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oto 정복남 영상미디어 기자 |
김탁구 역도 처음에는 윤시윤에게 제안된 것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엄태웅, 장근석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윤시윤에게 간 겁니다. 양미순 역도 박신혜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이영아에게 갔죠. 전광렬(구일중 회장), 전인화(서인숙), 정성모(한승재 실장)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습니다.”
드라마 주인공 경력이 거의 없었던 윤시윤(김탁구)과 주원(구마준)을 투톱으로 내세우기에는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요. “영화는 그런대로 스타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스타가 등장한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의 메인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가 탄탄해야죠. 그 다음으로 작가를 잘 이해하는 연출자가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제빵왕 김탁구’는 강은경 작가와 이정섭 PD가 호흡을 정말 잘 맞췄습니다. 그 다음이 출연진입니다. ‘삼화네트웍스’는 스타를 드라마에 모셔오는 제작사가 아니라 드라마를 통해 스타를 배출해내는 제작사입니다.”
김탁구의 아역을 맡은 오재무의 인기도 대단합니다. “오재무 역시 ‘제빵왕 김탁구’가 첫 출연 작품입니다. 이정섭 PD가 부산에서 발굴한 아이입니다. 연기는 초짜인데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는 누가 냈습니까. “강은경 작가와 제가 함께 결정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흘러간 옛날 이야기’라면서 제작 지원을 하겠다는 곳이 별로 없어 마음고생도 많이 했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월드컵 중계 기간 중에도 시청률이 30%를 넘어서 제작사 CEO로서 너무나도 뿌듯했습니다. 방송 중에 지원을 하겠다는 곳들이 계속 늘었죠. 마지막회에는 시청률이 50.8%가 나왔고 평균 시청률이 38%가 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회사 상무로 일하고 있는 아들(신상윤)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윤시윤과 주원을 발굴해내는 데 일조를 했어요. 다만 그동안 피로가 쌓여서인지 제가 병원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그 기간에도 아들을 포함한 직원들이 일을 잘 처리해줬습니다.”
시청률 50%까지 넘긴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먼저 ‘하면 된다’ ‘착하게 살자’ 등 부모 세대가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게 풀어주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작가가 스토리를 잘 썼고, 등장인물들이 각자 생동감있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팔봉 선생을 맡은 장항선은 ‘이번 배역은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이런 작품을 두 번 다시 해볼 수 있을까’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작명도 흥미롭다. 김탁구라는 이름은 강은경 작가가 아니라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을 쓴 이경희 작가가 지었다. 이 작가는 강 작가에게 탁구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강 작가가 거기에 높을 탁(卓), 구할 구(求)라는 한자를 붙였다고 한다. 극중 신유경이 믿고 따르던 재섭 선배의 원래 이름은 정섭이었다. 강 작가는 대본에 ‘정섭 선배’라고 썼는데, 이를 본 드라마 연출자인 이정섭 PD가 “창피하다”면서 촬영 직전 이름을 재섭으로 바꾸자고 주장, 개명됐다. 거성그룹의 고문변호사 박인택은 삼화네트웍스의 박인택 부사장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고, 구일중의 비서 차준현은 드라마 조연출인 안준현 PD에서 따왔다고 한다. 김탁구의 엄마를 돕는 의사 윤승현은 드라마 섭외 담당자의 이름이고, 김탁구가 ‘가장 배부른 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운 꼬마 필호는 드라마 OST를 만든 이필호 감독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주인공 김탁구의 실제 모델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완전한 허구입니다. 다만 제빵회사 취재를 많이 했죠. 가정사 말고 빵에 대해서만 취재를 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김탁구(윤시윤 분), 구마준(주원 분), 신유경(유진 분), 양미순(이영아 분) 등 남녀 주인공들의 러브라인 상대가 자주 바뀌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사랑은 순수하고 고귀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르게 표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주인공 신유경은 김탁구를 좋아하다가 서인숙에 대한 반항으로 구마준에게 다가가죠. 그러다가 구마준의 강한 사랑을 느끼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김탁구는 거성그룹 총수를 마다하고 제빵 명인이 되기 위해 ‘팔봉 제빵점’으로 돌아가 자신을 많이 도와준 양미순과 연인이 되죠. 저는 이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국민 드라마라고 불리었는데, 출생의 비밀, 불륜, 폭력, 납치 등 막장 드라마의 요소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집어넣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권선징악,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만으로는 드라마의 재미를 이끌어나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제빵왕 김탁구’의 원래 결말에는 김탁구와 양미순 사이의 딸이 등장한다고 들었습니다. “김탁구와 양미순의 5년 후 미래를 촬영했다가 너무 단선적인 결말이 되는 것 같아서 결국 빼버렸습니다.”
김탁구와 구마준이 아닌, 구일중 회장(전광렬 분)의 첫째 딸 구자경(최자혜 분)이 거성그룹 총수직을 물려받게 한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구자경은 착실하게 수업을 받아온 준비된 경영인입니다. 그리고 여성 리더를 부각시키려고 했습니다. 김탁구는 경영자보다는 제빵 명인의 길을 걷는 것이 낫다고 봤죠. 그래도 회사의 지분은 그대로 가지게 됩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인데, 구마준은 구일중 회장의 아들인가요, 한승재 실장의 아들인가요. “원래 구일중 회장의 아들로 기획되었는데 이야기를 엮어나가다 보니까 애매하게 묘사가 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서인숙이 한 실장을 이용한 거죠.”
결말에 서인숙이 자살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꽤 있습니다. “서인숙은 자살하지 않고 거성그룹의 안주인으로서 그대로 존재하게 됩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밀가루 대신 쌀로 만든 빵을 드라마 속에 넣어달라는 부탁을 해서 9월 15일 29회 방송 분에 쌀 케이크, 쌀 발효빵 등이 등장했다고도 하고, 제작사가 이미 쌀로 만든 빵을 드라마에 넣으려고 했다고도 하는데 어떤 것이 맞는 건가요. “드라마에 쌀로 만든 빵을 넣자는 것은 이미 논의되었던 것입니다.”
‘제빵왕 김탁구’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습니까. “제작비는 62억원 정도입니다. 삼화네트웍스도 흑자이지만 KBS의 경우 광고 수입만 500억원 정도를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빵업체의 후원이 없다가 나중에서야 들어왔는데요. “파리바게뜨, 삼립식품, 샤니 등을 가지고 있는 SPC그룹이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있지도 않은 자신들의 가족사를 오해할 수 있다고 걱정하다가 방영 한 달 뒤에 마음을 열어 강력한 후원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주종봉 단팥빵’ ‘배부른 보리밥빵’ ‘김탁구빵’ ‘우리쌀 속이빵빵 통단팥’ ‘우리쌀 단팥빵’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습니다. SPC로부터는 1%를 로열티로 받아 저희와 KBS가 반반씩 나눕니다.”
연출을 맡은 이정섭 PD는 지난해 5~6%라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천하무적 이평강)의 스태프들을 모아 ‘제빵왕 김탁구’ 제작에 참여시켰다고 밝혔습니다. 꼴찌에서 일등이 됐다고 한 이정섭 PD는 KBS 소속인가요, 삼화네트웍스 소속인가요. “드라마는 외주로 제작하더라도 연출은 방송국 PD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PD는 KBS 소속입니다.”
극 중 주요 무대가 된 팔봉 제빵점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향후 어떻게 유지됩니까. “원래 청주시에 있던 갤러리를 제빵점으로 개조해서 촬영장으로 썼는데, 김탁구 테마파크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 제작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제빵왕 김탁구’는 원래 50회분으로 기획됐지만 30회로 줄였습니다. 대신 템포가 빠르게 편집이 됐죠. KBS에서는 막판에 6회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저희가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또 팔봉 선생으로 나온 장항선이 천안에서 돼지족발집을 하는데 음식을 평택 촬영장까지 싣고 와서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첫 방송을 앞두고 KBS 측에 방영을 한 달 정도 늦춰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제작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6월 1일까지 1회분을 촬영해서 6월 9일 첫 방송을 내보냈죠. 방송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정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촬영을 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 속편이 제작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드라마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2부작으로 만들어 연말에 방송해볼까 검토 중입니다. 내부에서는 20부작으로 후속편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드라마 인기는 지속되고 있지만 해외 수출이 줄어들었습니다. 대형 인기스타가 나오지 않아 한류가 침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류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고 붕붕 뜨다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드라마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외국 드라마도 수입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 드라마를 사지 않으니까 한국 드라마 수입을 줄이고 있어요. 그리고 연기자와 작가에게 들어가는 비용 상승으로 제작비가 높아지는 것도 한류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연말 확정될 예정인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두 개 정도로도 충분한데 세 개 정도가 나올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해결책은 KBS1·2 TV 시청료를 올려서 NHK처럼 자체적으로 운영을 하고 MBC, SBS, 종합편성채널들이 광고를 나눠 가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모두 망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로 삼화네트웍스(구 삼화프로덕션)가 창립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흑자경영을 해왔다고 들었습니다. “1980년에 설립해서 이듬해부터 비디오테이프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3000편 정도의 외국영화를 들여와서 비디오테이프로 만들었습니다. 이때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1987년부터는 ‘TV문학관’을 제작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드라마 ‘춘향전’ ‘심청전’ ‘배비장전’ 등을 제작해 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내보냈습니다. 춘향전에는 고2였던 김혜수, 심청전에는 고3이었던 하희라, 배비장전에는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출연했어요. 2000년에는 드라마 ‘불꽃’을 대만에 수출해 해외수출의 길도 열었습니다.”
당시 ‘불꽃’에 출연했던 차인표는 대만에 다녀오더니 신 회장에게 “저 대만에 팬클럽 생겼어요”라고 했다. 신 회장은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는데 차인표와 함께 ‘불꽃’에 출연했던 이영애도 대만에 다녀오더니 팬클럽이 생겼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도 제작자로 대만에 초대돼 최고급 대우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한류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삼화네트웍스의 연매출과 순익은 어느 정도입니까. “매출은 드라마 제작 편수에 따라 매년 다른데 200억~300억원 정도이고 순익은 매출의 10% 정도됩니다.”
김수현, 문영남, 유정수, 조정선, 오수연, 강은경 등 인기 작가 20여명과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경우 삼화네트웍스의 이사입니다. 그리고 제 25년지기 친구이기도 하죠.”
삼화네트웍스가 입체영상(3D) 장비 전문업체 브이쓰리아이(v3i)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3D 드라마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봅니까. “저는 3D로는 드라마보다 뮤직비디오 등을 찍는 것이 더 유망하다고 봅니다. 3D로 5분짜리 드라마를 만들 경우 5억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차기 드라마는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나요. “‘사랑을 믿어요’ ‘파라다이스 목장’ 등이 연말연시에 방송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안성 남사당패의 여성 예술가를 다룬 ‘바우덕이’가 내년에 방영될 겁니다.”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영상산업에 들어온 신 회장은 현재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장, 2014인천아시안게임 문화식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도 일하고 있다. 그는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 음반협회 회장 등도 지냈으며 골든디스크상, 아시아송페스티벌 등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이하 문산연)는 어떤 단체입니까. “드라마, 게임, 영화, 뮤지컬, 매니지먼트 등 11개 단체로 모인 연합회입니다. 2만7000명 정도의 회원이 있죠. 문산연은 국회와도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합니다. 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가 국가 성장동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발전을 위해 국회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이제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인해 각 나라 드라마를 실시간으로까지 다 볼 수 있습니다. 삼화네트웍스는 계속해서 콘텐츠 수출이라는 명제 아래 아시아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5000만 인구를 상대로만 영상산업을 지속하는 것은 힘들어요. 삼화네트웍스는 아시아 국가들이 원하는 공통분모를 개발해서 해외 루트를 계속 뚫어나가려고 합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내년 일본에서도 방송 예정입니다. 그리고 연기자들과 함께 그동안 해오던 불우이웃돕기를 꾸준히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