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4篇 天運篇 第7章(장자 외편 14편 천운편 제7장)
공자가 노담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시詩, 서書, 예禮, 악樂, 역易, 춘추春秋의 육경六經을 익힌 지 스스로 오래되었다고 여기고 있으며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가지고 72명의 군주에게 나아가 유세하여 선왕의 도道를 논하고 주공과 소공의 자취를 밝혔지만 한 명의 군주에게도 채택되어 쓰인 적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심하다 할 만합니다. 사람을 달래기가 어렵고 도를 밝히기 어려움이.”
노자가 이렇게 말했다. “다행입니다. 당신이 치세의 군주를 만나지 못함이. 무릇 육경이란 선왕이 남긴 자취이니 어찌 그 자취를 남긴 참다운 모습이겠습니까.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자취와 같은 것이고 자취란 발걸음에서 나온 것이니 당신의 자취가 어찌 당신의 발걸음일 수 있겠습니까. 흰 물새가 서로 마주 보면서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마음이 통하여 새끼를 낳으며, 벌레가 수컷이 위쪽에서 울면 암컷이 아래쪽에서 호응하여 서로 마음이 통하여 새끼를 낳아서, 같은 부류들은 저절로 상대를 암컷이나 수컷으로 삼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통하여 새끼를 낳습니다. 본성은 바꾸어서는 아니 되고, 운명을 변화시켜서는 안 되며, 때를 지체시켜서는 안 되며, 도를 막아서는 안 되니, 만약 도를 터득하면 무엇을 말미암든 안 될 것이 없겠지만, 도를 잃어버리면 말미암아 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공자가 석 달 동안 외출하지 않다가 다시 노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제가 드디어 도道를 터득했습니다. 까막까치는 알을 까서 새끼를 낳고, 물고기는 거품을 뿌려 새끼를 낳고 허리 가는 벌레들(벌 종류)은 누에를 키워 자기 자식으로 삼고 〈사람은〉 동생이 생기면 형이 울고불고 합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저는 조화造化와 벗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조화와 벗이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노자가 말했다.
“됐소. 구丘여. 당신은 도를 체득하였소.”
孔子 謂老聃曰 丘治詩書禮樂易春秋六經 自以爲久矣 孰知其故矣
以奸者 七十二君 論先王之道而明周召之迹 一君無所鉤用 甚矣夫
人之難說也 道之難明邪
(공자 위노담하야 왈 구 치시서예악역춘추육경하야 자이위구의로니 숙지기고의라
이간자 칠십이군이니 논선왕지도이명주소지적호대 일군에도 무소구용호니 심의부라
인지난설야며 도지난명야여)
공자가 노담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시詩, 서書, 예禮, 악樂, 역易, 춘추春秋의 육경六經을 익힌 지 스스로 오래되었다고 여기고 있으며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가지고 72명의 군주에게 나아가 유세하여 선왕의 도道를 논하고 주공과 소공의 자취를 밝혔지만 한 명의 군주에게도 채택되어 쓰인 적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심하다 할 만합니다.
사람을 달래기가 어렵고 도를 밝히기 어려움이.”
☞ 시서예악역춘추육경詩書禮樂易春秋六經 : 유가儒家의 기본 경전經典. 육경六經은 ‘육예六藝’라고도 한다.
☞ 숙지기고의孰知其故矣 : 숙孰은 熟과 같다. 고故는 사事의 뜻이니, 그 내용에 정통精通하였다는 뜻이다.
☞ 이간자以奸者 칠십이군七十二君 : 72명의 군주에게 나아가 유세했다는 뜻인데 72는 수數의 많음을 말하는 과장표현誇張表現이다. 간奸은 干의 뜻으로, 구한다는 뜻.
☞ 주소周召 : 주공周公 단旦과 소공召公 석奭. 사기史記에 의하면 주공周公 희단姬旦은 문왕의 아들이고 무왕의 동생이자 성왕成王의 숙부였다. 소공召公 희석姬奭은 주周왕실과 동성同姓의 사람으로 주공과 함께 주의 대표적인 현신으로 일컬어지는 사람으로 〈노세가魯世家〉와 〈연세가燕世家〉에 그에 관한 기록이 보인다. 〈주본기周本紀〉에 의하면 둘은 함께 무왕武王의 혁명을 돕고 무왕의 아들 성왕을 보좌하여 천하를 다스렸다고 했으며 “성왕成王은……소공召公을 보保로 삼았고, 주공周公을 사師로 삼았다.”라고 하여 둘을 병칭하고 있다.
☞ 무소구용無所鉤用 : 구鉤는 ‘모은다’는 뜻으로 구拘와 통하며 취取 또는 취聚와 같은 뜻이다.
老子曰 幸矣 子之不遇治世之君也
夫六經 先王之陳迹也 豈其所以迹哉
今子之所言 猶迹也 夫迹履之所出 而迹豈履哉
(노자왈 행의라 자지불우치세지군야여
부육경은 선왕지진적야니 기기소이적재리오
금자지소언이 유적야니 부적은 리지소출이니 이적은 기리재리오)
노자가 이렇게 말했다. “다행입니다. 당신이 치세의 군주를 만나지 못함이. 무릇 육경이란 선왕이 남긴 자취이니 어찌 그 자취를 남긴 참다운 모습이겠습니까.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자취와 같은 것이고 자취란 발걸음에서 나온 것이니 당신의 자취가 어찌 당신의 발걸음일 수 있겠습니까.
☞ 행의幸矣 자지불우치세지군야子之不遇治世之君也 : 치세治世의 군주를 만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한 말이다.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 천하를 다스린다고 하다가 도리어 혼란을 부채질할 뻔하였으니, 만나지 못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은근한 야유로 볼 수도 있다.
☞ 부육경선왕지진적야夫六經先王之陳迹也 : 그대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생각하는육경六經이라고 하는 것은 실은 옛 성왕들이 남긴 낡은 자취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
☞ 기기소이적재豈其所以迹哉 : 소이적所以迹은 발자국을 만들어 낸 원인[소이所以], 즉 근본 그 자체를 말한다. 성왕聖王 그 본인, 또는 그 본인이 지니고 있던 도道인 것이다.
☞ 부적리지소출夫迹履之所出 : 리履는 실제의 발걸음이고 적迹은 발걸음이 남긴 자취.
夫白鶂之相視 眸子不運而風化 蟲雄鳴於上風 雌應於下風而風化
類自爲雌雄 故風化
(부백역지상시호대 모자불운이풍화하며 충이 웅명어상풍이어든 자응어하풍이풍화하야
류 자위자웅 고로 풍화하나니라)
흰 물새가 서로 마주 보면서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마음이 통하여 새끼를 낳으며, 벌레가 수컷이 위쪽에서 울면 암컷이 아래쪽에서 호응하여 서로 마음이 통하여 새끼를 낳아서,
같은 부류들은 저절로 상대를 암컷이나 수컷으로 삼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통하여 새끼를 낳습니다.
☞ 부백역지상시호대夫白鶂之相視 모자불운이풍화眸子不運而風化 : 모자불운眸子不運은 눈동자를 고정시켜 주시함. 이풍화而風化는 ”흰 물새는 눈동자를 고정시켜 서로 마주 보며, 벌레는 우는 소리로 서로 호응하여, 모두 육체적 결합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새끼를 친다. 그 때문에 風化라고 한 것이다.” 풍화風化의 의미는 교미交尾 없이 새끼 밴다는 뜻. 풍風은 암수가 서로 유혹함이고 화化는 감통感通하여 새끼 밴다는 뜻.
☞ 충웅명어상풍蟲雄鳴於上風 자응어하풍이풍화雌應於下風而風化 : 상풍上風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 즉 위쪽을 말하고 하풍下風은 바람이 가는 쪽 즉 아래쪽을 말한다.
☞ 류자위자웅類自爲雌雄 : 동류同類의 생물들은 저절로 자웅雌雄의 관계를 맺는다는 뜻.
性不可易 命不可變 時不可止 道不可壅
苟得於道 無自而不可 失焉者 無自而可
(성불가역이며 명불가변이며 시불가지며 도불가옹이니
구득어도하면 무자이불가커니와 실언자는 무자이가하니라 )
본성은 바꾸어서는 아니 되고 운명을 변화시켜서는 안 되며 때를 지체시켜서는 안 되며 도를 막아서는 안 되니
만약 도를 터득하면 무엇을 말미암든 안 될 것이 없겠지만 도를 잃어버리면 말미암아 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 실언자는失焉者 무자이가無自而可 : 무자이가無自而可는 말미암아 될 것이 없다, 곧 무엇에 의해서도(어떠한 경우에도) 잘 되는 일이 없다는 뜻.
孔子不出 三月復見曰 丘得之矣
烏鵲孺 魚傅沫 細要者化 有弟而兄啼
久矣夫 丘不與化爲人 不與化爲人 安能化人
老子曰 可 丘得之矣
(공자 불출하얏다가 삼월에 복현하야 왈구 득지의로다
오작이 유코 어 부말코 세요자화하나니 유제이형제하나니라
구의부라 구는 불여화로 위인이로니 불여화로 위인이면 안능화인이리오
노자왈가하다 구득지의로다)
공자가 석 달 동안 외출하지 않다가 다시 노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제가 드디어 도道를 터득했습니다. 까막까치는 알을 까서 새끼를 낳고, 물고기는 거품을 뿌려 새끼를 낳고 허리 가는 벌레들(벌 종류)은 누에를 키워 자기 자식으로 삼고 〈사람은〉 동생이 생기면 형이 울고불고 합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저는 조화造化와 벗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조화와 벗이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노자가 말했다.
“됐소. 구丘여. 당신은 도를 체득하였소.”
☞ 오작유烏鵲孺 : 유孺는 새끼를 깐다는 뜻. 부화시켜 낳음이다.
☞ 어부말魚傅沫 : 부말傅沫은 거품 모양의 정자를 뿌려서 수정하는 물고기의 생태를 보고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 세요자화細要者化 : 세요자細要者는 허리 가는 벌레들(벌 종류). 요要는 요腰와 같은데, 벌이 허리 부분이 가늘게 되어 있어 그렇게 명명命名된 것일 것이다. 화化는 새끼를 친다는 뜻. 벌이 뽕나무 벌레의 유충幼蟲을 자기 새끼로 기르는 것을 말한다.
☞ 유제이형제有弟而兄啼 : 사람들의 본성은 큰 놈은 놔두고 작은 것을 사랑한다. 그 때문에 〈형이〉 우는 것이다.
☞ 여화위인與化爲人 : 위인爲人은 벗이 됨. 인人은 벗[우友]이다. “조화와 벗이 된 사람은 그 스스로 변화하는 것에 맡기니 만약 육경六經은 버려둔 채 자연에 맡기듯이 유세하면 잘 통할 것이다.”(郭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