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허리가 도져서 술 한 잔도 못 마시는 중상에 시달리던 나는 나보다 먼저 허리를 다쳤었던 남동생이 아주 용하다며 적극 추천한 병원으로 치료 받으러 찾아 갔는데 병원까지 가는데 2시간이나 걸리더라. 나을 때 까지 이곳으로 치료 받으러 다니려면 고생깨나 할 것 같다.
자그마한 건물의 2층에 자리 잡은 그 병원은 동생 말대로 정말 용한지 진료를 하는 병원이 거의 없는 일요일인데도 환자 대기석이 다양한 연령의 환자들로 꽉 차 있었다.
한쪽으로 삐딱하게 허리를 기울인 불편한 자세로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간호사가 내 이름은 불러서 진료실에 들어갔다.
아픈 곳을 묻는 의사 선생님께 지금보더 훨~씬 젊었을때 당한 구타와 교통사고로 다친 허리가 고질이 되어 얼마 전에 다시 도졌고 한 달 넘게 왼쪽 어깨가 아프다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자기네 병원은 종합적인 통증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는데 통증은 통증이 일어나는 그 곳 뿐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려서 안 아팠던 곳도 아프게 하기 때문에 한번에 모두 치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평소에 통증을 느끼는 곳이 있으면 한꺼번에 치료 받으라고 권했기 때문에 친절한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어깨도 치료 받기로 했다.
“자, 이제 진찰을 하겠습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보시는데 그냥 돌리지 마시고 고개가 돌아간 정도를 잘 기억 하시면서 고개를 돌리셔야 합니다.”
‘이 사람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지?' 일단 시키는 대로 하는데 고개가 반 밖에 안돌아간다. 내가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있던 의사 선생님께서 확인하듯 묻는다.
“반 밖에 안돌아가죠?”
나는 한껏 용을 써서 내 짧은 모가지를 최대한 비틀어 보다가 포기하고 대답한다.
“네.”
적의 투항을 받은 승전국의 대표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다.
“다시 말하지만 몸의 한 곳에 통증이 생기면 그곳만 문제인줄 알지만 사실은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다른 곳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게 됩니다. 목과 어깨가 아프면 허리까지 통증이 가거든요. 그래서 제가 전체적인 통증클리닉을 권해 드리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어쨌든 지금 아파 죽겠으니까 낫게만 해 주세요.” “그럼 요 당연히 그래야죠. 일단 뒤돌아 앉아 보시겠습니까?”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대로 뒤로 돌아 앉았다. 잠시 후…….
“컥!”
비명이 절로 나왔다. 목과 어깨가 날카로운 것으로 푹 찌르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 의사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말씀 하셨다.
“미안해요. 미리 이야기 안하고 침 찔러서…….우리병원 침이 조금 아파서 미리 말하고 찌르면 긴장해서 더 아프거든요.” ‘이제 말하면 덜 아프냐?’ "이제 다시 고개 돌려 보세요."
신기하다. 고개가 다 돌아간다! 의사 선생님이 다시 말씀 하신다. “신기하죠? 굳어 있던 근육과 혈을 풀어주게 침을 놓아서 그렇습니다. 이제 나가서 오른쪽으로 주~욱 가시면 물리 치료실 있거든요? 거기서 간호사가 도와 드릴 겁니다. 그리고 허리는 잠시 후에 다른 방법으로 치료 하겠습니다."
등이랑 목과 어깨에 젓가락만한 침이 꽂힌 채로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나가서 의사 선생님의 지시시대로 물리치료실에 가니까 간호사가 침대에 엎드리라 한다.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치료를 받아야 하니까 겨우겨우 엎드렸다. 간호사는 내 어깨와 등에 꽂혀있는 침에 뭔가를 연결 하더니 그냥 가버린다.
잠시 후……. 침이 꽂힌 부위에 충격이 오기 시작했다. 장작을 패기 위해 통나무에 박아둔 쐐기를 해머로 두들기는 것 같았다. 한번에 네 차례씩 규칙적으로 몸이 들썩들썩 한다. 이 모습은? 그렇다.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개구리에게 전기자극 가하는 실험 같았다. 서러웠다. 용하다는 병원이라 길래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두 시간 가까이 걸려서 여기 까지 왔더니 의사는 대뜸 젓가락만 한 침을 말도 안하고 두개나 꽂지를 않나 간호사는 실험실의 깨구락지에게 하듯 나를 고문하지 않나. 개굴개굴 끄어헉.
뒤에 알고 보니 말로만 듣던 전기침이다. 그냥 침을 꽂는 것보다 침에 전기를 통하게 하여 자극을 주면 통증치료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그때는 그런 것도 몰랐고 그저 너무 아팠다. 그 침을 15분이나 맞으니까 정신이 다 멍해지더라. 기계가 동작을 마쳤다는 신호를 보내자 그때서야 온 간호사가 말한다.
“많이 아팠죠? 우리병원 침이 좀 아파요.”
‘이 병원은 치료비가 후불제라고 통보도 후불로 하는 건가?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나 똑 같군. 좀 아프다고? 당신이 맞아볼래? 크흑'목구멍 까지 치고 올라오는 말을 꾹 삼키고 일어나려고 하자 간호사가 다시 말했다.
“왜 일어나세요? 아직 치료 다 안 끝났는데. 한 가지만 더 하면 돼요.” “아니, 뭘 더 해요?
간호사는 대답 대신 최대한 환하게 웃더니 바늘 길이가 손가락만한 주사기를 살며시 놓고 나갔다. 코끼리용 주사바늘 같은데 저걸로 뭘 하려는 걸까?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오더니 바지를 내리라고 하신다.
“바지를 왜요?” “아, 이건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한 시술인데 꼬리뼈 아시죠? 거기에 주사를 놓는 겁니다. 침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이니까 걱정 마세요.”
꼬리뼈에 주사를 맞아본 적이 있어서 아는데 진짜 아프다. 나는 인자 죽었다. 이를 악물고 바들바들 떨면서 아픔을 참고 있는 나에게 주사를 놓던 의사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
“저희병원 주사가 좀 아픕니다.”
좀 아픈 게 아니라 엄청 아픈데……. 의사 선생님은 자기병원에서 침이나 주사를 받아 본 적이 없으신가 보다. 이리저리 찔리고 집에 오니까 조금 나아진 것도 같다. 얼마나 아팠는데 이정도의 효과는 있어야지. 암! 그렇고 말고.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자료를 찾아보니 그 병원의 치료법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치료법을 섞은 것이었다. 동양의학중이지만 우리의 한의학이 아니라 중국의 전통 의학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전통의학을 체계화, 과학화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대대적인 투자를 계속한 덕분에 중의학은 상당한 발전과 성과를 거두었으며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 있던 서구선진 사회에도 많이 받아 들여져서 널리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신문을 읽어보니 서구사회에서 동양의학은 바로 중의학으로 인식이 돼 있고 서구의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동양의학과의 90%가 중의학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한약재 시장의 90%는 중국산이 점유하고 있고 한약 가공약품의 70%는 일본산이 점유하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 일본과 비슷한 전통의학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단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한국이 조상들이 전해준 것들을 현대화 하고 과학화 하여 세계적인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내일 또 치료 받으러 가야 할까? 멀기도 멀지만 ‘조금 아픈’ 그 병원의 침과 주사는 다시 맞고 싶지 않은데…….오늘 밤에 명의 중의 명의 허준 선생님의 혼이라도 내게 오셨다 가셔서 내 일 아침에는 다 나았으면 좋겠다. 어여쁜 장금이가 오면 더 좋고 하다못해 임현식 선생님이라도.
술 먹고 싶다.
ㅡ 2003년 녹두 씀 ㅡ |
출처: 식물성의 삶 원문보기 글쓴이: 녹두
첫댓글 어여쁜 장금이라면 아프기도 덜하겠지요.^^ 저는 침을 한두 번 맞아 보긴 했는데 그냥 따끔하는 정도던걸요.
이 침은 침이 엄청 굶고 길어요. 진짜 너무 아팠어요. 흑흑
꼬리뼈 침 정말 너무너무 아파요. 그때 생각만 해도 벌떡!!!!!!!!!!!!
한의원 가서 머리 자주 아프다고 했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사혈하느라고 손가락끝을 찔러 대는데 아고 이건 완전히 사람 잡더라구요. ㅎㅎ 전기자극 침 그건 그리 아프지는 않고 약올리는듯이 찌릿찌릿 하던데.....그 병원 침이 유난히 아픈거 맞나 봅니다.^^
이 병원은 전기를 세게 흘려서 펄쩍 펄쩍 몸이 들썩여요. 너무 아팠어요.
침은 고문 수준으로 맞아야 효과가 있는 거죠.
효과는 있더군요. 그래도 너무 아파서.
장금이가 찌르면 항개도 안아프겟죠......ㅎㅎㅎ
그저 좋기만 하겠죠. 으흣.
2003년 글이라니 안심입니다. 저는 온 몸에 60개를 꽂는 침을 맞고는 이제 한의원과도 굿바이했어요. 낫는 것도 좋지만 그 심리적 부담이라는 것이.... 그나저나 2003년의 글을 다시 되돌아보시는 건 또 아프시기 때문인가요? ^^*
그냥 문득 그 계절이 되어서요. ^^
이제 다 나았어요? 그 병원 침 덕분으로요? 귀가 솔깃해 집니다. 울남편 목 어깨 허리 다리까지 늘 아프단 말을 달고 살거든요. 한 번 심하게 아프고 나을 수 있다면야....
예. 그 침의 덕도 좀 봤는지 다 나았습니다. 아주 지독하게 아프지만 효과는 좋더군요.
저도 침 맞으러 몇 번 다니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었습니다. 몸이 당해낼 재간이 없더군요. 너무 너무 아팠어요. 효과는 있었던 거 같은데.
침은 정말 무서워요. 특히 중의학식 침은 더 크고 굵고 아프더라고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