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외솔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향파鄕波 외 2편
김금만
탯줄을 묻었던 곳 그 애틋한 산山의 정기
낯선 땅 살아가다 가슴 한쪽 열어 보면
막내야 부르는 소리 어머니의 뒷모습
도선장 뱃고동이 여객을 맞고 보낸
내 고향 군산항은 물빛조차 서러웠다
월명산 푸른 달이 떠 쑥국새도 목 잠겨
하늘 땅 변한 탓에 강도 산도 낯이 설고
큰 기침 내뱉어도 대답 없는 늙은 옛집
담장 및 웃는 민들레 누구세요 물어와
웃자란 세월들이 아무렇게 흔들릴 때
탁 트인 언덕배기 독서당을 앉히련다
찻물이 끓어갈 즈음 대금 절로 떨리라
- 《울산시조》 2022년 11월 발표
맹종죽이 되어
하늘에 닿고 싶어 계단을 밟아간다
백 년이 걸린 해에 푸른 대꽃 꺾어 들고
올곧은 내면은 텅텅 비워두고 있으리
굵은 뼈 한 마디쯤 곱게 저며 옻칠 입혀
잘 벼린 조각도로 상감象嵌 새겨 학이 날면
말쑥한 선비 문방에 필통 되어 앉으리
비 젖는 삶의 터전 땅거죽 뚫는 새순
잔별이 사락사락 강강술래 하는 밤엔
몰려온 금빛 바람도 비늘 돋아 있으리
- 《성파시조문학》 2023.
하늘 정원
누가 저 하늘에다 장미를 가꾸었다
그냥은 볼 수 없는 불타는 황홀경을
가시에 찔린 손바닥 피 흥건히 젖는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예순의 고개에서
은빛 가위질로 꿈 한 다발 자른다
리본도 하지 않은 채 들고 있는 생애여
아아 가슴이 뛴다 저문 날 나의 시편들
낮달이 읽어가다 책갈피 접어둔 채
조금씩 향기를 흠흠 맡게 하는 시간이다
- 《시조미학》 2022년 겨울호
- 《시조정신》 2023년 추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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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품
제4회 외솔시조문학 신인상 - 향파 외 / 김금만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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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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