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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Chapter 1 팡틴
진짜 장 발장의 선택
자베르가 왔던 그날 오후 마들렌 시장은 늘 하던 대로 팡틴을 찾아갓다. 팡틴 곁에 가기 전에 그는 생플리스 수녀를 불렀다. 의무실 일을 맡아보고 있는 두 수녀는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나사로 교단의 수녀로서 한 사람은 페르페튀, 또 한 사람은 생플리스였다.
생플리스는 백랍처럼 흰 살결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젊어 본 적이 없고 또 결코 늙지도 않을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침착하고 근엄하며 애교가 있고 냉정할 뿐만 아니라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 여성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주 가냘파서 쇠약해 보일 정도였지만 화강암보다도 굳센 여인이었다.
이 경건한 여자는 팡틴을 사랑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팡틴이 가지고 있는 숨은 미덕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팡틴을 거의 도맡아 돌보았다. 마들렌 시장은 생플리스를 따로 불러내어 특별히 팡틴을 부탁했는데, 나중에 가서야 그녀는 팡틴에게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들렌은 수녀와 헤어져 팡틴 곁으로 갔다.
팡틴은 마들렌 시장이 나타나기를 매일같이 기다렸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제 시장은 마음의 태양이었다. 그녀는 수녀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시장님이 오실 때밖에는 살아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날 팡틴은 열이 심했다. 마들렌의 모습을 보자마자 팡틴은 물었다.
“코제트는요?”
그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제 곧 올 거요.”
마들렌은 팡틴에 대해 언제나 같은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이날은 30분이 아니라 한 시간이나 곁에 있었기 때문에 팡틴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도 이 환자를 소중히 다루라고 당부했다. 잠시 그의 얼굴이 침울해진 것을 눈치챈 사람도 있었다. 의사가 귀에 대고 “대단히 쇠약합니다”하고 속삭인 사실을 알았을 때 당연한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그 뒤 마들렌은 시장실로 돌아갔다. 그는 시청 사무실에서 프랑스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종이 위에 연필로 숫자를 적어 넣었다.
그는 시청에서 나와 길 긑에 있는 플랑드르인의 집으로 갔다. 주인인 스코플레르는 말이나 마차를 빌려 주고 세를 받고 있었다. 마들렌이 스코플레르의 집에 갔을 때 그는 마구를 수리하고 있었다.
“스코플레르 씨, 좋은 말 있소?”
플랑드르인이 말했다.
“시장님, 우리 말은 모두가 다 좋지요. 좋은 말이라니 어떤 것이 필요합니까?”
“하루에 80킬로미터쯤 달릴 수 있는 말이 한 필 필요한데…..”
플랑드르인이 놀라며 말했다.
“아니! 80킬로미터나요?”
“그렇소.”
“마차를 달고 말입니까?”
“그래요.”
“그렇다면 도착한 뒤에는 얼마나 쉬게 됩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튿날 떠날지도 모르오.”
“같은 길을 달립니까?”
“그렇소.”
“또 80킬로미터를요?”
마들렌은 숫자를 적은 종이쪽지를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는 이 쪽지를 플랑드르인에게 보였다. 종이에는 20, 24, 34라고 쓰여 있었다.
“이것이오. 모두 78킬로미터니까. 8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말이라야겠소.”
플랑드르인이 말했다.
“시장님! 백마가 한 마리 있긴 있습ㄴ지요.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놈은 계집애처럼 온순하면서도 바람처럼 날쌘 놈이죠. 그런데 그 놈은 사람이 등에 올라타는 건 질색을 합니다.”
“그래, 그 말이라면 달릴 수 있겠소?”
“80킬로미터라면 계속 달려 여덟 시간 이내에 닿은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 보시오.”
“첫째, 도중에 한 시간쯤 쉬게 해 주세요. 이때 먹이를 주어야 하는데, 여관의 심부름꾼이 말이 먹을 귀리를 훔쳐 내지 못하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관에서는 말이 먹는 귀리보다 마구간 심부름꾼의 술값으로 들어가는 귀리가 더 많으니까요. 제가 직접 보았기 때문에 잘 알지요.”
“지켜보기로 하겠소.”
“둘째는, 마차는 시장님이 타실 건가요?”
“그렇소.”
“시장님은 말을 모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오.”
“그러면 마차가 가벼워지도록 마들렌 시장님 혼자서 짐 없이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시장님, 그러면 시장님이 친히 귀리를 지키셔야 합니다.”
“그럴 작정이오.”
“하루에 30프랑씩 받겠습니다. 쉬는 날까지 계산에 넣어 지불받겠습니다, 에누리는 한 푼도 없습니다. 말먹이도 시장님이 지불해 주십시오.”
마들렌이 지갑에서 나폴레옹 금화 세 개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자, 이틀 치 선불이오.”
“또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포장마차는 너무 무거워 말이 지칩니다. 그러니 시장님께서 제가 가진 이륜마차를 사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들렌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이륜마차와 말을 내일 새벽 4시 반까지 우리 집 앞에 대기시켜 두시오.”
시장이 돌아가자 스코플레르는 아내를 불러 그 이야기를 했다. 시장님은 어디를 가시는 걸까, 두 사람은 수군거렸다.
“파리에 가실 거예요.”
아내가 말했다. 마들렌 시장은 숫자를 적은 종이쪽지를 잊어버리고 그대로 갔다. 플랑드르인은 이것으로 궁리하기 시작했다.
’20, 24, 34라? 이것은 아마 여관의 간격일 것이다.’
그가 아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알았어.”
“어떻게요?”
“여기서 에댕까지는 20킬로미터지. 에댕에서 생폴까지는 24킬로미터고, 생폴에서 아라스까지는 34킬로미터야. 시장님은 아라스로 가는 게 분명해.”
그 사이 마들렌 시장은 집에 돌아와 있었다. 그는 스코플레르의 집에서 돌아올 대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왔다. 마치 주교 사택의 문이 그에게 어떤 유혹이라도 되어 이를 피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는 자기 방에 들어가 틀어박혔다.
방에 들어가자 그는 생각에 잠겼다. 어둠 속에서 낯모를 사나이, 전혀 타인인 한 사나이가 분명히 보였다. 운명은 그를 자기 대신 암흑의 밑바닥에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 이것을 막으려면 누군가 그 밑바닥에 떨어져야 한다. 자신이냐 아니면 그 사나이냐?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그렇다!’하고 생각했다.
‘이미 결정된 것이다. 되는 대로 맡겨 두자. 만사는 하느님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실내를 걷기 시작했다.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이미 결심이 섰다!’
하지만 조금의 기쁨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사태가 어떻게 되어 가는가를 생각했다. 그 ‘결의’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지금 정리한 모든 것이 추악하다는 것, ‘되는 대로 맡겨 두자. 만사는 하느님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다.’ 라는 것은 비굴한 짓이라고 스스로 고백했다. 운명과 인간과의 이 오해를 방치하고 이것을 저지하지 않으며 또 침묵으로 이를 원조한다는 것,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모든 것에 동조한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가장 비열한 짓이며 더없이 위선적인 일이엇다. 그것은 천하고 비겁하며 음험한 그리고 추악하며 야비한 죄였다.
이 불행한 사나이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악한 생각과 악한 행동을 맛보았다. 그는 이 맛을 깊은 혐오감과 함께 뱉어 버렸다.
“그렇다. 그렇게 하자! 내 의무를 다하자! 그 사나이를 구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그는 서류를 가져다가 조사하고 깨끗이 정리햇다. 그는 가난한 소상인들에 대한 채권 서류 뭉치를 불 속에 던져 버렸다. 편지 한 통을 써서 봉하고 겉봉에 주소를 썼다. 만일 그 방에 누가 있었다면 ‘파리 아르투아 거리. 은행가 라피트 귀하’라는 글자를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몇 장의 지폐와 금년 선거 때 사용했던 증명서가 든 서류철을 꺼냈다. 심사숙고를 거듭하며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누가 보았다 해도, 그의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상상도 못햇을 것이다.
그의 입술이 가끔 떨리고 있을 분이었다. 그 밖의 시간에는 고개를 들고 벽의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거기 그가 규명하고 물으려는 무엇이 있는 것처럼.
라피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나자 그는 지갑과 함께 그것을 접어 넣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은 조금도 방향이 바뀌지 않았다. 그는 자기 의무가 번쩍거리는 문자로 쓰여져, 그것이 눈앞에서 빛나며 자기 시선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가라! 장본인임을 밝혀라! 자수하라!’
갑자기 팡틴 생각이 떠올랐다.
‘아아! 그 불쌍한 여자.’
팡틴은 뜻하지 않은 빛줄기인 듯 그의 생각 속에 완연히 나타났다. 그 주위에ㅣ서 모든 것이 변한 것같이 생각되었다. 그는 외쳤다.
“아아! 지금까지 나는 내 일만 생각했다. 내가 가한 불행의 보상으로 그녀에게 무엇인가 해 줄 의무는 없는 것일까? 내가 모습을 감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머니는 죽을 것이고 어린애는 어찌 될지 모른다. 내가 자수하지 않는다면? 만약에 자수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본 그가 생각을 멈추었다. 잠시 주저하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았다. 그는 침착을 되찾고 자신에게 대답했다.
“그 사나이는 교도소에 갈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는 훔친 것이다. 내가 훔치지 않았다고 말해줘도 소용없다. 그는 분명히 훔쳤다! 나는 여기 머물 것이다.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는 일어서서 거듭해 걸었다. 이번에는 자기로서도 만족하게 여겨졌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나는 정당하다. 나는 해결책을 찾았다. 결심이 섰다. 이제는 되는 대로 내버려 두자. 더 이상 망설이거나 후퇴하지 않겠다. 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만인을 위해서다. 나는 마들렌이다. 앞으로도 마들렌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장 발장으로 지목받은 사나이는 가엾은 사람이지만 말이다. 그는 이미 내가 아니다. 나는 그런 인간을 알지 못한다. 전혀 모른다.”
그는 다시 몇 걸음 걷다가 우뚝 멈춰 섰다.
“이제 결심을 내린 이상 어떤 결과가 생기든 방황해서는 안 된다. 나는 장 발장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벗어 버려야 한다! 여기 이 방 안에 나를 비난할지도 모르는 것이, 무언의 증언이 될 지도 모르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모두 없애 버려야 한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안에서 작은 열쇠를 골라내었다. 이 열쇠를 열쇠 구멍에 꽃아 넣었다. 열쇠 구멍은 벽지에 그려져 있는 무늬의 독특한 색조에 감춰져 거의 보이지 않았다. 벽 모서리와 벽난로 시렁 사이에 만들어진 비밀 벽장이 열렸다. 그 안에는 푸른 무명옷, 헌 바지, 낡은 배낭, 양 끝에 쇠가 달려 있는 굵은 지팡이 같은 것이 숨겨져 있었다.
얼마 후 방 안과 마주 본 벽은 불길이 비쳐 밝게 흔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타고 있었다. 가시나무지팡이가 툭툭 소리를 내며 탔다. 그 불꽃은 방 안까지 튕겨 왔다. 배낭은 그 속에 들어 있는 것과 함께 타고 있었는데 재 속에서 무언가 빛나는 것이 나왔다. 자세히 보면 은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 시부아 소년으로부터 훔친 40수짜리 은화임에 틀림없다.
그는 불타는 것을 보지도 않고 여전히 방 안을 거닐었다. 문득 그의 시선이 시렁 위에서 빛나고 있는 두 개의 은촛대에 가서 멎었다. 그는 생각했다.
‘옳지! 장 잘장은 저기도 있다. 저것도 없애 버려야지.’
그는 두 개의 촛대를 손에 쥐었다. 불에 집어넣으면 모양이 망가져 무슨. 쇳덩어리 같은 것이 되리라. 그는 불 곁에 가서 몸을 구부리고 잠시 불을 쬐었다.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정말 따뜻하구나.”
그는 중얼거렸다. 촛대 하나로 불을 헤집어 보았다. 이제 1분만 지나면 두 개 모두 불 속에 던져질 것이었다.
이때 그의 마음속에서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 발장! 장 발장!’
그는 머리가 곤두섰다. 무언가 무서운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과 같았다. 그 소리는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렇게 해라! 없애 버려라! 이 촛대를 부숴 버려라! 하려던 일을 해치워라! 이 기념품을 없애 버려라! 주교도 잊고 모든 것을 잊어버려라! 샹마티외를 없애라! 신사로 남아 있어라. 시장님으로 명예와 존경을 유지하며 살아라. 고장을 부유하게 만들고 빈궁한 사람을 돌보며 고아를 양육하라. 행복하고 유덕하게 존경 속에서 살아가거라. 네가 여기서 기쁨과 광명에 젖어 있는 동안, 누군가가 네 대신 붉은 죄수복을 입고 치욕속에서 살아갈 것이며, 네가 매여 있어야 할 쇠사슬을 끌고 갈 것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용케 견디어 왔다! 아아, 불쌍한 인간!’
마들렌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그는 촛대를 사나운 시선으로 노려 보았다. 그사이에도 내부에서 말하고 있는 음성은 그치지 않았다.
이 음성은 처음에는 희미하여 그의 양심 가장 어두운 곳에서 나오고 있었으나 차차 분명하고 무서운 것이 되어, 이제는 분명히 귀로도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가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나와서 이번에는 바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마지막 말은 아주 분명하게 들은 것 같아서 그는 일종의 공포심을 가지고 실내를 둘러보았다.
“여기 누가 있는가?”
그는 머뭇거리며 큰소리로 물었다. 그는 백치처럼 웃으며 계속했다.
“나는 정말 천치로구나! 누가 있을 까닭이 있나!”
그러나 분명히 누가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그는 촛대를 시렁 위에 도로 놓았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 단조롭고 음산한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시계가 새벽 3시를 쳤다. 그는 의자 위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거의 쉼 없이 5시간이나 걸었던 것이다. 그는 그대로 잠이 들어 꿈을 꾸었다. 대부분의 꿈이 그러하듯이, 이 꿈도 그의 상황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불길한 내용이 있어 그의 인상에 남았다.
눈을 뜨자 방 안은 싸늘햇다. 새벽녘의 찬 공기가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난롯불을 꺼져 있고 촛불도 거의 꺼져 가고 있었다. 바깥은 아직 어두었다.
그는 일어서서 창가로 갔다. 하늘에는 여전히 별이 보이지 않았다. 창문으로 뜰과 거리를 내다보았다. 갑자기 땅에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두 개의 붉은 별이 보였다. 이상스럽게도 그 광선은 어둠 속에서 길게 때로는 짧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아직 꿈속에 잠겨 있었다.
그 광선은 어둠 속에서 길게 때로는 짧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아직 꿈속에 잠겨 있었다.
‘저런! 하늘엔 별이 없고 땅에 떨어져 있구나.’
이러는 사이에 혼란이 가셨다. 그는 처음과 같은 두 번째 소리에 완전히 제정신이 들었다. 그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마차의 등불이었다. 그것이 던지는 빛에 마차의 모양이 확실히 보였다. 흰 말이 끌고 있는 마차였다. 그가 들은 소리는 돌길을 걷는 말발굽 소리였다.
‘저 마차가 왠일일까? 왜 이런 꼭두새벽에 나타났을까? 그때 그의 방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요?”
“시장님, 마차를 대령했습니다.”
“마차라니?”
“시장님께서 조그만 마차 한 대를 부탁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마차를 가져온 사람이 시장님을 찾아왔다는데요!”
“누군데?”
“스코플레르 씨 댁 사람이던데요.”
“스코플레르?”
스코플레르라는 이름을 듣자 마들렌은 겁이 덜컥 났다.
“아, 알겠소. 스코플레르 씨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문밖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시장님, 가서 뭐라고 전할까요?”
“알았다고 하시오. 내가 곧 내려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