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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길어 안올릴라고 했는데 잠 안오시는 선배님들 킬링타임용으로 읽어보시라고 올려봅니다. 1.욕심인가 숙명인가 울트라마라톤…나는 이를 마약이라고 수차 생각을 해 왔다…두번 다시는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건만 레이스를 마치고 하루도 못되 다음 대회를 기다리게 된다. 이번 종단은 금년초 나의 계획중 가장 큰 이벤트이었기에 이미 오래전 참가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무리한 욕심이 아니었나 참가신청전 많이많이 생각을 했었다…체력도 이미 에전같지 않았고 훈련량도 부족했으며 주위를 둘러 싼 모든 여건들이 나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던져주었기 솔직히 시작전부터 완주할 자신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완주하고 싶다는 욕심하나로 신청 마감일 오전에 참가비를 입금시키고 도전소감에 “마약 같은 울트라…이번에 탈출한다”고 적어 올렸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그러나 이를 꼭 욕심만으로 단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든 울트라맨들에게 종단은 하나의 꿈의 대회이기 때문이다…그 누가 이러한 성스러운 대회에 생각이 없겠는가…나는 생각해 본다…만약 자신이 없어 이번 대회참가를 포기했더라면 얼마나 두고두고 아쉬워 했을까…이는 울트라에 뒤어든 나 자신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지난 7월24일 이번 대회시상식이 있었다…친지와 동료 그리고 각종 매스컴의 기자들까지 몰려 성황을 이루었던 시상식…거기에 의미있는 또 하나의 시상식이 열렸다… 그랜드슬램상 시상…국내 3번째로 부산 을숙도마라톤의 최수철님에 대한 그랜드슬램…KUMF가 주최하는 횡단(강화 강릉 311키로) 종단(태종대 임진각 537키로) 또 다른 종단(해남 땅끝마을 고성 통일전망대 634키로) 3개대회를 완주한 주자에게 주는 울트라맨 최고의 상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입술를 깨물었다…내년 이자리에 반드시 국내 4번째로 저 상을 받고싶다고…그때까지는 두번다시 울트라는 안하겠다는 그런 말은 하지 않겠다고…나에게 울트라는 더 이상 욕심이 아니었다…그것은 숙명이었다. 2. 주사위는 던져지고 대회 신청마감일에 신청서를 올리고 나는 나름대로 준비에 박차를 가해보지만 생각만큼 진행되지는 않았다…술좌석은 계속되고 훈련량도 생각에 못미쳤으며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나의 심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가족들에게는 아무에게도 참가사실을 알리지 않고 하루하루 결전의 날만 기다리고 있자니 생각만큼 진행되지 않는 나의 몸만들기에 자꾸 짜증만 더해간다…이러다가 시작도 하기전에 제풀에 지쳐 기권할 것만 같은 심적 압박은 또 하나의 고통이었다.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을 찾아갔다…걱정을 끼쳐드릴까 싶어 아무 얘기도 안하고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족발에 막걸리를 사가지고 가니 무척 맛있게 드신다…집을 나서며 평소 안하던 큰절을 올리니 엄마가 오히려 의아해 하신다…먼길 떠나는 아들의 하직인사인 마냥 자꾸 코끝이 찡해지는 감정을 추스릴 길이 없다…더 오래있으면 마음이 약해질까봐 서둘러 집을 나와 버린다. 마음속으로 자꾸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도와주소서…도와주소서… 그러는 상황에서 연 3일 술을 마셔댄다…참 어리석은 나의 행동이었지만 그 당시 있었던 너무 속상한 일 때문이다…정말 대회 시작도 전에 포기라는 단어가 나올 것 같다. 목요일 저녁 인터넷게시판에 출사표를 올리고 금요일 퇴근시에는 직원들 앞에서 반드시 완주하고 오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다음날 오전 9:45분 동양고속 우등(29,900원)으로 강남터미널을 떠나 부산 두실역에서 내려주기에 지하철로 부산역까지 오니 오후 3시45분…딱 6시간이 걸렸다. 고속철도로 갈까 하다가 올라가는 길에는 달려서 132시간이 걸릴텐데 3시간도 안되 내려간다는게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아 그냥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비록 고속도로로 달리지는 않겠지만 내가 이쪽 길로 달려오리라 생각하니 마을과 나무 산들이 모두 정겨워 보인다…여기는 내가 언제쯤 통과할까… 부산역에서 88번 시내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지나 종점에서 내리니 바로 앞이 태종대 입구다. 입장권을 사(600원)숙소인 곤포가든까지 걸어 올라가니 이호재님 혼자 와 있어 반갑게 인사를 하고 갯바위낚시꾼들을 바라보면서 망중한을 즐긴다. 오후 6시 조금 넘어 전국에서 몰려온 주자들이 한꺼번에 도착한다…반가운 얼굴들과 해후를 하고… 잠시 뒤 주최측이 마련한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해물철판구이에 맥주 두잔을 곁들여…누가 붙인 이름인지 최후의 만찬…참 잘도 붙였다…정말 최후의 만찬인양 식사하는 주자들의 얼굴 하나하나에 비장함이 숨겨 있다. 9시넘어 시작된 오리엔테이션은 주자 개인별 참가소감발표를 끝으로 11시가 다 되어 끝난다…반가운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너무 반가운 전화…그래 꼭 완주할께…걱정마…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권순덕 이재경 이성윤 김준기 박길수님 등과 함께 6명이 룸메이트가 되어 잠을 청하지만 올리가 없다…광양에서 오신 원윤희님과 주방에 찾아가 식당 아주머니에게 소주한병을 청해 멸치안주와 함께 마신다…누워보지만 멀리서 울리는 뱃고동소리와 철썩대는 파도소리에 자꾸 잠은 달아난다. 오전 6시…드디어 결전의 날은 밝아왔다…일어나 나름대로 경험담과 장비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7시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친다. 체크포인트에서 교환할 가방과 짊어지고 갈 베낭을 챙기고 복장을 갖춘 다음 먹을 생수를 챙기니 출발준비 완료 숙소에서 약 2키로 떨어진 태종대전망대로 이동해 출발 카운트다운을 기다린다… 수많은 인파가 환송차 나와있고 관광객들마저 우리의 장도를 축하해 준다…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자살바위와 파도는 안개로 뒤덮여 한치앞도 보이질 않는다…오늘의 뜨거운 햇살을 예상해 본다. 모자상앞과 출발지점에서 10여장의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마음을 추스린다…드디어 카운트다운… 눈을 지그시 감고 기도드린다…저에게 힘을 주소서…그리운 얼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3. “종단 537키로의 대장정은 시작되고” [출발 – 제1CP 98.9키로지점] 드디어 카운트다운은 시작된다…열 아홉 여덟 일곱…셋 둘 하나…10시정각…47인의 전사들은 앞으로 펼쳐질 험로를 미쳐 예상할 새도 없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함께 태종대전망대 앞을 출발한다…환송나온 가족들과 소속된 동호회원들…그리고 관광객들까지 우리들의 장도에 기꺼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준다. 선두로 치고 나가 출발부터 약 1키로정도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힘차게 달려 다시 태종대입구쪽 내리막길로 접어든다…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모금 마시고 후덥지근한 날씨속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오버페이스를 우려하여 속도를 평소 연습주수준으로 떨어뜨린다. 우측으로는 한국해양대학교가 자리잡고 영도구청을 지나니 우측으로 거대한 한진중공업이 모습을 드러낸다. 6.25때 굳세어라 금순아로 이름이 알려진 영도대교를 지나 좌회전을 하니 자갈치시장이 나온다…아직은 레이스초반이라 많은 주자가 한데 뭉쳐 달리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모습으로 쳐다본다…이 더위에 무슨 짓이람…부산시내 지리를 잘 몰라 무조건 앞 주자 뒤만 따라간다…500미리 페트병을 들고서 문 열린 상가만 보이면 들어가 시원한 생수를 채워 마셔대는데 워낙 땀을 많이 흘리니 마셔도 마셔도 목마르기는 끝이 없다. 부산대병원을 지나 서대신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대티터널을 지나는데 인도로 들지않고 바로 차도로 접어들었더니 겨우 편도 2차선으로 피할 공간이 없어 소화기를 놓아둔 비상구로 올라가 달리는데 400미터밖에 안되는 터널이 왜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하구청을 지나 하단교차로로 접어드니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아직 시장기는 느끼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약 15키로를 계속 낙동강하구둑을 따라 달리므로 식당이 전혀 없어 부득이 인근 국밥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해결한다(5,000원). 양말을 벗고 다시 바셀린을 듬뿍 발라주는데 아직은 초반인지라 발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몸 컨디션도 매우 좋다…끝까지 이대로만 유지해 준다면… 식사가 끝나자 바로 채비를 갖추고 발걸음을 재촉한다…낙동강하구둑 앞에서 우회전한 후 가락타운아파트에서 강변대로로 진입한다…여기서부터 구포대교까지 일직선으로 주욱 뻗은 11.3키로 구간이 시각적으로 매우 주자들을 피곤하게 한다. 거기다가 가로수마저 변변치못해 내리쬐는 태양과 함께 지루한 강변도로를 달려간다…우측인도를 따라 약 2시간정도 뛰다걷다를 반복하니 구포대교가 나온다. 전병철 이재경님등 일행 10여명과 함께 구포대교를 건너 14번 국도를 타고 강서구 체육공원앞을 지나는데 이재경님이 팥빙수를 하나씩 먹고가자고 해 의자에 앉아 약 10여분 휴식을 취한다…함께 가던 일행들은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좌판 할머니한테서 복숭아 2개를 1,000원을 주고 사먹는다. 강서구청과 대저삼거리를 지나다 길건너편에서 달리는 양산털보 박동철님을 발견하고 우리도 길을 건넌다…박동철님이 이쪽 지리에 훤하니 같이 가는게 도움이 될거란 생각에 걸음을 재촉하여 함께 김해쪽을 향해 달리는데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별다른 경계표시없이 바로 김해시로 진입한다. 그래도 내가 김해김씨라는데 시조의 고향을 처음 밟아보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김해소방서와 김해시청을 지나 구멍가게에서 더위사냥을 한 개 사먹는다. 이재경님과 박동철님 모두 힘들어하는지 아니면 페이스조절을 위해 그러는지 달리는 속도가 뚝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에 여기서부터 나 혼자 떨어져 질주를 계속하는데, 박동철님은 300키로지점 조금지나서 기권하였고 이재경님은 완주는 하였지만 이 지점이후 한번도 같이 만나질 못했다. 전하교 다리를 지나 바로 우회전(43.3키로지점)하니 우측으로 조그만 개천이 흐르고 좌측으로는 시외버스터미널, 삼성홈플러스마트, 동신아파트 등이 스쳐 지나간다. 1017번 지방도로와 갈라지는 곳에서 한림면쪽으로 좌회전하여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지나는데 경사가 매우 심해 걸어 오르기도 힘에 부친다. 약 1키로정도 오르막길을 지나니 우측에 가구백화점이 나오고 조금 더 지나 첫번째 FAS(Free Aid Station)인 50키로지점 송진주유소에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착하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반겨준다(오후 4시42분 : 6시간42분 경과). 이곳에서 수박화채만 3그릇을 먹고 발바닥을 얼음으로 찜질을 하고나니 몸이 훨씬 가벼워 지는 것 같아 별다른 휴식을 취하지 않고 김회, 이호재님과 함께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동네가 서울로 치면 하남이나 고양시쯤 되나 가구백화점이라 이름 붙인 창고형상점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마을이름도 신천리…신천초등학교가 보인다…우리 막둥이녀석 학교이름과 같아 인상에 남는다. 약 55키로지점 기사식당에 들어가 김치찌개를 시켜놓고 마당에서 김회님과 등물을 하고나니 온 세상이 내거같다…김치찌개가 참 맛있다는 생각을 하며 밥2그릇을 게눈감추듯 후딱 해치워버린다. 서서히 땅거미가 밀려오기에 서둘러 갈길을 재촉한다…저 뒤쪽에 김규연 명승식님이 달려와 합류하는데 두분다 힘이 워낙 좋아 따라가기가 벅차다…식사하러 들어간 사이 또 혼자서 달리는데 이 두분도 모두 완주했지만 결승점까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진영시내를 지나 노무현대통령생가 입구(60.6키로지점)에서 뒤따라오던 승합차가 우측 깜박이등을 켜지않고 오길래 나는 직진하는줄 알고 진입로를 횡단하는데 갑자기 이 차가 우측으로 방향을 틀며 나에게 달려든다…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운전자에게 쫓아가 멱살을 잡아 한대 쥐어팰려다 그만 풀어버린다…아직 대회초반인데 이런일이 한두번일까 싶어서다…아마 평생 노무현하면 이 일이 먼저 떠오르리라 생각된다. 조금 더 지나니 마산 창원/밀양 수산방향 갈림길이 나오고 그곳에서 밀양쪽으로 우회전해 달려간다…여기서부터 그동안 달려온 14번국도에서 25번국도로 갈아탄다. 주최측 안내문에 여기서부터 85키로지점까지 아무것도 없으니 반드시 물을 보충하라는 내용이 있어 65키로지점 단감휴게소에서 세수를 하고 베낭도 정리하고 장갑도 벗어버리는 등 본격적인 야간주행에 대비한다….휴게소이름이 아마 단감이 많이 나는 진영이라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나 보다. 사람 몸이란게 참 특이하다…지금까지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달려와 지칠대로 지친 상태인데 바로 이곳부터 힘이 솟구친다…왜그런지 나 자신 의아할 정도다. 주유소를 나서 달려가는데 아주 상쾌하게 아주 힘차게 바람가르듯 제1CP인 100키로지점까지 힘들다는 생각없이 달려갔으니 말이다. 주위는 완전히 껌껌해지고 가로등도 전혀 없어 달리는 차량의 헤트라이트만이 길을 밝혀주고 있다…수산대교를 지나 밀양쪽으로 향하는 약 20여키로의 직선화도로를 달린다. 요즘 시내로 진입하는 왠만한 도로들은 마을을 통과하는 꾸불꾸불한 길을 피해 이와 같이 일직선으로 펴놓다보니 달리는 차량이야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겠지만 우리 같은 마라토너입장에서는 민가한채 만날 수가 없으니 너무 지루하고 힘들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게다가 가랑비처럼 내리던 빗방울은 점점 세지며 나중에는 퍼붓듯이 쏟아지니 이번 대회초반에 포기한 주자의 대부분이 바로 여기서 맞은 비 때문에 발가락이나 발바닥물집에 의한 것이리라…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구간이었다. 워낙 지루하게 달리다보니 과연 내가 길을 제대로 들어선 것인지 만약 잘못 들어섰다면 어디서 돌아가야 할른지…도대체 지나가는 사람하나없고 민가한채 없으니 그냥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빗길이다보니 챠량에도 신경을 바짝 써야하는 상황이라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악몽 같은 구간이었다. 고개를 넘어 멀리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저게 밀양시내인가보다…하지만 눈에 잡힐듯이 보이던 불빛들이 아무리 달려가도 제자리이다…드디어 밀양시내로 진입한다…밀양경찰서를 지나 밀주교다리에서 우회전한 뒤 계속 직진을 하니 우측으로 밀양대학교가 나오고 조금 더가니 좌측으로 밀양시청이 보인다. 시간은 밤 11시를 지나고 있다…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는지 감이 좋질 않다. 빗줄기는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신발은 푹 젖어 과연 어떻게 537키로를 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발바닥은 안봐도 훤하다…엄지발가락 사이가 벌어졌는지 자꾸 쓰라리다…98.9키로지점 제1CP가 얼마 안남았으니 일단 거기까지만 가보자… 교동사거리 동사무소앞 수퍼에서 워낙 배가 고파 빵2개와 우유를 1개 사먹는다(1,600원)…꾸역꾸역…수퍼주인이 힘을 내라며 지리를 자세히 가르쳐 주신다. 밀산교삼거리에서 대구 청도방향으로 좌회전한다…개구리울음소리가 시끄럽고 좁은 왕복 2차선도로에 차량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쌩쌩달리며 주자들을 움찔하게 만든다…스탭차량이 지나며 얼마 안남았다고 힘을 내라하지만…아 쓰라려 미치겠다…내 발바닥…내 발가락…힘든건 둘째치고 어찌해야하나… 그렇게 그렇게 제1CP(98.9키로지점)에 도착하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열렬히 환호하며 응원을 보낸다(7월12일 0시23분 : 14시간23분 경과) 양말을 벗어 발바닥을 보니 퉁퉁 불어 물집잡힌게 장난이 아니다…그래도 종이반창고로 응급처방만을 한 다음 바세린만 듬뿍 바른다…일단 신발부터 갈아신어야 겠다…양말도 갈아신고…뽀송뽀송한걸로…전복죽 2그릇을 비우고 수박화채도 2그릇…좀 쉬어갈랬더니 모기가 얼마나 극성인지 차라리 천천히 걸어가는게 휴식일거라 생각하고 10여분 쉰다음 바로 출발해버린다. 정말 독한 모기들이다…밀양모기…두고보자…생긴 것도 등은 불룩…다리는 가늘…정말 얍싹하게 생겼다. [제1CP 98.9키로지점 – 제2CP 198.4키로지점] 잠시 앉아있는 동안 모기에 10군데는 물린 것 같다…아…짜증나… 이제 발길은 청도를 향하고 있다…조금 지나니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경계표지판이 나온다…경남 밀양시 상동면과 경북 청도군 청도읍의 경계이다. 첩첩산중길을 혼자서 걸어가는 꼴이 참 처량하기도 하지만 슬슬 졸음이 밀려온다…버스정류장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여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너무 천천히 걸었나…주자들이 바로 뒤따라 온다…너무 어두워 누군지 분간이 안간다. 김일남님과 조금 발을 맞춰보다 바로 내가 뒤쳐져버린다…조금 있으니 구미마라톤의 김윤혁님과 김영갑님이 뒤따라와 어느정도 함께 걷다 또 뒤쳐진다…갈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111키로지점 청도시내입구에서 외곽도로로 빠져 곧장 대구방향으로 직진한다…좌측 복숭아 과수원에서 하나를 따서 빗물에 씻어 먹어보지만 아직 덜익은데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지나니 청도 소싸움경기장이 나온다…맞다…청도가 소싸움으로 유명한 곳이지…복숭아와 감도 유명하고…말로만 들어보던 청도를 지나고 있다. 5시가 다가오니 날이 훤해진다…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달아났다를 반복하는데 밀려올 때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그렇다고 만 24시간도 안지났는데 어디 드러누워 잠을 청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앞서거니 뒷서가니 주자 10여명이 한데 뭉쳐 걸어간다…다들 식당을 찾는데 이 새벽 문연 곳이 있을리가 없다. 마침 남성현고개 올라가는 초입에 젊은 부부가 복숭아를 박스에 넣으며 정리를 하고 있어 배가 고파 그런다며 팔라고 하니 한박스를 2,000원에 가져가라고 한다… 이게 왠떡이냐고 하며 모두 평상에 둘러앉아 1사람당 2-3개를 게눈감추듯 해치우고 고개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번 코스중 가장 해발이 높다는 남성현고개 정상에 오르니 휴게소가 나오고 주최측에서 미리 식사를 시켜 놓은 덕분에 김치찌개로 허기를 달랜다. 양말을 벗어 발바닥상태를 점검한다…양 엄지발가락이 갈라져 너덜대고 발가락 하나하나에 물집이 안잡힌 데가 없다…게다가 발뒤꿈치 굳은살 박힌 곳까지 물집이 잡히니 이 상태로는 도저히 걸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가슴이 덜컥한다…이런 초장거리마라톤은 먼저 기본 체력과 의지가 제일 중요하지만 그 다음으로 부상이 없어야 한다고 경험자들의 충고를 귀가 따갑게 들어왔는데 바로 이것이 부상이 아니고 무얼까… 이곳이 123키로지점인데 아직도 400키로가 더 남았는데 어찌할까나… 지금 기권한다면 직원들 얼굴을 어떻게 볼까… 다들 비슷한 입장이니 누구한테 도와달라는 얘기도 못하겠다…먼저 발을 깨끗이 닦은 다음 실 바늘로 물집부분을 재봉질한다…약간 쓰라리지만 물집은 일단 터뜨려 놓으면 회복이 된다…문제는 양쪽 엄지발가락 이음새 사이 벌어진 부분이다. 일단 1회용반창고로 붙이고 다시 붕대로 감아 응급처방을 한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거같아 여기를 넘어가면 경산이니 병원에 가서 응급치료를 받기로 마음먹고 걸음을 재촉한다…물집터뜨린 부분이 신발에 씻기니 너무 쓰라리다 거기다 발뒤굼치 굳은살 배긴부분의 물집치료부위는 신발에 계속 스치니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지경이다……장기생님 전성하님이 아프지도 않은지 훌쩍 추월해 가버린다… 고개를 다 넘어가니 또다시 반갑지 않은 직선화도로가 나온다. 경산시내까지 6.6키로 구간인데 이 구간에서 수차 기권을 생각했다…도저히 걸을 수가 없으니 차를 잡아탈려고 몇번이나 손을 들었는데 세워주질 않는다…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다…여기서 차를 잡아탔으면 바로 기권아닌가… 절뚝거리며 걷는데 윤장웅님이 노정희님과 같이 차를 몰고와 힘을 돋아주신다…노정희님은 약올리느라 “오빠 기권해라” 하며 차에 타라고 한다. 순간 내가 왜 기권을 하냐는 오기가 생기며 “유혹하지마” 한마디를 해주고 걸음을 옮기니 나도 모르게 힘이 솟는다. 경산시내 입구쯤에서 정동숙님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형 힘내라…전화를 받으니 가슴이 뭉클하며 눈물이 볼위를 흐른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몹시 지쳐있는 상태라 그랬을거다. 경산병원이 나오길래 바로 응급실로 들어가 간호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해본다…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의료보험증 있느냐 응급실은 비싸니 정식 절차 밟아 외과로 가라…정말 짜증나게 한다…시간이 없어 후다닥 치료만 해주면 될 걸 무슨 절차가 그리 복잡한가…간호사아가씨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매우 짜증을 내며 병원을 나와버린다…차라리 약국에 가서 부탁을 해보자… 상방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조금 지나다보니 좌측으로 약국이 보인다…약사아줌마는 상담중에 있어 까만 원피스를 입은 다른 직원에게 사정얘기를 했더니 양말을 벗어보란다. 온몸은 땀냄새로 범벅이고 더구나 발가락은 보기에조차 흉할 정도인데 너무 친절하게 치료를 해준다…연고도 발라주고 테이프도 붙여주며 꼭 완주하라고 힘까지 북돋워 주는데 지금도 그곳 약국 명함이라도 얻어왔으면 감사전화를 드릴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산병원에서 일그러졌던 경산에 대한 이미지가 이 약국 덕분에 밝아졌다…다음에 갈일이 있으면 꼭 찾아보고싶다…은인 아닌가… 로타리주유소에서 좌회전하여 직진을 한 다음 1키로정도를 달려가니 대구광역시가 나온다…대구입성을 축하하는지 반갑지 않은 소나기가 또 퍼부은다…비만 보면 짜증이 난다…KUMF가 주최하는 대회마다 왜 이리도 비를 몰고 다닐까…이용식대표한테 살풀이라도 한번 하라고 해야할까보다. 소나기가 그치니 대구의 전형적인 땡볕더위가 주자들을 괴롭힌다…박석희님과 박길수님 김회님은 참 힘도 좋다…나보다 나이가 10년이상 어리지만 그들의 체력에 못따라가는 나 자신이 참 한심스럽다…멀치감치 달아나 버려 보이지도 않는다. 뛰다걷다를 반복하는데 날씨가 더우니 뛰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훨씬 많다…월드컵경기장입구를 지나 오르막이 계속되더니 다시 연호사거리방향으로 내리막길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강렬한 태양이다…약간 오르막을 오르니 대구은행 직원들이 나와 주자들을 열렬히 환호해주며 150키로지점 FAS가 나온다. (7월12일 오전 10시28분 : 24시간28분 경과) 가는 곳마다 얼음담긴 수박화채가 단연 인기다…이곳에서 떡과 수박화채 2그릇을 먹고 발맛사지를 받은 다음 별다른 휴식없이 출발한다…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길을 떠나는데 내신세가 참 처량해 보인다…이게 무슨 짓인가… 안그래도 더운 대구시내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대회전 대구시내지도를 보며 대충 길을 익혔다고 생각하고는 표지판 메모도 보지않고 큰길을 따라 달려간다. 무열대삼거리와 효목사거리가 나와야 하는데 엉뚱한 표지판만 보인다…범어사거리가 나오길래 속으로 아차 싶어 구두수선집에 들어가 길을 물으니 한참 돌아왔다며 동대구역쪽으로 간 다음 다시 길을 물으란다…정말 짜증이 극도에 이른다… 모자를 잃어버려 내리쬐는 태양이 뜨거운데 길마저 잘못드니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일단 팔달교를 찾아야 하기에 몇사람에게 물어보지만 다들 멀다고 차타고 가라는 말만 하지 제대로 가르켜주질 않는다. 겨우 길을 물으니 동대구역앞 소방서가 나오면 소방서를 끼고 좌회전하여 길끝나는데까지 가라고 한다…그런데 무척 멀다며 버스번호까지 알려준다…일단은 정상적인 길로 들어야한다는 생각에 배고픈것도 참고 지루하리만치 길게 이어지는 대구외곽쪽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시간은 오후2시가 넘었다…무려 3시간 반 가까이 대구시내를 헤메다 드디어 안내문에 인쇄된 서대구터미널 만평사거리에 도착한다. 제대로 길을 들어섰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힘이 떨어지고 배가 고파온다…그런데 입이 까실까실해져 밥생각이 없길래 중국집으로 들어가 짬뽕을 한그릇 시켜먹는다(3,000원)…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졸음이 밀려오지만 여기서 잘 수도 없어 바로 나와 팔달교를 건너간다. 경운대 대구교육관을 지나 안동가는 5번국도와 갈라지는 태전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하는데 태전삼거리 못미쳐에서 좌회전을 해버려 한참 가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실수를 범한다…야튼 대구시내 빠져나오기가 이리도 힘이 들다… 대구보건대학앞 구멍가게에서 더위사냥(400원)을 하나 사먹으며 왜관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낙산 삼거리에서 도로표지판이 헷갈리게 되어있어 짜증을 부리며 길바닥에 퍼져있는데 전병철님과 전성하님이 뒤따라오며 빨리가자고 재촉을 한다. 나 여기서 포기할란다고 했더니 무슨말을 하냐며 나를 잡아 끈다…정말 몇번이나 포기를 생각했나 모른다…날씨는 덥고 길안내판도 헷갈리고 대구시내에서 길을 잃어 몇시간을 헤매고… 여기서부터 왜관톨게이트까지 정말 끝도없이 이어지는 직선화도로가 나를 괴롭힌다…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다…졸음이 밀려온데다 길은 단순하게 일자로 쭉 뻗어있으니 내가 걷고있는지 뛰고있는지 앞으로 가는지 뒤로가는지 정말 정신이 혼미한 상태다. 어디서 쉴 곳도 없다…차가 너무 쌩쌩달리니 잘못하다 사고위험까지 있어 정말 힘들게 달린 왜관 들어가는 16키로거리의 직선화도로였다. 전병철님을 뒤쫓아갈려고 아무리가도 안보인다…나혼자 왜관 톨게이트쪽으로 나와 기사식당인 추어탕집으로 들어가 식사를 시키니 박종효님 응원차 진해에서 왔다는 중년 한분이 무척 안스러워 보였는지 식사값을 대신 내주신다. 울트라마라톤은 달리는 주자도 주자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족이나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응원하는 주위사람들이 더 힘들어하고 안타까워하며 서로 하나가 된다. 그들이 있어 달리는 우리가 더 뛰는 힘이 나는 것 같다. 매원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왜관대교를 향해 달려가는데 격려전화 2통을 받는다. 6,25전쟁 낙동강전투가 한창일 때 최고의 격전지였던 왜관대교…비록 당시 다리는 지금 인도로만 활용되고 지금 내가 건너는 다리는 새로 만들어졌지만 마음속으로나마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 기리며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기려본다. 다리를 건너 바로 우회전하는데 너무 길이 좁은데다 날마저 어두워져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칠곡소방서를 지나 관호오거리에서 좌회전하니 저멀리 산기슭에 온통 덫칠은 한듯한 화려한 불빛들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모텔 찜질방 식당 들로 가득차 있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이 충족되는가… 외지인의 입장에서 칠곡에 대한 첫인상이 완전히 이그러져 버린다. 남계삼거리를 지나고 약목역과 복성삼거리를 지나 우측으로 불빛찬란한 도시를 끼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오르며 제2CP를 찾는다. 약국을 찾아 파스를 사려는데 마침 시간이 10시가 넘으니 문연 곳이 없다. 우측 멀리 보이는 도시가 바로 구미라는데 어두워 불빛만 보일 뿐 별다른 특색은 찾질 못한다. 이번에 참가한 구미 3인방 박종근 김윤혁 김영갑이 3명이서 완전히 대회를 흔들어 놓았으니 대단한 구미마라톤클럽이다. 제2CP를 찾는데 얼마나 오르막이 지속되는지 그냥 짜증만 난다.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길로 200미터조금 지나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2CP가 모습을 드러낸다.(7월12일 밤11시17분도착 : 37시간17분 경과) 대구 경북지맹 울트라회원들의 열렬한 환호속에 제2CP골인…지대가 높아 여기는 설마 모기가 없겠지…이곳도 모기땜시 잠시도 편한 마음을 못갖게 만드는 곳이다. 양말을 벗고 얼음찜질을 해보는데 오전 경산에서 치료받은 것도 한계에 달했는지 서서히 발목아래 전체가 부어오르기 시작한다…아프다…정말 아프다… 거기다 사타구니 밑이 완전히 헤져 아무리 바세린을 발라도 소용이 없다. 이제 200키로지점에 왔으니 아직도 337키로가 남았다…제발 부상이 악화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의 기본체력의 한계는 바로 여기 200키로지점이었던 겄 같다. 나의 정말 고통은 다음 200키로 – 300키로지점에서 극에 달하기 시작한다. [제2CP 198.4키로지점 – 제3CP 298.9키로지점] 이곳도 모기 때문에 오래 쉴 수가 없었다…발바닥 얼음찜질로 만족을 한 채 약 20분 휴식을 취한 후 다음 행선지를 향해 출발한다. 타이스안에 팬티를 받혀 입으니 좀 나은것도 같은데…다음엔 여자 스타킹을 잘라서 받혀 입어야 겠다…사실 이번 대회참가자중 상당수가 스타킹을 참 교묘히도 오려 몸에 맞춰 입은걸로 봐서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나보다… 내리막길을 500여미터 내려가니 바로 김천시 표지판이 나온다…김천시 남면으로 기억된다…그러니까 칠곡군과 김천시 경계지역이다. 정말 깜깜한 길을 혼자서 오르는데 이곳이 금오산인거 같다…사람을 만날 수가 없으니 여기서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겁이 난다…졸리기도하니 나도 모르게 반대편으로 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제발 길만 알려줄수 있다면 호랑이라도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약 6키로정도의 산속 오르막길을 오르니 좌측으로 저수지가 보이고 표지판을 따라 우측길로 접어든다…버찌골농장을 지나 휴게소가 나오길래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붙여본다…다행히 모기가 별로 없어 잠좀 잘려니 화물트럭 운전사가 다가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대답해주다가 잠이 달아나 버린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김천시내까지 어디에서 어디로가는 화물차들인지 대형트럭들의 행렬이 굉음을 내며 끊이질 않는다. 정류장이나 주유소같은데서 잠시 눈을 붙이려해도 시끄러워 포기하고 가는 길을 재촉할 수 밖에 없는 짜증나는 야간주행길이다. 발바닥이 서서히 불이 붙나보다…내가 신고있는 뉴바란스신발은 작년 제주도 한반도횡단 충주호 등 주요대회때마다 신던 것이라 정이 들었고 또 발에 잘 적응이 되어 이번에도 별다른 생각없이 신고 뛰는데 드디어 한계가 온 것 같다. 최대 700키로정도를 뛰면 신발은 쿠션이 죽어 바꿔줘야 한다는데 나는 이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구두수선가게에서 뒤꿈치 닳은 부분만 본드로 덧붙여 신고 왔으니 발바닥이 마찰에 의해 계속 열이 나고 이런 현상이 계속되니 발바닥 화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작년 횡단때의 경험이 있어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에 마침 주로감독차 차량으로 이동하는 정옥님에게 신발을 바꿔신자고 해본다. 처음에는 좀 나은 것 같았지만 1키로 정도를 달리니 오히려 더 발이 아프고 부자연스러워 전화를 해서 다시 원래 내 신발로 바꿔신고 달린다. 농소면을 지나고 지좌동소방서를 지나 김천역에 닿으니 날이 훤히 새버렸다…좀 어두우면 신문지깔고 노숙자들이랑 한데 어울려 잠을 잘려했는데 너무 훤해지니 또 잠자는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김천역옆 김밥천국집에서 라면 한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신발가게가 있으면 쿠션있는 것으로 구입할려고 상가를 둘러보지만 너무 이른 시각이라 문 연곳이 있을리 없다. 샤워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에 해장국집이라도 안보이나 하고 찾아보지만 약 2키로정도를 걸어가도 눈에 보이질 않는다…마침 목욕탕이 눈에 들어오길래 잘됐다하고 들어가려니 오늘 화요일이라 쉰단다…힘들게 2층까지 올라갔는데…차라리 문이라도 닫아 놓지… 221키로지점인 영남제일문이라는 김천시내 들어가는 문을 빠져나와 직지사를 향해 달려간다…주행계획표에 직지사입구라는 문구가 보여 나는 바보같이 직지사들어가는 길로 좌회전하여 약2키로이상을 걸어가는데 아무리봐도 다른 주자들이 안보인다…이상한 느낌에 타이탄 화물차량을 세워 주행계획표를 보여주니 직지사입구는 아까 좌회전한 곳이니 그곳에서 바로 직진했어야 한다고 하지 않은가… 단거리에서는 모르지만 이런 장거리에서는 10미터도 멀어보이는건데 왕복 4키로를 헛되게 낭비했으니 힘이 쪽 빠진다… 별 수 없이 제대로된 길을 찾아 봉산면쪽으로 직진하니 경부고속도로와 만나는 굴다리가 나오고 양쪽으로는 포도농장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굴다리를 지나 포도농장 한켠에 그늘진 공터가 나오길래 베낭을 풀고 잠시 눈을 붙여본다…시원스레 잠이 솔솔…약20분 꿀잠을 잔 것 같다. 일행들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깨니 그래도 머리가 한결 개운하다…포도농장에서 일하는 할머니가 계셔 포도가 안익어 얻어먹지도 못한다며 그냥 인사치레로 올해는 돈 많이 버세요 하고 인사하니 무엇하는 사람들이냐고 아주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물어보신다…대충 설명해드리고 길을 오르는데 바로 저기 앞에 충청북도 표지판이 보인다. 더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김천시 봉산면과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의 경계표지다…나는 이번 대회전까지만해도 추풍령이 무지 높은 곳에 있는 줄 알았다. 남상규가 부른 추풍령도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자고간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이렇게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니 김천에서부터 오르막길이 계속된 탓에 제일 힘드리라고 생각했던 고개를 너무 쉽게 올라와 버린 것이다. 이정옥님이 삼겹살을 먹고 가자고 하시며 허름한 식당으로 쏙 들어간다…나는 속으로 밥맛도 없는 판인데 삼겹살은 무슨 맛으로 먹어 하며 그냥 못이기는척하고 따라 들어갔다. 식당아주머니 말투가 완전 충청도말투다…아까 김천 포도밭 할머니랑 있던 곳에서 불과 500미터도 안되는데 경상도 충청도 경계를 지났다고 이렇게 말투가 달라져 버리다니…이번 종단과정에서 내내 흥미로운 일들을 직접 접하는 묘미도 지금 생각하니 참 재미있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박석희 박길수 김회 김일남님 등 모두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누워 곯아 떨어져버린다…나도 잠시 눈을 붙여본다…아까 잠을 좀 자서 그런지 잠이 안오길래 발바닥 치료부터 시작한다. 발가락을 하나하나 종이테이프로 둘러 싸멘다…발바닥은 물수건을 달라고해 계속 닦으며 식혀준다…물집잡힌 부분은 신발과 안 스치도록 테이프를 겹겹이 붙여둔다. 드디어 삼겹살이 나온다…몸이 허한 상태라 그런지 의외로 삼겹살이 맛있다…정말 맛있게 먹었다…밥한그릇까지 뚝딱…작년 한반도횡단 마치고서도 경포대에서 제일 먹고 싶었던게 삼겹살이었던 기억이 새롭다. 채비를 갖추고 문밖을 나서니 햇볕이 따갑다…농협에 들어가 생수를 하나 산 다음 힘을 내어 달려보지만 워낙 날씨가 더워 몇미터 못가 쉬다 가다를 반복한다. 추풍령역의 역사가 2층으로 지어졌는데 참 현대식으로 잘 지어졌다…건설교통부만해도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뀐 느낌이다…작년 제주도에서 북제주군 한경면 면사무소를 보고 전국 어디나 똑 같은 행정기관의 모습에 실망을 느낀 나로서는 비록 조그만 시골역이긴 하지만 새로이 단장한 역사의 모습에서 신선함을 느껴본다. 주유소만 보이면 들어가 머리에 물을 부어 몸을 식혀준다. 가끔씩 택시나 승용차가 서면서 영동까지 태워준다고 타라한다…충청도인심인가…워낙 더운 날씨에 달리는 주자들이 무척 안스러웠나 보다. 게다가 발바닥마져 부상을 입어 절뚝거리는 모습이 더욱 처량하게 보였으리라. 황간교를 지나 생전 처음 황간시내로 진입한다. 여기는 신발가게가 있겠지…물어보니 저쪽 시내로 들어가란다…참내 한발자국 가기가 힘든데 시내까지 들어가라니…황간우체국이 보이길래 불쑥 들어가 양해를 구한 다음 화장실을 찾아 문을 잠그고 샤워를 한다. 무엇보다 발바닥이 시원하고 머리에 찬물을 뿌려대니 얼마나 몸이 가벼운지 모르겠다…황간우체국의 그 나이드신 여직원에게 이 글을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 여기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약2키로를 더가면 250키로지점 FAS가 나오는 걸로 되어있어 오르막길이지만 힘을 내보는데 아무리가도 FAS는 보이질 않는다…내가 지나쳐버렸나…분명 경부고속도로 밑 굴다리쯤에 있다고 했는데 다 지나도록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갈려는데 정말 한계에 달했나…발바닥이 뜨겁고 물집잡힌 곳 옆부분에 또 물집이 잡혀오나보다…무릎도 아파온다… 고개를 넘어가니 내리막길로 접어든다…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데 술마시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이게 바로 환청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대관령 넘을 때 경험을 했기에 별로 신경을 안쓰는데 커졌다 작아졌다 웅성웅성 사람소리가 들리고 착시현상까지 나타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신발을 벗은 다음 가로수그늘있는 쪽으로 조금씩 힘을 내서 달려가는데 하얀 승용차한대가 오더니 한쪽으로 차를 세우고 쉬어가란다. 250키로지점 FAS 위치가 너무 위험한데 있어 그 자리에서 조금 지켜보다가 가는 길이라며 분당검푸마라톤 소속의 박영금님이라고 소개를 한다.(도착시간 7.13일 오후 2시30분 : 52시간30분 경과) 이번 분당검푸에서는 박종효 유영대 두분이 참가하셨기에 응원 및 지원차 내려왔다는데 얼마나 상냥하고 미안할 정도로 도움을 주는지 정말 마라톤 자원봉사의 또다른 멋을 느끼게 한다…남아있는 수박을 혼자 다 먹어버렸다…얼음봉지를 달라고해 발바닥찜질을 10여분이상 해댄다…취재진은 카메라를 바짝 대고 힘들어하는 주자에게 뭐라 말을 시키는데 졸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뒤에 오시는 주자를 부탁한다며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영동포도가 유명한지 달리는 내내 포도밭이다…조금 달리니 또 소나기가 한판 퍼붓고 지나간다…영동시내로 들어가 신발을 사야지…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영동방향으로 달리는데 이제는 졸음이 나를 가만두질 않는다. 샤또머니와인이라는 포도주공장을 지나 간이정류장안으로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인다…10여분 잤나보다…다시 출발한다. 아..그런데 아뿔싸…한참을 가다보니 아까 오던 길로 다시 가고 있다…방향감각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샤또머니와인공장이 또 나오질 않는가… 미쳐버리겠다…다시 돌아가다 조금전에 잔 정류장에 표시된걸보니 내가 추풍령방향으로 돌아간 것이다…영동쪽으로 가야하는데… 사람이 피로할 때 이런 일을 닥치면 힘이 빠지는 건데…정말 차라도 있으면 그냥 주워타고 집으로 가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영동군보건소를 지나 영동삼거리에서 대전 옥천방향으로 길을 잡아 달린다…영동시내로 가면 신발을 사려했는데 여기서도 방법이 없다…여기서부터 제3CP까지의 길은 지금도 두번다시 생각하기 싫은 구간이다. 약 36키로인데 직선화도로로 너무 잘 닦인 도로이다…정말 우리나라 좋은나라이다…이런 시골길이 뭐가 그리 급하다고 사회간접자본을 뿌려대는지 모르겠다…물론 이곳 사람들이야 얼마나 좋을까마는 달리는 우리들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도로를 확장하든지 아니면 그 돈으로 항만시설을 확충하는 대외적인 투자에 집중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말해 이 지역 국회의원의 공약이 아니었을까 막연히 추측해 본다…우리나라 경제는 정치판이 다 말아먹는다고 생각한다…왜 자꾸 생각이 삐딱해지지…달리는데 좀 불편하다고 말이 너무 옆으로 흐르는거 아냐? 약10키로 정도를 그냥 뛰었다…힘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가두자는 생각만으로… 길가에는 죽어있는 뱀들부터 개구리, 폐타이어, 쓰레기 등 사람이 걸어다니지 않은 곳인지라 온갖 쓰레기들로 달리기에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이원면 미곡처리장앞 길가에서 퍽 주저앉아 버린다…그냥 힘들고 짜증만 난다…버스정류장에 앉아 가만히 눈을 붙여 본다…스르르 꿈속으로 빠질려나보다… 눈을 떠보니 우측으로 칠방리라는 마을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몽유병환자처럼 내가 그 마을로 들어가고 있다…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 마을로 갔는지 모르겠다…추측컨대 배가 고파 시골마을에 들어가 밥한그릇 얻어먹고 싶어 그러지 않았나 생각해보는데 정말 내가 그 마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석양이 지는 오후 7시 – 8시 사이로 생각되는데 그냥 내가 왜이러나 하며 정신차려 빨리 주로로 되돌아 나왔는데 술마신 뒤의 상태마냥 내 정신이 아닌게 수면부족이란게 어떤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원삼거리를 지나니 주위는 온통 어둠이 깔린다…옥천시내가 눈에 들어온다…일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따라 시내로 접어든다…제3CP 자원봉사자가 주자들을 응원하러 나왔는지 차를 타고가며 여성 한분이 “울트라 파이팅 김부성 파이팅”을 외친다…아마 전주에서 오신 김정숙님 같다. 왼쪽에 마침 신발도매상이라는 간판이 들어온다…너무 반가워 들어가 쿠션있는 신발을 찾는데 내가 가진 돈이 얼마 없다보니 좋은건 살 수가 없다…맘에 드는건 싸이즈가 없고…할 수 없이 2만원을 주고 275미리 싸구려 운동화를 구입한 다음 그 동안 신고가던 뉴바란스는 택배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나오니 한결 발이 부드럽다. 배가 고파 식당을 찾는데 문 연곳이 별로 없다…핸드폰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한참 지났다…다행히 우측으로 우거지갈비탕 간판이 보여 들어가려고 하니 문이 잠겼다…부부가 막 문잠그고 정리하는데 내가 부탁을 하자 안스러웠는지 문을 열어주며 어서 많이 먹으라며 공기밥도 추가로 주신다…너무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돈 많이 버세요 하고 인사를 드리며 떠나려하자 꼭 완주하세요…이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 속으로 네 감사합니다…반드시 완주할겁니다…하고 출발을 한다…표지판 대전쪽을 향해 달려간다…지금까지도 지겨운 코스였지만 옥천시내를 통과해서도 제3CP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차량이 얼마나 쌩쌩달리는지 모른다…가끔 순찰차들이 다니며 인도쪽으로 들어가라고 경고를 한다. 옥천 초입부터 뿌려대던 빗줄기는 다시 굵어지고…오르락 내리락하는 대전입구쪽 도로는 교통사고위험마저 도사린채 주자들을 잠시도 방심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마침 전북연맹의 박종권님이 힘내라며 다가온다…오랜만에 보는데도 인사보다는 도대체 어디가 CP냐며 짜증을 부린다…새로산 신발이지만 비가 오니 다시 비에 젖어 정말 돌아버릴 정도로 발가락이 아파온다…일단 불붙은 발바닥은 비록 새 신발로 쿠션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아프다…마치 에린 살 떨어져나가는 그런 기분이다….너무 아팠다는 표현을 뭘로 하여야 할까…정말 지긋지긋한 3구간이었다. 대전 마달령을 지나 엑스포기념탑에 설치된 제3CP(298.9키로지점)에 패잔병마냥 투덜거리며 도착한다.(7월14일 새벽 1시08분 도착 : 63시간08분 경과) 발바닥을 살펴보니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그냥 수건으로 깨끗이 닦고 말린 다음 바세린을 바르고 압박붕대로 돌돌 감아 놓는 외 다른 처리방법이 없다…무사히 이 레이스를 마쳐 달라고 신에게 기도드리는 방법밖에는… 여기서도 별다른 휴식없이 다음 행선지로 출발한다…울트라부부 배형규 김정숙님의 주자들에 대한 간호가 너무 극진하다. 지금까지 총 수면시간이 1시간남짓밖에 안된 것 같다…그러면 여기서 조금 눈을 붙이고 가야했는데…제4구간에서 너무 힘들게 달리게 된다. [제3CP 298.9키로지점 – 제4CP 394.4키로지점] 세천파출소를 지나니 김현수님을 만난다…작년 충주호 100마일런때 같이 달렸던 분으로 정말 대단한 의지의 울트라맨인데 이번에 참가를 안하신 대신 자원봉사로 고생을 하신다…앞주자와 3키로정도 차이가 난다며 따라붙으라 일러주신다. 그러고나서 나는 한동안 내 정신이 아닌 것 같다…걷는 동안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한 나무화원에서 나무와 20분이상 대화를 나누었으니…무슨말이냐고? 함께달린 주자중 박석희 박길수란 친구가 있다…둘다 66년생에다 덩치도 좋은게 아주 믿음직스러운 친구들인데 내가 나무를 그 두사람으로 착각한 것이다…야 너희들 힘좋다…밥은 먹었냐…빨리 가자…야 뭐해 빨리가자니까…한동안 횡설수설을 하는데 꿈결에나마 뭔가 진행이 안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정신을 차려보니 아무도 없고 내 키보다 더 큰 나무들만 서있다…꿈속에 그들을 사람으로 착각하고 얘기를 나눈 것이다…마치 옛날 도깨비를 만나 밤새 씨름을 하고 날이 새 바라보니 빗자루였다는 얘기처럼 내가 딱 그 상황이었으니… 이래서는 안되겠다싶어 정신을 차리고 무조건 신탄진가는 길을 찾아간다. 판암LPG충전소에 택시기사들이 있어 방향을 믈어보는데 동서남북이 혼미한 상태에서 들어도 모르겠다…그냥 알았다고만 하고 길을 따라 계속 달려가는데 택시한대가 따라오더니 어디가냐고 물어본다…설명해주었더니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타라고 한다…정말 이럴 때 돌아버리겠다…이건 도와주는게 아니라 안그래도 지친 주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그냥 가는 방향만 알려달라고 하니 직진한 다음 경부고속도로라 표시된 사거리에서 효동길방향으로 우회전하란다… 조금 걷다가 너무 졸려 안되겠다 싶어 도로변 주차장 한옆에서 대자로 뻗어버린다…잠시 눈을 붙일려니 빗방울이 갑자기 세차게 떨어진다…덕분에 잠은 깼지만 출발부터 지금까지 어디 한군데 편히 눈을 붙이지 못하니 갑자기 신세가 처량해진다…사우나라도 있으면 들어가 쉬고 싶다…대회규정상 절대 안되지만… 교보생명인가 큰 건물이 나오길래 비를 피해 한켠에 다리를 쭉 뻗고 누워버린다…30분이상은 넉히 잔 기분이다…조금 머리가 개운한 것 같다… 벌써 주위는 훤해지고 있었다…오늘이 7월14일…내 생일이다…생일을 이렇게 맞이하고 있다…평생 못잊을 생일이다. 우송대학을 지나 동부경찰서를 지나고 수자원공사까지 왕복 8차선쯤되나…길이 참 잘 닦여있다…아직 새벽이라 차는 그리 많지 않고 사람마저 뜸하니 이럴 때 조금이라도 빨리 가자는 생각에 힘을 내보는데 체력이 너무 쳐져있어 장수촌 식당 못미쳐에서 또 주저앉아 버린다…장기생님이랑 전성하님 등이 지치지도 않은지 나를 훌쩍 추월해 버린다…다시 발이 부어 오른다…발바닥엔 정말 불판을 달아놓은 것 마냥 뜨겁다. 식당이 문을 열 시간도 아니지만 몇키로를 걸어도 정말 식당하나 보이지 않는다. 지팡이를 하나 구해 절뚝거리며 진행을 해 본다…상당히 긴 거리인데도 주위에는 도대체 쉴만한 공간하나 보이질 않는다. 우선은 어디라도 들어가야 될 것같아 길을 건너 골목안으로 들어가보니 기사식당하나가 눈에 띈다…짜증을 내며 김치찌개 하나 달라고 큰소리를 치니 주인이 웬 미친 놈인가 하며 눈을 부라린다…행색을 훑어보더니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안스러웠던지 어디서 오냐고 묻기에 나도 미안하다며 목소리를 낮추고 물수건을 얻어 발바닥을 식혀준다. 기사식당이라는데 택시한대도 안보인다…그때 택시가 있었으면 분명 잡아타고 집으로 가버렸을지도 모른다…식당이 너무 좁아 어디 드러 누울 곳도 없어 시원한 물만 한잔 달라고 한 뒤 다시 걸어간다. 얼마가지 않아 신탄진역이 나오고 금강을 지나는 현도교 다리를 지난다…이곳이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과 충북 청원군 현도면의 경계이다…주행표를 보니 322.8키로지점…대회는 점점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며, 나는 이런 몸으로 여기까지라도 와준게 너무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청주방향으로 계속 방향을 잡는데 갑자기 다리에 힘이 쫙 풀리며 인도에 주저앉아 버린다…길건너에 주자 몇사람이 달려가는 모습이 아스라이 보인다…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며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가던 방향으로 게속 걷다가 순간 잠이 확깬다…분명 맞게 가고 있는데 잠이 깨며 내가 왜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그래서 다시 오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아까 보였던 경부고속도로 굴다리가 나온다…미치겠다…제대로 가고 있는데 왜 반대로 가고있다고 생각을 했지…수면부족이 한계에 온 현상같다… 일단 현도면사무소와 파출소가 있는 선동삼거리까지 간 다음 파출소에 들러 10분만 자고 간다며 좀 깨워달라고 부탁하니 선뜻 시원한 곳으로 안내를 해준다. 20분정도 잤나보다…머리가 너무 개운하다. 여기서부터 350키로지점 FAS까지 무지하게 달렸다. 발바닥 아픈 것도 잊은 채 청주교대 경찰청 시청 등을 지나는데 날씨가 후덥지근해 무척 땀을 많이 흘린다…선동삼거리에서 잠시 쉬는 동안 나를 추월해간 김일남님을 따라 잡으려 하는데 얼마나 빨리 갔는지 도저히 만날 수가 없다. 내덕오거리에 도착해 우체국이 나오길래 몸도 좀 쉴 겸 들어가니 마침 인터넷이 있다…싸이트에 들어가보니 정말 아우성이다…주자들에 대한 격려문 하나하나가 모두 감동적이다…나에 대한 글들도 올라와있어 힘을 얻는다. 내덕사거리 연흥주유소앞에 이르니 생각지도 않던 350키로지점 FAS가 나온다…아직 10여키로 남았다 생각했는데 주행표를 보니 벌써 이곳이 350키로지점이다. (도착시간 7월14일 오후 1시16분 : 75시간16분 경과) 약간 절룩거리며 걷는데 청주마라톤의 권태동님이 길까지 나와 부축을 해준다…갑자기 눈물이 펑 쏟아진다…나 혼자라는 생각으로 달렸는데 이곳에서 만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며 계속 눈물이 흐른다. 잠시 진정을 하니 김동운님과 장광진님도 모습을 보인다. 임시로 쳐놓은 천막에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한다…발바닥 찜질만 조금하고 화채만 두그릇 먹고 바로 출발한다…400키로지점을 향해… 덕성초등학교와 율량교차로를 지나는데 비가 워낙 퍼부어대니 달리는 차량도 무척 신경이 쓰인다…앞이 안보일 지경이니 내몸 내가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주행표에는 이 곳에서 직선화도로가 아닌 구길로 가라고 되어있는데 비가 너무 퍼부어대 미쳐 이를 보지 못하고 그냥 새로 뚫린 길로 직진해 버렸다. 거리는 좀 더 가까우나 워낙 먼길이 일자로 뚫려있어 주자들에게 덜 피로하라고 되어있던거라 그냥 17번도로표지판만을 보고 그냥 달렸다. 소나기성 폭우였나…조금 지나니 비가 멈춘다…생각해보니 점심을 안먹었기에 길가에 세워둔 차에서 복숭아 3,000원어치를 사 걸어가며 먹는다. 자두도 덤으로 주길래 이거저거 먹으며 가는데 앞쪽에 정읍에서 참가하신 김관섭님이 절뚝거리며 걷고있다…발목을 다쳤나보다… 워낙 힘이 좋아 처음부터 계속 스타트로 달리던 분인데 부상에는 방법이 없다. 점심을 안먹었다기에 마침 복숭아와 자두를 1개씩 드렸더니 고맙다며 맛있게 먹는다…뒤에 들으니 이 양반 복숭아 알레르기로 인근 병원에 실려가 응급치료를 받고 대회포기까지 생각했다지 않은가…비록 완주는 했지만 무지 미안하다…그러면 그렇다고 해야지…먹을거 아껴 주니까 덥석 받아먹기는… 지루한 진천가는 직선화도로…이길도 약 15키로정도 아무 인가도 만날 수 없는 그러한 길이니 정말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돌아버릴 길이다. 소나기가 지나가니 뜨거운 태양이 또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어서 이 지루한 구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진천군청 마라톤동호회장님이란 분이 차에서 내려 파이팅을 외쳐주신다…400키로지점에 나와 있겠다던 강영석님도 차를 타고가며 힘을 외쳐주고… 진천터널 못가서 이동수님이 사진을 찍어준다…언제봐도 희생적이고 적극적이신 이동수님께 마음속으로 무척 존경심이 발로한다. 이 터널만 지나면 마을이라며 조금만 더 힘을 내라며 지나간다. 진천터널…누구 이 길을 걸어본 적 있으시나요… 터널이 구부러지지 않고 일자로 쭈욱 뻗어있어 금방 통과할것 같은 그런 터널이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가도 끝이 안나온다…참 길기도 길다…아예 바닥만 보고 뛰는데 이제 중간쯤 왔겠지…왠걸…참 지루하게 터널을 빠져나와 2키로정도를 가니 표지판이 나온다…좌회전하여 이월면쪽으로 접어든다… 퇴근시간이 되서 그런지 시골길인데도 차량이 제법 많다. 빌텍이란 제법 큰 공장을 지나 노원교 주유소앞에서 대전마라톤의 김남식님을 만난다…자주 뵙지 못하지만 우리는 울트라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안에서 모두가 형제이다…힘내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강영석님으로부터 아까 복숭아사건을 자세히 전해 듣는다…알레르기…병원… 다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이월면 시내구간으로 접어든다…요즘 비가 자주와서 그런지 소독연막차가 골목을 누비고 아이들이 그 뒤를 따른다…어렸을 때 나의 모습인거 같아 미소를 지어본다. 점심도 굶은 상태라 여기서 밥을 먹어야 한다…제법 식당도 많기에 이왕이면 맛있는 집으로 가자…그 대신 사람 많은 곳은 행색이 초라해 환영을 못받을 테니 한적한 곳으로 가자 생각하고 골목안으로 들어가 시골밥상이란 식당으로 들어가니 젊은 주인아주머니가 반겨준다. 태종대에서 오는 길이라는 설명에 아주 반은 죽는다…내 얘기가 재미있는지 바짝 다가앉길래 땀냄새난다고 떨어지라고 하니 주방 할머니한테 큰소리로 맛있게 차려달라고 부탁을 한다…성격하나 화끈한 아주머니다. 김치찌개(4,000원)를 먹는데 주방할머니가 닭도리탕 남는거라며 한그릇을 내온다…기분 같아선 소주한병에 퍼져버리고 싶었지만… 물수건으로 발바닥을 식혀주고 물집부분을 다시 종이테이프로 감는다…이제 얼마 안가면 경기도가 나오고 400키로다. 마지막 힘을 내보자…아주머니가 안스러운지 잘뛰라며 문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준다…시골인심이 참 좋다…경기도가 가까워서인지 여기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못들어봤다…이곳이 충북 진천군 이월면이다. 다시 힘을 내어 뛰어간다…완전히 어둠이 깔리고 동네 개짖는 소리와 개구리울음소리만이 적막을 깨뜨린다. 차량도 그리 많지 않다…잠시 가족들을 생각해 본다…나 힘들고 지칠 때 가족이 있기에 다시 힘을 내듯이 나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드는 이 레이스를 가족을 생각하며 막판 스퍼트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어본다. 광혜원농공단지를 지나 삼연개발에서 우회전하는데 좌측으로 휘황찬란한 마을이 나온다…저곳이 광혜원이란 곳인가 보다. 나이트클럽 모텔 식당 들의 네온사인이 마치 강남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듯이 이곳이 무엇으로 유명해 이렇게 번쩍거릴까…광혜원이라는 곳…잠시 더 달리니 조민연님과 강영석님의 차량을 만난다. 조그만 더 가면 400키로지점이란다…조그만 좋아한다…아직도 10키로는 남았으니 1시간 반은 가야할 길이구만…그래도 저녁식사 덕분인지 힘이 있어 즐거운 기분으로 달려본다…이정옥님을 만난다…술도 그렇게 마시며 뛰기도 잘 뛴다고 나에게 한마디 하신다…나보다 3살이나 많으신대 이번에 2등으로 골인했다…작년 횡단때도 태기산에서 봉평지나 장평까지 함께 달렸던 형님이다…자기관리에 너무 철저하신 분이다…존경스럽다. 드디어 경기도에 들어선다…충북 진천군 이월면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의 경계구간이다…골인지점에 다 들어온 기분이다…부산 경남 경북 대구 대전 충북을 지나 나 김부성은 경기도로 들어섰다…보이느냐 내가…아 자랑스럽다…나 혼자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려본다…나도 모르게 손을 불끈 들어 “내가 간다”라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어 본다…하늘에서는 다시 빗줄기가 뿌려지고 있다. 두교산업단지와 두호낚시터를 지나 칠장휴게소 공터에 설치된 제4CP(394.4키로지점)에 골인한다.(7월14일 밤 11시30분 : 85시간30분 경과) 황선용 전상수님 등 서울울트라팀들이 많이 나와 계신다…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이니 마치 내 집에 온 마냥 푸근한 느낌을 갖게된다. 양말을 벗어 발바닥을 식히는데 전상수님이 하나하나 치료를 해 주신다…이제는 양말도 없고 테이프도 물에 젖어 없다…전상수님이 나보고 준비도 잘 안하고 이런 대회 참가했다고 완전 무데뽀라며 놀린다…하긴 나도 그리 생각한다…대회 출발전 마음이 착잡해 뭘 챙겼는지조차 모르며 그냥 부산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으니까… 김회님한테 양말 한컬레를 얻어 갈아신고 이정옥님한테서 테이프를 얻어 발바닥 치료를 한다…여기서도 수박화채만 실컷먹고 김일남님과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나머지 분들은 이곳에서 1-2시간 잠을 자고 출발했지만 나는 빨리 못가므로 쉬지않고 그냥 발걸음을 재촉한다. [제4CP 394.4키로지점 – 제5CP 494.5키로지점] 빗줄기가 멈추었다…공기도 상쾌하고 이제 경기도에 들어섰으니 금방 서울일거라는 착각속에 천천히 걸어본다…난생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푸근한 느낌이다. 김영갑님을 응원차 나온 차량에서 스포츠음료를 한병 얻어마시고 두현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17번국도로 계속 달린다.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38번국도로 장호원가는 길이다. 장원산업단지를 지나 매산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양지쪽을 향해 달려간다. 이 길도 참 대단한 길이다…이 분기점에서 17번국도가 끝나는 곳까지 22.3키로인데 계속되는 오르막길로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다. 조금 오르다 김일남님이 눈좀 붙이고 가자고 한다…어떤 식당 비슷한 곳에 원두막처럼 평상이 있길래 눈을 붙이는데 개한마리가 몹시도 짖어댄다…나도 피곤하니 짖던말던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자는데 10분정도 잔거 같은데 누가 깨운다…김영갑님이 오다가 같이가자며 깨운 것이다. 이녀석은 400키로지점에서 두시간정도 잔거 같은데 나는 잠도 안잤으니 그냥 자라고 놔두지… 별 수 없이 또 길을 재촉한다. 군포해오름 마라톤 팀들이 집으로 간다며 마지막 파이팅을 하라며 격려를 해주고 떠난다…참 고마운 분들이다. 건강나라찜질방과 매산휴게소를 지나 끝없는 도로를 따라 뛰다 달리다를 반복한다. 내가 앞서 500미터 달리고 200미터 걷기를 수차 반복하지만 이 정도로 달려서 이 길이 끝날리가 없다…정말 지겨운 길이다. 대한민국 특전사 예비역인 김영갑님조차 돌아버리겠다는 표현을 수차 반복한다. 조민연 강영석님이 지나가길래 도대체 얼마나 가야 하느냐고 물으니 아직 멀었다며 그냥 무조건 앞만보고 달리란다. 더구나 이 길은 도로표지판조차 거의 없어 도대체 거리짐작을 할 수가 없다. 거북이처럼 쉼없이 달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김영갑님을 취재하려고 카메라맨이 차에서 내려 우리와 합류한다. 워낙 힘든 코스인지라 우리보다도 안달려본 취재진들이 더 힘들어 한다. 날이 훤히 새버린다…다시 배가 고프길래 강영석님에게 전화를 해 라면좀 사다달라고 부탁을 한다…규정위배라며 근처에서 해결하라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사정을 한다…30분 지나니 컵라면에 물을 부어왔다. 털썩 주저앉아 라면 한그릇을 해치우는데 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말 여기서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의왕고개를 넘어 인덕원가는 곳까지 계속되었다. 비가 아니라 그냥 위에서 퍼붓고 있다. 출근시간대라 차량도 많아지는데 인도도 따로 없지만 갓길은 비가 넘쳐 달릴 수가 없어 차도에 바짝 붙여 달리는데 차에서 튕겨지는 물벼락은 사람을 완전히 비맞은 생쥐로 만들어 버린다. 갑자기 폭우로 변해버리니 카메라기자는 비닐로 카메라를 보호해보지만 감당이 안되나 보다…미쳐버릴 정도로 비가 내리니 안그래도 계속되는 오르막을 무슨 힘으로 뛰겠는가…반쯤 축 쳐져 걸어가는데 강남마라톤의 남시탁회장님이 차를 타고 오시며 격려를 해준다…이번에 강남마라톤에서 심성기님이 혼자 참가했기에 격려차 오셨나보다. 17번국도가 끝나는 부분에서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10여분 지나니 또 퍼부어댄다…짜증이 극에 달한다. 김일남님은 42번국도를 타고 용인쪽으로 달려가버리고 나는 신발이 너무 젖어 인근 해장국집에 들어가 식사를 시킨다음 안신는 신발있으면 빌려달라고 통사정을 한다. 주인아저씨가 안에서 무거운 운동화를 한컬레 가져오는데 좀 커보이기는 하지만 제법 쓸만하다…옥천에서 2만원주고 산 신발을 맡기고 양말을 갈아신은 다음 30분정도 휴식을 취한 후 비가 좀 그치기에 용인쪽을 향해 힘을 내 달려본다. 이제는 발가락이 아프다 발바닥이 아프다라는 생각보다는 제발 비만 안와주기를 바라는 마음 분이다…발은 이미 마비가 되 버린 상태이니까… 양지파인리조트를 지나 양지사거리에서 수원 신갈방향 42번국도로 좌회전한다 양지면사무소를 지나고 용인대입구를 지나는 동안 빗줄기는 오락가락을 계속한다. 롯데 세븐일레븐공장과 어정삼거리를 지나 강남대학교앞을 지난다. 이런 비오는 날 웬 미친 놈인가 하며 지나는 행인들이 쳐다본다…확실히 수원쪽으로 오니 사람이 무척 많아졌다. 드디어 445.8키로지점 운전면허시험장 건너편에 설치된 FAS에 도착한다(7월15일 오후12시47분 도착 : 98시간47분 경과)…자원봉사자들 20여명이 나와 주자들을 환영해 준다…그들이 보기에 우리가 참 대단해 보였을까…부산에서 출발해 여기에 왔으니 말이다… 바로 뒤따라 김영갑님이 도착한다…김일남님은 20분전 출발했다기에 따라 잡을 욕심으로 수박화채만 조금 먹고 바로 출발해버린다. 주로는 42번국도에서 23번국도로 바뀐다. 풍덕천사거리와 일양약품을 지나 고속도로교통정보센타를 지나다 차량역주행방향으로 길을 건너 달려가는데 또 빗줄기가 세어진다. 저 앞쪽으로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김일남님의 모습이 보이길래 힘을 내어 따라가본다…비가오니 좀 쉬어가시나 생각보다 빨리 따라 잡는다. 농협 낙생지점에 들어가 비옷을 하나씩 사서 입는다…베낭에 물이 차들어가니 방법이 없다…판교동사무소에서 과천 안양방향으로 좌회전한다음 운중동사무소에서 57번국도를 타고 안양쪽으로 계속 오르막길을 타고 직진을 한다. 오르막이 얼마나 심한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거기다가 빗줄기는 도대체 멈출줄 모른다…추풍령도 쉽게 넘어온 우리지만 이 고개만큼은 체력과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김태식회장님의 격려성 전화를 받는데 휴대폰에 물이 들어갈까봐 짧게 받고 끊는다…겨우 고개를 넘어가니 하후현성당이 보인다…지난번 성지순례 222키로때 달려본 길이라 눈에 들어온다…도로 곳곳이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김일남님은 졸리운지 뒤에서 보니 자꾸 차도쪽으로 왔다갔다를 하는게 무척 위험해 보인다…나도 그렇게 달리고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광주 안종길님한테서 전화가 온다…비가 많이 오냐고 묻길래 이건 비가 아니라 양동이 퍼붓습니다…힘내십시오…대회때마다 서로 만나 우의를 다진 친구이다. 비가 조금 그치길래 주유소에 들어가 인터넷중계방송을 담당하는 정해성님께 전화를 걸어 우리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정옥님이 우리 뒤를 바로 뒤따라 오신다. 서울구치소 삼거리와 농업기반공사를 지나 인덕원사거리가 나온다…야호…드디어 과천 넘어가는 길이다…온몸에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느낌이다. 길가로 흐르는 개울물은 쏟아진 비로 인해 급류로 바뀌어 물이 넘칠 듯한다…아 조금만 더가면 서울이다…길건너편에 김동운님이 파이팅을 외치며 서계신다. 과천종합청사를 지나 도서관삼거리에서 좌회전하는데 이정옥님이 추월한다…사당동에서 저녁먹고 출발한다고 우리에게도 힘을 내라 하신다…김일남님은 힘이 부치는지 계속 걸어가자고 하신다…관문사거리에서 남태령입구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가는데 뒤에서 부르는소리가 나길래 돌아다보니 현기욱님이다. 정말 어찌나 반가웠던지 눈물이 핑 돈다…뜨거운 포옹…남자들의 찐한 우정이다. 결승점에서 다시 보자는 말을 남기고 남태령을 넘어간다…아까 의왕들어가는 청계산고개에 비하니 이건 고개도 아니다…남태령에 오르니 바로 서울이다…경기도 과천시와 서울특별시 동작구 사당동과의 경계…드디어 부산을 출발한 내가 서울에 입성하였다…내 생애 이러한 날도 있구나… 사당동사거리에 이르니 또다시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김일남님이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해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는데 옷차림이 너무 남루한데다 비까지 맞아 물이 줄줄 흐르니 어느 식당주인이 반겨줄까마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된장찌개(4,000원)를 시켜 먹고 인근 약국에서 파스와 반창고를 사다가 다시 발을 치료한다. 조금 그치는것같기에 바로 식당을 나와 길을 재촉한다…이수교를 지나 국립묘지쪽으로 좌회전한 후 원래는 한강대교를 지나야하는데 조금이라도 거리를 줄일려고 동작대교위로 올라간다…다 올라가 인도가 없으면 다시 내려와야 하기에 조심스레 올라가보니 전철출입구 사이로 인도로 가는 길이 나있어 용산쪽으로 달려간다. 국제빌딩을 지나고 삼각지를 지나는 동안 발바닥은 쓰라리다 못해 완전히 마비가 되버린 기분이다…저절로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지만 이제 얼마남지 않은 마지막 제5CP를 향해 마지막 젖먹던 힘과 오기를 부려본다. 서울역에 이른다…어디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데 김주영님과 강장하님이 우리를 발견하고 지나는 행인들에게 박수를 유도한다…이분들은 지금 태종대에서 이곳가지 뛰어 오신 분들입니다…다들 미친놈 아니냐는 눈초리다… 서대문을 지나 무악재고개를 오르는데 오락가락하던 비는 또다시 퍼부으며 이제는 나를 슬프게한다…정말 왜이리 우리를 힘들게 하냐며 속이 상해 하늘을 향해 울부짖어 본다…아..이제 됐습니다…제발 비를 멈추어주세요… 무악재고개를 넘어 저쪽으로 홍은동고가차도가 보이는데 시간이 12시가 다되어가는데도 차량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다. 제5CP가 아스라이 보이기 시작한다…두눈에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정말 아프고 힘든 고행길이다…강장하님과 김주영님 두분이 에스코트를 해주며 CP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지른다…처음으로 나에게도 찾아온 사람이 있다…최홍범 지점장이 동반주해준다고 나와 있다…비록 규정에 동반주를 금하고있어 못하긴 했지만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도착시간 7월15일 밤11시50분 : 109시간50분 경과) 이기정님에게 발을 맡겨 버린다…퉁퉁 불어튼 발이라 마르기 전에는 손도 댈 수 없을 정도이다…일단 마른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내고 물집부분만 터뜨려 재봉질을 하고 화채 두그릇을 먹은 다음 주유소 안쪽에 설치된 스치로폼 위에서 1시간만 자고 깨어달라 부탁한 다음 잠을 청해 본다. 누운지 10초도 안되 곯아 떨어진 느낌이다…온몸은 천근만근이다. 새벽 1시20분에 잠을 깨 다시 갈 채비를 갖춘다…발이 어느 정도 말랐기에 이기정님에게 발바닥 치료를 부탁한다…물집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발바닥 화상이다…쉼없는 마찰에 의해 뜨거워진 피부인지라 대회만 아니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응급치료도 별다른 효과가 있을 수 없다. 김영갑님이 막 도착하는 걸 보고 우리는 다시 마지막 결승점을 향해 달려야 한다. 기념사진을 한컷트 찍고 장대비 같은 빗속으로 우리는 하염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제5CP 494.5키로지점 – 결승점 임진각 537.3키로지점] 출발시간이 새벽 2시20분…박석고개를 넘을 때까지 빗줄기는 퍼붓듯이 쏟아지고 있다…그래도 이제는 40키로정도만 뒤면 된다는 희망에 모든걸 체념하고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다…김일남님은 졸리운지 자꾸 발걸음이 갈짓자를 반복한다. 나는 졸립지는 않은데 발바닥이 쓰라려 한걸음 걷지를 못하겠다. 진통제를 처음으로 꺼내어 두알을 먹는다…압박붕대로 양발을 묶어 아프다는 감각이 안 들 정도의 응급치료를 해본다…그러나 30분을 못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어쩌란 말입니까…날보고 어쩌란 말입니까…여기서 그만두란 말입니까… 마치 살을 한꺼풀 베껴낸 다음 맨바닥을 걸어가는 느낌…너무도 아프고 쓰라리다. 삼송동과 대자삼거리를 지난다…현대정유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이고 나온다. 김일남님은 자고나니 힘이 솟는 듯 한참 앞서 달려가 버린다. 관산삼거리와 가장동삼거리에 이르니 날이 훤히 새기 시작한다. 1키로도 못가 길가에 앉아 붕대를 풀고 찬 빗물에 발바닥을 식혀본다…그러기를 수차 반복하지만 시간은 자꾸 흐르고 도대체 거리는 좁혀 지질 않는다. 장곡검문소 앞에 이르러 인도에 대자로 누워버린다…정말 포기할 수 밖에 없을까… 응급처치도 아무 도움이 되질 않는다…이제는 한번 걸으면 100미터도 못가 주저앉는다…신이여 제발 저에게 마지막 힘을 주소서… 한미해병참전기념비앞에서 몸을 추스려 본다…남은 거리 22키로…마라톤 하프코스다…나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가 치솟는다…붕대로 꽁꽁 발바닥을 싸맨다. 공릉입구 봉일천사거리 파주농업기술센터 등 주행표에 표지된 구간들을 필름돌리듯 그냥 무덤덤히 지나간다. 발바닥에 대한 통증은 생각하면 미칠 것 같기에 자꾸 생각을 다른데 돌려본다. 결승점에 골인하면 어던 세리머니로 주위를 놀래킬가…그러나 모든 것들이 아직은 꿈이다. 금촌신사거리와 월롱삼거리 지나니 등교길과 출근길로 사람들이 무척 많아지고 달리는 차량들도 쌩쌩거리는 모습이 무척 활기롭게 느껴진다. 주라위삼거리 지나 통일공원에 이르니 진통제 약효가 떨어졌는지 한발딛는게 너무 고통스럽다…마침 코너에 파주소방서가 눈에 보여 무작정 들어가 응급처치를 요구한다. 하지만 발바닥 화상은 아이싱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이건 응급처치대상이 아니라고 한마디로 그냥 가보라는 식이다…그러면 진통제라도 있으면 달라하니 의사처방없이는 못준댄다… 정말 이런게 119구급대냐며 화를 내고 나와 버린다…아마 그 사람들은 아침부터 웬 행패냐며 나를 욕했으리라… 문산사거리와 여우고개 사거리를 지나니 강장하님이 차를 타고 가며 얼마남지 않았다고 빨리 가란다. 대정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임진각입구로 접어든다…지난 4월에 왔던 곳…그때는 어떻게 550키로를 달릴까 했는데 지금 내가 그 거리를 달려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임진각역을 지나 전망대를 지나 저멀리 피니시아치가 서있다…눈물이 앞을 가린다…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마냥 힘차게 골인한다. 누가 120시간35분25초라고 외친다…여기저기 플래쉬가 터진다.(7월16일 오전 10시35분 : 120시간 35분 경과) 바닥에 쓰러져버린다…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누군가 나를 부추겨 일으켜세운다…마침 관광차 온 대만 관광객들이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는지 마침 때맞춰 들어온 나에게 달려와 너도나도 기념사진을 찍어댄다. 이런건 초상권 침해도 아니다…실컷 찍어라…망배단에 올라가 절을 올린다…북에 두고 온 동포를 위해 만든 제단이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이 있을리 없다…골인주자들의 하나의 의식으로 알고 큰절을 두번 올린다. 또다시 관광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결승캠프가 차려진 곳으로 가 우선 신발부터 벗어 뜨겁게 달궈진 발바닥을 식히려 붕대를 푼다…주위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혀를 차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이어진다…카메라기자들의 후레쉬가 마구 터진다…그래도 기분은 좋다…나보다 40여분 먼저 도착한 일남형에게 나를 두고 내빼다니 그럴수가 있냐며 농담을 거는 여유를 보인다. 식당으로가 육개장에 황선용님이 사 온 막걸리를 두사발 단숨에 들이킨다…이런 맛이야…술이 한잔 들어가는데 취재기자의 질문이 이어지니 감정이 더욱 북받힌다…나 마음약해지니 그만 물으세요…왜 우시는거에요…나 울지 않는대요…지금 울고 계시는대요…아니에요…마음은 지금 너무 기쁩니다…아마 빗물인가보죠… 뒤이어 도착한 박석희 박길수 김영갑님등과 계속되는 막걸리파티… 이렇게 나의 537키로 대장정은 끝이 나고 있었다. 4. 대장정을 마치고 부산 경남 경북 대구 경북 충북 대전 충북 경기 서울 경기… 하루하루 북진을 거듭하며 귀에 들려오는 온갖 낯설은 사투리… 처음엔 들어오는 것조차 꺼리다가 우리의 행적을 듣고서는 안스러운 듯 온갖 도움을 준 식당 아주머니와 주유소 아저씨들… 지역마다 자기일마냥 온몸을 던져 자원봉사해준 울 울트라연맹 회원들… 졸음속에서 방황하던 대전부근에서의 에피소드… 이 모든 것들이 있기에 지금 나의 발바닥 부상은 하나의 추억거리일 뿐이다. 대회가 끝난지 1주일이 넘었는대도 아직 내 발바닥은 아픔 그 자체이다…게다가 1주일 계속되는 각종 환영행사에 참가하여 몸을 혹사시키다보니 하루전날 시상식때 마신 술기운과 겹쳐 일요일 하룻내내 몸살기운으로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우며 대업을 이룬 뒤의 허탈함이 함께 밀려와 심신이 너무 힘들었다. 흔히들 마라톤을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수차 대회에 참가해 봤지만 한번도 외롭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특히 울트라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 자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많은 굴곡이 있기에 어떤 때는 즐겁게 어떤 때는 너무 힘들게 레이스를 운영한다…포기하고 싶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고 지나가는 차량에 올라타고 싶을 때가 너무 많다…그러다가도 조금지나면 힘이 솟아 내 반드시 이 레이스의 승리자가 되겠다고 다짐을 수도 없이 해댄다. 내 인생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결승점에는 나 대신 다른 사람이 갈 수 없다…이게 인생이다…지금 잠시의 슬럼프로 넘겨버리자…나에게 거칠게 뭐가 있을까… 나는 이번에 기어코 해내고야 말았다…갖은 우여곡절 끝에 부상을 이겨내고… 나의 영광을 부모님과 모든 가족 그리고 나를 아는 지인들게 바친다. 누구보다도 마음속으로 반드시 완주하겠다고 약속을 했기에… 다시한번 다짐한다…2005년의 그랜드슬램을 향해 나 김부성은 보다 힘찬 전진을 계속할 것이다.(끝) |
첫댓글 김태식 : 내가 뛰면서 격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동적이구요. 달리기 좋아하는사람으로서 부럽구요. 내게는 커다란 유혹 이기도 합니다. 311k횡단계획이 오버랩되면서 다시 마음의갈등이 일어나는군요. 장한 김부성씨!!! (08/19 08:30
김부성 : 대회참가기코너가 따로 있는데 이곳에 올렸네요...죄송합니다. (08/19 09:28
박영준 : 부산에서 임진각 달리는 모습이 지도를 그리게 하는군요. 고통, 좌절, 절망 후에 오는 진한 승리의 환희! 긴시간 읽으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읍니다. (08/20 09:43
곽화진 : 정말 눈물겨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를게 눈시울이 떨리기 까지 하더이다. 정말 장하고 장하십니다. 우리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게 정말 미안 스럽고요. 나는 절대로 울트라 하지 않을랍니다. 몸 잘 추리시기 바랍니다. (08/20 09:51
김태식 : 울트라를 해야지 절대로 안하다니!! 곽화진씨 답지 않은 소릴 하네요. 울트라 체질이면서리.... (08/20 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