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일요일인 24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다. 정월대보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달집축제다. 부산에서도 해운대, 광안리, 송도, 다대포, 삼락생태공원 등 곳곳에서 달집축제가 열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이루게 해 달라고 달에게 빌었다.
날씨가 흐려서 둥근 보름달을 선명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구름 사이로 떠 오른 달은 어김없이 큼지막한 보름달이었다. 날씨마저 그다지 춥지 않아 달맞이 행사를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물며 오곡밥과 나물로 배를 채운 사람들은 삼삼오오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같이 손을 잡고 달집축제에 참석해 휴일 한때를 여유롭게 보내는 모습이었다.
보름달이 떠오르자 달집에 불을 붙이니 순식간에 타오르며 거대한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다. 달집이 활활 타며 내뿜는 뜨거운 열기는 멀리까지 퍼져 추위에 움츠려 든 몸을 녹여 주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대나무가 시원스레 탔고 밑에 깔린 굵은 나무에도 불이 잘 붙어 오랜 시간동안 열기를 뿜었다. 액운도 미움도 불에 타 연기처럼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정월대보름을 끝으로 설 기간은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통상 정월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설을 즐기는 기간이다. 그 동안에는 생업이 바빠 찾아뵙지 못한 친지나 마을 웃어른께 세배를 하고 선물을 드려도 된다. 정월대보름을 끝으로 설을 맞아 해이해진 마음을 추슬러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생활전선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전통이나 민속놀이는 점차 퇴색되는 모습이지만 복고적인 풍습을 아직도 그리워하는 사람은 많다. 옛것을 배워 새것을 안다는 말처럼 전통의 미풍양속은 결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고 미래를 활기차게 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월대보름 달집축제에서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습을 통해 미래의 삶을 짐작해 보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들이 갖춰야 할 멋스러운 생활양식이 아닐까!

부산 서구 송도백사장에서 열린 달집축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