰다.
먼저 저녁에 마실 '맑은것'을 사는데, 몇 개를 사야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처음엔 병으로 된 거 3병을 고르시더니, 잠깐 나를 보시는 기환 형님..."니 많이 묵제?" "-.-;"
그리고는 1병을 조금 큰 것으로 바꾸시더니...다시 2병도 큰 것으로 바꾸고...
그리고 다시 2개 추가...결국 5개를 담았다. 남을까?...모자랄까?...
잠시후 동욱형님이 오시고, 뒤이어 기진형님과 회병형님 연숙형이 도착한다.
이것 저것 골고루 장을 보고...
여기서 잠깐 장바구니속을 들여다보자.
1. 오늘밤 야식
- 고추장불고기 (뻘건 고추장으로 범벅된 아주 맛나 보이는 도야지 고기다)
- 해물동그랑땡 (해물이 들어간 것으로 애들이 좋아하는 것이나 어른들 술안주로도 좋다)
- 소시기 (어린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를 날리던 그 분홍색 소시지다)
- 톡쏘는거 (보리를 주원료로 만든 음료수로, 독일에서는 물대신 마신다는데...우리는 소화제 및 기분 전환용으로 마신다)
- 맑은거 (투명한 빛깔로 세계 소비량 1위에 해당하는 국가대표 음료수다. 애들이 마시면...힘들어한다.)
2. 내일 아침
- 누룽지 (예전엔 집집마다 매일 밥 할 때마다 꼬박꼬박 나왔는데, 요즘은 돈주고 사먹어야 된다)
- 라면 (동욱형님은 안성탕면 밖에 모르신다고 하시는 와중에 연숙형이 오뚜기라면을 들고 오신다)
3. 내일 점심
- 두유 (지금까지 애들만 먹는줄 알았다. 그런데 등반하시는분들은 다 이거 마시더라...
성분표를 한 번 주의깊게 봐야겠다. 혹시 마약이라도...)
- 자유시간 (평소엔 잘 먹지 않지만, 산에 다닐때는 잘 먹는다. 다른거보다 이름이 맘에 든다.)
- 소시지 (전엔 천하장사 하나로 편했는데, 요샌 하두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도 힘들다)
- 오이 (우리나라에서는 오이 안가지고 산에 다니면 간첩인줄 안다)
- 빵 (지금까지 산에서 빵 먹어본적이 없는 것 같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다만 내 주변에 빵 싸오는분이 없더라...)
- 스틱형 과자 (연숙형이 좋다고 사라고 해서 찾은 것으로...등반이 끝난 오늘까지 안먹어봐서 평가하기가 어렵다)
기진 형님 차에 짐정리를 한다음 저녁 식사를 나선다.
맛있는 보리밥집은 쉬는 날이지 문을 닫았고, 더 맛있다는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순대국밥으로 통일이 되는가 싶더니...
기환 형님은 모듬국밥으로, 회병 형님은 곱창국밥으로 독립하신다.
역시 우리나라는 통일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 나와있듯이...'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고로 선택도 자유이다. ^^;;
2030시
든든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고고씽~~
비싼 엘피지를 배불리 먹은 기진형님의 차는 힘차게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앞에서 서울 가는 길을 놓고 네비게이션 난상 토론이 벌어진다.
자칭 살아있는 네비 형님들의 길찾기 놀이도 제법 재미가 있다. ㅎㅎ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산지도나 도로지도나 지도 보는 재미는 아주 쏠쏠하다~
결국 경부고속-중부내륙-영동-중부고속을 거쳐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잠을 자기 위한 자세 잡기가 한창 진행되던 무렵...역시나 초저녁인지라 잠은 안오고...
"머하노? 맹숭맹숭한데 톡쏘는거 한 잔 하자~" 기환 형님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욱 형님이 시원하게 만들어오신 맥주가 열리고 잔이 돌아간다.
안주꺼리가 마땅치 않아 내일 점심에 먹을 요량으로 산 소시지가 잡혀 나온다.
기환형님,회병형님,나 이렇게 3명의 소시지는 다른 소시지보다 하루일찍 수명을 다하고...
몇 순배씩 돌고나서, 기환 형님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2주동안 밤새면서 외우셨단다.
첫번째 낭송에서 한구절 빠졌다고, 한 번 더 낭송하신다. 설악시...좋다...
2330
고속도로 구간을 다 통과하고, 서울 근처에 들어서니 차가 많다.
살아있는 네비 형님들의 약간의 착오(?)와 도로 사정으로 인하여 조금 돌고 돌아
12시가 조금 넘어 도선사 올라가는 초입에 도착하니 민호형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예전에 입장료를 안내려고 구보로 올라갔다는 도로는 제법 길었다.
작은 주차장은 차로 만원이었는데, 마침 나가는 차가 있어 제대로 주차를 하였다.
0030
짐을 챙겨들고, 20~30여미터 올라가니 비박하기에 딱! 좋은 장소가 있었다.
시간이 늦은지라 얼른 먹거리를 펼쳐놓고 톡쏘는놈과 맑은놈을 벗삼아
인수봉 아래에서의 밤은 그렇게 그렇게 깊어가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밤은 깊어 어느덧 새벽 3시가 되어 슬리핑백에 몸을 누인다.
나뭇잎 지붕이 촘촘하게 엮인지라 밤하늘 보기는 어려웠다.
2008. 6. 15. 일요일. 구름이 조금 바람 약간
0500
새벽 5시 휴대폰 알림소리에 잠을 깨니 벌써 훤하다. 얼른 침낭개고 아침을 준비한다.
누룽지탕은 아주 먹을만 하였으나, 라면은 불어서 국수처럼 되었다. 그래도 남김없이 배속으로~
아침 식사 후 몇 분 형님들은 아침 행사차 휴게실(?)로 행차들 하시고,
민호형님과 나는 식수를 찾아 주차장 주변에 있는 가게로 향했다.
다행히 가게 안 주방에서 쓰는 물(아주머니 말로는 약수랍니다)이 있어 몇 통 채워가지고 왔다.
0600
등반에 필요없는 짐은 차에 두고, 장비 정리 후 인수봉 등반루트 초입으로 출발하려는데
회병형님이 아직 휴게실에 계시는지 안오신다. 먼저들 가시고 기다려 함께 출발한다.
잠시후...
"어! 내 수통!"
회병형님이 휴게실에 수통을 두고 오셨단다. 배낭을 두고 다시 내려갔다오시는 회병형님.
'음...어젯밤 맑은것이 아직?'
고개를 하나 넘으니 눈 앞으로 인수봉이 달려든다.
산장 주위로 여러 등반대가 친 텐트, 천막이 가득하다. 아직 침낭속에 들어있는 분들도 많다.
0700
초입에 도착하여 장비를 착용하고 등반 순서를 정한다음 등반이 시작되었다.
오늘 등반할 루트는 '영길'이라는 루트다. 기환 형님의 등반사가 시작된 곳이란다.
1991년 변변치 않은 장비로 친구 한 분과 이 루트를 오르시면서 말도 못하게 고생하셨단다.
말씀하시는 말소리와 눈빛에 애잔한 추억이 묻어나오는듯하다.
위를 올려다보니 벌써 다른 등반대가 눈에 띈다.
1피치는 다소 완만한 슬랩 구간으로 릿지화를 신고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슬랩구간을 올라서니 제법 나무숲이 우거진 쉼터가 나왔는데,
바로 인수봉의 '오아시스'란다. 그런데...물은 없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었다.
2피치의 제법 까다로운 구간에서 민호 형님의 상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2번이나 텐션을 먹었다. ㅠ.ㅠ
아직 발쓰는 요령이 많이 부족하다. 이번에 부족한 것들을 많이 찾아서 보완해야할 것이다.
간신히 통과해 올라서니 위쪽으로 길게 침니 구간이 뻗쳐 있다.
3피치는 침니 구간으로 노가다 구간이라는데...발과 등을 이용해야하기때문에 배낭을 앞에 매고 가려니
불편하기가 짝이 없다. 그래도 비교적 덜 힘들게 올라설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침니스타일인가? ^^;
긴 침니를 올라서니 넓은 전망대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기분이 더할 수 없이 상쾌하다.
0900
"몇시고~ 12시 안됬나? 배고프다~ 점심 묵자~" 연숙형이 소리치며 시계를 보니...9시...
"엥? 머꼬? 아직 9시 밖에 안됬나?"
다들 노가다 하시느라 배가 고팠는데, 마침 빵이 기진형님 배낭에 있어 형님 올라오기를 학수고대한다.
드디어 기진형님이 긴 노가다를 끝내시고 올라오자말자 배낭 머리를 열고 빵을 꺼내 돌린다.
등반 시작때부터 배 속 상태가 안좋으시던 동욱 형님은 참고 참다가 지뢰 방출 및 매설 작업에 나서시고
그런 와중에도 옆에서는 아랑곶하지 않고 빵들이 입속으로 들어간다. 향긋한 지뢰 내음과 함께...
4피치는 크랙이 길게 이어진 구간이었는데, 처음엔 연등으로 등반하려고 했으나, 한 두 군데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차례차례 등반하기로 하였다. 앞에 연숙형이 올라가는데...
연숙형의 한탄과 함께 생각나는 시구절이 있으니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몸이 짧아서 슬픈 형이여...' (이거 연숙형한테 맞아죽지 싶은데...-.-;;)
1100시
크랙 구간을 올라서서 조금 더 올라가니 멋진 전망대에서 기환형님과 형수님이 쉬고 계신다.
시간은 좀 이르지만 점심 겸해서 행동식을 먹기로 한다.
엇! 그런데 기환 형님이 소시지를 드시네?
분명 어제밤 기환형님과 회병형님과 나의 소시지는 일찌감치 수명을 다하고 배속으로 들어갔는데...
그럼 그 소시지는 누구의 소시지인가?
내가 준비한 과일 말린것과 홍삼절편을 드리니 다들 좋아하신다. 감솨~
1130시
5피치는 짧은 슬랩으로 간단하게 통과하니 정상이닷!!
백운대 정상 주변에는 사람들로 가득하여 바글바글하다.
아침에 넣어두었던 캔보리음료가 제법 시원하여 한모금씩 마시고나자
연숙형이 며칠동안 냉동실에 두었던 캔보리음료가 나와 다들 감탄에 감동 연발~~
"캬아~~~~~ 지긴다~~"
더불어 시가 절로 나온다.
더할 수 없이 좋은 날씨와
더할 수 없이 좋은 바위와
더할 수 없이 좋은 사람들
더이상 무엇을 더하리오.
- 이삿갓(??) ㅋㅋ-
1200시
얼른 내려가서 한 루트 더하자시는 기환 형님의 눈빛과 그만 했으면 하는 다른 형님들의 눈빛이
오묘하게 교차하는 가운데 60미터 하강.
하강코스는 엄청난 등반 인파로 홍수를 이루었는데
등반학교 교육생들과 다른 산악회 등반대들의 자일들이 오징어 주낚처럼 줄줄이 널리고 있었다.
1300시
다들 내려오시자 기환 형님이 다시 선등에 나선다. 비둘기길이다.
1피치는 비처럼 내려오는 자일들과 포탄처럼 떨어지는 하강자들을 요리조리 뚫고 올라선다.
2피치는 손잡이가 좋은 크랙이 이어져 레이백으로 올라선다.
3피치가 오늘의 하이라이트랄까. 확보줄을 번갈아가며 트레버스하여 통과해야했다.
1600시
1피치 더 오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여 하강하기로 한다.
다른 등반대의 하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일이 꼬이기도 한다.
1650시
하강 완료하고 장비해제 후 하산
하산하는 길에도 등반하는 팀들이 많아서 심심치 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1840시
일단 주차장에서 탈출하여 아래 초입까지 내려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먼저 시원한 보리음료로 더위를 가신후 등반 소감 한마디씩 하고..."내년에도 꼭 오자!"라는 결의와 함께...
큼지막한 김치찌개로 배고픈 속을 달래고 나서니 어느덧 해가 늬엇늬엇 지고 있다.
민호 형님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대구로 출발~~
서울이고 시간이 시간인지라 차가 제법 많아 속도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앞서 마신 보리음료가 더운 열기로 올라와 눈이 감긴다.
잠시 졸았는지 눈을 떠보니 고속도로 진입로에 들어서고 있다.
잠깐의 졸음이 피곤을 싹 가신듯하여 멀뚱멀뚱 앉아 있는데
연숙형이 한말씀 하신다 "보리음료 샀는데 안마시나?"
맥주 사발을 돌리는 가운데...
문득 이장희의 '한잔의추억'이라는 노래가 떠올라
노래 가사 한구절을 만들어본다.
노래음에 맞추어 흥얼거려보니 잘 들어맞는다.
기나긴 인수봉을 함께 오르며
소리없는 숨소리를 서로 느끼며
마주치는 눈빛속에 흐르던 사연
흔들리는 자일 위에 어리는 모습
그리운 그 얼굴을 가슴에 담네
오르자 저 암벽위를
오르자 저 정상까지
오르자 올라가보자
- 이삿갓 ㅎㅎ -
다시 보리음료가 몇 순배 돌다보니 어느새 차가 선산휴게소다.
2240시
서변동에 도착하여 짐정리 후 다음 등반을 기약하며 모두 집으로 해산하였다.
형님들과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오며 다시 인수봉을 떠올려본다.
발과 손과 몸에 닿던 그 바위의 감촉들이 전기처럼 지나간다. 찌르르르......
- 2008년 6월 14~15 인수봉 등반을 마치고 -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남겨봅니다.
'산은 악한들이나 어리석은 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창조되었다.
산을 오르고,
이성과 육체가 완벽하게 일치하고
조화를 이루며 일하는 것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곳에는 발견해야 할 건강이 있었고,
철학과 평화로운 이성과,
고요한 영혼도 있었다.
등산에는
추적이나, 피에 대한 굶주림이나, 고통에 뿌리를 박지 않고,
그보다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 개별적이고 밀접한 무엇에,
그리고 자연을 통해 신에게 뿌리를 박은 그런 목적의 힘이 존재했다'
- 프랑크 스마이더 '산의 환상' 중에서 -
** 등반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습니다.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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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등반소감 안쓰라고 했으면 울뻔했네. 등반도 잘하고 글도 잘쓰네.
꼼꼼한 등반기 아주 좋았다..함께등반했던 인수봉.첫 등반 인수봉을 생각하며 산악활동을 열심히 하기를 기대한다.수고많았다.영길이 아니고 여명길 이다
상세하고 재밌는 등반기를 읽으니, 내가 직접 간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수고했다. 등반하는 동안의 모습들이 스쳐가는구나.
수고하셨습니다.차안에서 먹는술은 참 맛있습니다.
나역시 첨 간 인수봉이었지만 왠지 낮설지 않은 듯.. 정감이 가더구나. 등반기 아주 재밌게 읽엇다.. 고생했다.. 담 등반도 기대가 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