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겼습니다.
야당이 추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과 맞물려 내년도 예산안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 처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야는 4일 국회에서 양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가 참여하는 ‘2+2’ 예산안 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해서 국민의힘 성일종·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과 국민의힘 이철규·민주당 박정 여야 간사가 참여해 공공분양과 임대주택, 행안부 경찰국 등 주요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법정시한 내 처리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지만, 책임을 상대 당에 돌리며 신경전을 벌였는데 이 의원은 “발목 잡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아쉽다”고 했고, 박 의원은 “예산안이 정쟁의 늪에서 허우적대지 않도록 국민의힘에 간곡히 부탁한다. 간을 내어줄 수 있지만 쓸개까지 내어달라 하면 협의는 있을 수 없다”고 맞받았습니다.
‘2+2’ 예산안 협의체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문했습니다. 김 의장은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국회에 주어진 권한이자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8일과 9일에 본회의를 개최하려고 한다”고 밝히면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라도 모두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처리했고, 이번에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돼야 한다”며 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이런 국회의장의 당부는 전혀 생각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결국 법정 처리 시한인 지난 2일을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예산 국회에서 169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앞세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 등에서 예산 감액을 단독 의결해왔다.
하지만 헌법상 국회는 정부의 예산안을 수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정부는 증액동의권을 가지는 만큼 민주당 자체의 단독 예산안 처리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복잡한 예산안 계수 작업은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예산실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야당에 협력할 의무는 없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8일과 9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당초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지난 2일이었으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예산 쟁점 등으로 여야 의견 차이가 해소되지 않아 결국 법정 기한 내 예산안 처리는 불발됐다.
민주당은 이번 예산소위 감액 심사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대대적인 삭감을 추진했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의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 예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이전 예산, 정무위원회의 보훈처 예산 등을 삭감하며 국민의힘과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대대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을 감액한다고 해도 헌법상 정부의 증액동의권이 있어 무용지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 54조는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30일 전(12월 2일)까지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을 수정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정부의 증액동의권이라고도 한다.
헌법상으로는 예산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회가 요구한 증액 요구에 대해 동의를 하는 형태기 때문에 국회와 정부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최종 결정은 정부의 의지대로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야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돌입하며 증액을 요구하자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정부는 반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 전 부총리의 이런 주장도 헌법 57조에 근거한 것으로 결국 예산에 대한 정부의 증액동의권이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또 기획재정부가 실제 예산을 편성하는 실무 단계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깎은 예산안에 대한 예산명세서를 작성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예산명세서(계수조정) 작업은 예산 편성에서 최종적인 실무 단계에서 진행된다. 이 작업은 각 부처·기관별로 수입과 지출을 항목별로 당해 년 도와 전년도를 비교해 증감분을 산출해 재정 누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최종 검증 작업이다.
기재부는 여야 합의를 토대로 도출한 예산안을 바탕으로 예산명세서 작성에 돌입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디테일이 중요한 작업으로 기재부 예산실의 인력이 총동원되는 작업”이라고 전했다.
이는 민주당이 169석의 거대 의석을 앞세워 자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삭감한 예산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기재부가 예산명세서를 작성할 명분이나 의무가 없다. 야당이 자체 안을 내놓아도 기재부 예산실이 나서지 않으면 처리가 불가능 하다는 의미다.
한편, 여야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지난 2일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예산 쟁점 등으로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보고를 위해 본회의 개시를 촉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안건이 없다’는 이유로 개의를 거부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오후 2시까지 여야 원내대표에게 예산안과 관련된 쟁점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김 의장은 여야 합의가 결국 불발되자 지난 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국회에 주어진 권한이자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오는 8일과 9일에 본회의를 개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라도 모두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처리했고, 이번에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9일이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다.>조선비즈. 박지영 기자
야당 단독 예산안 처리는 아마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독 처리될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첫 예산은 169석의 민주당 앞에 힘도 써보지 못하고 휴지 조각이 될 것인데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도 인정되지 않아 현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민주당 예산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야 할 처지에 놓일지도 모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9일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며 “(예산 합의가) 안 되면 준예산으로 가자는 태도를 보이는데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는데, 이 대표는 전날에도 “경찰국 예산이나 초부자 감세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 ‘민주당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며 단독 처리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민주당이 여당과 예산안 합의가 안 되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빼고 ‘감액 수정안’을 제출해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이와 관련해 실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고 감액 예산이더라도 세입·세출 원칙을 훼손해 ‘정부 편성권’을 침해하는 적법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야당 예산 단독처리는 위 기사에서 얘기한대로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야당의 이런 횡포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時雨