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던 거제도 소녀, 교회서 재능 발견하고 건강한 희극인으로 성장 ‘개콘’ 성경공부모임은 든든한 생활의 발견… “자랑할 것은 오직 십자가”
기독신문 독자 여러분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평안하세요." 개그우먼 신보라
개그맨 신보라(25) 씨는 예상외로 수줍음이 많았다. 두툼한 점퍼에 목도리와 마스크, 커다란 배낭까지 둘러맨 그녀는 그저 평범한 여대생일 뿐, 무대를 휘저으며 관객들을 웃기고 파워풀한 노래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 신보라’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2011년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부분 여자 우수상을 수상하며 번뜩이는 재치와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했다. 수상 후에 “내가 자랑할 것이라고는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던 주님의 사람, 신보라 씨를 만났다.
웃기기 좋아하던 거제소녀
KBS 2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신보라 씨는 2010년 KBS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합격, 개그보다 노래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합창단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그 후 <개그콘서트>에서는 ‘슈퍼스타 KBS’ ‘생활의 발견’ 등의 코너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인기 개그맨이 됐다. “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너무 조용했어요. 사람들이 언어장애 있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로요. 제가 거제도에서 태어났잖아요. 사투리 쓰는 게 싫어서 외지 사람들 앞에서는 특히 한 마디도 안 했어요. 개그맨이 되리라고는 가족 친구 모두 아무도 상상 못했죠.” 그러던 그녀가 교회에 다니면서 달라졌다.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문학의 밤, 콩트, 성극 등에 메인으로 서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지금 그녀가 가진 연기력이나 노래실력은 모두 교회활동에서 다져진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의 모교회인 옥포제일교회(이상근 목사)는 지금도 생각하면 아련하고, 돌아가고 싶은 따뜻한 곳이다. “이상근 목사님이 제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원래는 드보라였는데 ‘드’자는 빼고 그냥 보라가 됐죠. 드보라 선지자처럼 지혜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라고요. 작은 섬에 있지만 큰 꿈을 꾸고 살라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저를 위해서 늘 기도해주시는 고마운 분이세요.”
하나님이 하셨다
▲ 옥포제일교회 이상근 목사가 지어준 이름 (드)보라 처럼 지혜로운 사람을 꿈꾸는 개그맨 신보라씨는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분 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재능을 입증했다.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대학 합격 후,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 올라온 보라 씨는 모진 ‘서울살이’를 겪었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새로운 문화와 맞부딪히며 외로웠던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찬양단 ‘헤리티지 미니스트리’에 들어가면서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할 수 있었고 갈급한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 어릴 때 CCM 가수들의 찬양을 들으며 뜨거운 예배에 대한 사모함을 품었던 것을 하나님이 잊지 않으신 것이었다. “졸업반이 되고 나서는 내가 뭘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4개월 동안 새벽기도를 나가면서 하나님께 간구했더니 ‘네가 가장 잘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아니니?’라는 응답을 주시더라고요. 그 후 2개월 동안 더 기도한 뒤에 ‘붙어도 떨어져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는 담대함을 얻고 KBS 개그맨 공채시험을 봤죠. 거기 온 사람들이 정말 잘했고 저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재미없는 개그를 했었는데 한 번에 합격이 됐어요. 하나님께서 하신 거죠.” 합격 후 얼마 되지 않아 <남자의 자격> 합창단 오디션 공고가 났다. “<남자의 자격> 멤버인 윤형빈 선배님이 <개그콘서트> 작가실에 오디션 공고를 붙여놓으셨더라고요. 동기들이 ‘이건 너에게 온 기회다, 무조건 봐라’고 떠밀었어요.” 그녀도 자신의 달란트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디션을 봤다. “합격 전화가 왔는데 합격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대회가 거제도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기도응답이라는 확신을 가졌어요. 이 프로그램 덕택에 인기도 얻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게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축복이었죠.”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께
거제도에서 올라온 시골 소녀, 서울에서도 학교와 교회, 집만 왔다 갔다 했던 학생이 연예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크리스천으로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절감했다. “저희 아버지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신앙을 지키면서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셨을까, 그동안 아버지의 고생을 몰랐던 게 너무 죄송한 거예요. 그러면서 부모님을 위한 기도를 더 많이 하게 됐어요.” 하나님은 이번에도 그녀가 혼자 힘들게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 <개그콘서트> 안에 있는 성경공부모임에서 동역자들을 만나게 하신 것이다. 개그맨 이성미 씨가 만든 이 모임은 정경미, 김경아, 권재관, 김진철, 송준근, 김기리 씨 등 크리스천 연예인들이 모여 서로 교제하고 말씀을 나누는 자리다. 동기 이희경 씨와는 신앙적으로 의지하는 동지관계로 이어졌다. “이성미 선배님은 정말 영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분이에요. 한 달에 한 번 개그맨뿐만 아니라 연예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자리도 만드셨어요. 후배들을 항상 챙겨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든든한 선배죠.”
‘개콘’은 나의 자랑
요즘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기분 좋겠다는 질문에 그녀는 ‘개콘’의 일원이라는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수요일에 <개그콘서트> 녹화가 끝나면 목요일과 금요일엔 아이템 회의를 하면서 코너의 초안을 완성하고, 주말에도 모자란 부분을 연습한 뒤에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리허설을 하는 쉴 틈 없는 스케줄에도 그녀가 지치지 않는 이유다. “요즘은 간증이나 행사도 많이 다니는 데 얼마 전에는 거제도에 가서 행사를 했었어요. 저도 그 곳에 앉아서 연예인들을 보며 꿈을 키웠었는데, 이제 제가 서게 된 거죠. 그 자리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몰라요.” 학창시절 꿈꾸던 일을 이뤄낸 보라 씨는 한 주 한 주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개그맨이 되기를 다시 꿈꾸고 있다. 그렇기에 바쁜 와중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기도와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자신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로 된 것임을 알기에, 앞으로 있을 일도 다 주님 앞에 온전히 맡기기로 했다. “제가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가는 거고, 저는 따라갈 뿐이에요. 아, 확실한 건 하나 있죠. 삶에서 보이는 모습과 행동으로 하나님을 알리는 거요. ‘걸어 다니는 전도지’가 되는 게 저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