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의 중심대상은 ‘배꼽’이다. ‘배꼽’에 대한 의미부여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이 시이다. 이때의 의미부여는 일종의 은유적 命名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그에 따르면 배꼽은 우선 “생명을 뽑아낸” “깊은 沼”이고, “이별을 동의한 물 마른 꼬다리”이다. “이별에 동의한” 만큼 배꼽은 또한 “오래도록 바라보던 눈길의 흔적”을 “끊어낸 탄력으로/포옥 들어앉은” 곳이다. 따라서 “몸속으로 수 십 길 떨어지는 마침표”인 배꼽을 시인이 “꽃 진 자리/열매 진 자리/이별을 매듭진/지금은 열어볼 수 없는 생명의 반달문”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가 보기에 “한때는 산통의 소용돌이가 휘돌던” “울음의 고갱이”가 배꼽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시인은 그가 배꼽을 “천상보다 속계를 사랑해/살점을 탈출시킨 문신”라고, “지금은 치유된 딱정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처럼 배꼽에 대한 다양한 은유적 명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이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