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우횡서(右橫書) 혹은 RTL(Right-To-Left)라고 불리는, 글을 쓸 때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쓰는 언어와 관련한 궁금증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들이 전통적으로 좌횡서(左橫書, LTR)로 쓰는 서양식 악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였습니다. 오랫동안 궁금증을 가슴에 담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보곤 했는데 결국 한참만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먼저 첫번째 이미지는 히브리어 노래입니다. 악보는 일반적으로 기입되어 있지만 음절(syllable) 단위로 단어를 쪼개서 대응하는 음표 하나마다 아래에 붙였군요. 여전히 음표 하나에 붙는 음절은 오른쪽->왼쪽으로 읽게 되어 있으므로 상당히 불편해 보입니다.
한글은 우횡서도, 좌횡서도 가능한 언어이므로 '우리 나라 만세'라는 가사를 우횡서로 쓰면 '세만 라나 리우'가 될 것입니다. 이걸 세개의 음표에 우리, 나라, 만세라고 가사를 붙인다면 한 음표에 적는 가사는 우횡서, 전체 흐름은 좌횡서가 되므로 '리우 라나 세만'과 같이 써야 합니다. 꽤나 골치 아프겠군요.
두번째 이미지는 이스라엘의 한 성공회 교회에서 사용하는 아랍어 성가의 악보입니다. 언어와 똑같은 방향으로 악보를 뒤집어서 사용하는 모습인데 임시표는 물론 붓점도 모두 반대로 붙어 있습니다.
아마 전통적인 악보를 취급하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쓰라고 하면 점을 무심코 오른쪽에 찍겠죠. 언어와 같이 갈 수 있도록 악보를 좌우반전시키는 방법은 꽤 좋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악보를 대중적으로 사용한다면 다른 언어권 나라로 갔을 때 굉장한 혼란이 있을 듯 싶습니다.
여기까지 알고 나니 이제는 중동권에서 서양음악의 형식이 전파되기 전에 어떤 식의 악보를 쓰고 있었는지, 혹은 존재했던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앞으로도 관련한 자료를 좀 더 찾아볼 생각입니다.
출처 :
https://www.reddit.com/r/musictheory/comments/5pyvzi/is_sheet_music_written_rtl_in_languages_where/
https://www.quora.com/Musical-notation-is-written-from-left-to-right-but-Arabic-is-written-from-right-to-left-How-is-it-possible-to-show-the-words-and-music-for-songs-in-Arabic
박강노
Doctor of Musical Arts
문의: sbrob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